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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다룰 작품은 신경림 시인의 '장자를 빌려 - 원통에서'입니다. 시의 제목에서 보 듯 이 시는 『장자』의 「추수」편에서 나오는 '큰 지혜는 멀리서도 볼 줄 알고 가까이서도 볼 줄 아는 것이라'라는 구절을 바탕으로 삶에 대한 관점을 드러내고 있는데요. 시가 어떻게 전개되는지에 대해 생각하며 시를감상하며 해석을 통해 학습해보도록 합시다.


설악산 대청봉에 올라

발아래 구부리고 엎드린 작고 큰 산들이며

떨어져 나갈까 봐 잔뜩 겁을 집어먹고

언덕과 골짜기에 바짝 달라붙은 마을들이며

다만 무릎께까지라도 다가오고 싶어

안달이 나서 몸살을 하는 바다를 내려다보니

온통 세상이 다 보이는 것 같고

또 세상살이 속속들이 다 알 것도 같다

그러다 속초에 내려와 하룻밤을 묵으며

중앙시장 바닥에서 다 늙은 함경도 아주머니들과

노령노래 안주해서 소주도 마시고

피난민 신세타령도 듣고

다음 날엔 원통으로 와서 뒷골목엘 들어가

지린내 땀내도 맡고 악다구니도 듣고

싸구려 하숙에서 마늘 장수와 실랑이도 하고

젊은 군인 부부 사랑싸움질 소리에 잠도 설치고 보니

세상은 아무래도 산 위에서 보는 것과 같지만은 않다

지금 우리는 혹시 세상을

너무 멀리서만 보고 있는 것은 아닐까 아니면

너무 가까이서만 보고 있는 것은 아닐까

 

-신경림, 「장자를 빌려-원통에서」


'장자를 빌려-원통에서'는 제목 그대로 '원통'도 시의 공간적 배경으로 등장하는데요. 시의 시작은 설악산 대청봉에서 시작합니다.

 

이시는 "설악산 대청봉 >> 속초 >> 원통"으로 공간의 이동에 따라 시상이 전개되고 있습니다. 공간의 이동에 따라 시상이 전개되는 대부분의 시들이 그러하듯 '장자를 빌려-원통에서'도 공간이 이동함에 따라 화자의 생각이 변하는데요.

 

먼저 설악산 대청봉에서는 세상을 멀리서 바라보며 넓은 시야로 내려다보는 입장에서 세상살이 속속들이 다 알 것도 같다며 세상에 대한 자신만만한 태도를 보입니다.

 

그후 속초로 이동하는데요. 속초에서 화자는 중앙시작 바닥에서 다 늙은 함경도 아주머니들과의 경험을 통해 이주민들의 삶과 애환(노령노래, 피난민 신세타령)에 대해서 알게됩니다.

 

그리고 또 다시 원통으로 이동해 뒷골목길에서 평범한 사람들의 고단한 삶의 모습을 지켜보며 '세상은 아무래도 산 위에서 보는 것과 같지만은 않다'는 인식변화를 보여줍니다.

 

그리고 자신이 느낀바를 '우리'로 확장하여 표현하며 인간 보편의 삶에 대한 성찰을 보여줍니다. 이렇게 이 시에서는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에 대한 깨달음'에 대해 말하고 있는데요.

 

설악산 대청봉에서는 의인법을 이용한 비유적인 묘사를 통해, 속초에서부터는 감각적 이미지를 통한 구체적인 묘사로 화자의 경험을 효과적으로 나타내고 있습니다.

 

그럼 이제 전문해석을 통해 학습을 마무리해보도록 합시다.



오늘도 수고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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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시간에 다룰 작품은 4구체 향가인 '서동요'입니다. 백제 30대 무왕의 이야기로도 유명한 서동요는 있지도 않은 사실로 남을 헐뜨는 노래의 성격을 지녔는데요. 어떤 사실로 남을 헐뜯고 있는지 생각하며 작품을 감상하고 해석을 통해 학습해보도록 합시다.


선화공주님은

남 몰래 결혼하고

맛둥서방을

밤에 몰래 안고 가다

 

- 서동, 「서동요(薯童謠)」


네. 서동요를 보면 '선화공주'를 헐뜯고 있는데요. 한 나라의 공주가 남 몰래 결혼해 밤에 몰래 서방을 안고간다는 것은 당시 사회로 보면 상당히 문제되는 일이었습니다. 왜 이런 노래가 나왔는지를 서동요가 창작된 배경을 보면 알 수 있습니다.

 

//창작배경//

서동은 백제 30대 무왕의 아명이다. 어릴 때 그 모친이 서울 남쪽의 못가에 집을 짓고 살던 중, 그곳의 용의 아이를 가져 낳은 아들로서 마를 캐어 팔아서 생활을 하였으므로 '서동(맛둥)'이라는 이름을 얻었다. 서동은 신라 진평왕의 셋째 공주인 선화의 아름다움을 소문으로 듣고 머리를 깎고 서울로 가서는 마를 공짜로 나누어 주어 아이들과 친분을 쌓은 후 이 노래를 지어 아이들에게 부르게 하였다. 이로 인하여 공주는 궁궐에서 쫓겨나게 되었고, 귀양처로 가는 공주를 서동이 도중에 나와 맞이하여 아내로 삼았다. 이후, 서동이 집 근처에서 발견한 금을 진평왕에게 보내어 사위로서 인정받게 되고, 차차 인심을 얻어 백제의 왕위에 올랐다.

 

창작배경을 볼 때 이 작품은 있지도 않은 사실로 선화공주를 헐뜯어 서동과 선화공자가 인연을 맺을 것을 예언한 참요로 볼 수 있으며 서동이 선화공주와 결혼을 위해 앞으로 일어나기를 바라는 일을 이미 이루어진 것처럼 노래한 작품입니다.

 

그래서 이 작품은 노래 자체에 충실할 경우 "선화공주의 은밀한 사랑"을 주제로 배경 설화로 볼 때는 "선화 공주에 대한 (서동의)연모의 정"을 주제로 생각할 수 있습니다.

 

그럼 이제 전문해석을 통해 학습을 마무리해보도록 합시다.



 

오늘도 수고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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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번에 다룰 시 '오라, 이 강변으로'는 대상에 대한 간절한 그리움을 나타내고 있습니다. 보통의 시의 경우 내제적으로 의미를 파악하고 외적인 의미를 더해 해석하지만 이 시 같은 경우 '남과 북의 상황'을 염두에 두고 시를 읽은 후 해석을 통해 학습해보도록 합시다.


오라, 이 강변으로,

우리는 하나, 만나야 할 한 핏줄,

마침내 손 잡을 그 날을 기다린다.

그날이 오면, 끊어진 허리

동강난 세월들 씻은 듯 나으리라.

너의 주름과 나의 백발도

이 땅의 아름다운 꽃이 되리라.

오늘도 여기 서서 너를 기다린다.

 

-홍윤숙, 「오라, 이 강변으로」


시는 '오라, 이 강변으로'라는 명령형으로 강한 의지적이면서 단정적 어조로 시작합니다.

'강변'은 너와 내가 만나야 하는 장소로 화자는 그곳에서 '우리는 하나'이며 '만나야 할 한 핏줄'임을 드러냅니다. '우리'는 남한과 북한 '만냐아 할 한 핏줄'은 남한과 북한이 결국 통일되어야 하는 원래 하나인 국가임을 표현하여 통일의 당위성을 드러냅니다.

 

그리고 마침내 손잡을 그날(통일의 날)을 기다리며 그날이 오면 끊어진 허리, 동강난 세월로 대변되는 분단의 아픔이 씻은 듯 나을 것이라는 점은 의지적으로 드러냅니다.

통일의 날이 오면 분단의 시간동안 깊어졌던 너의 주름과 나의 백발 등의 아픔이 이 땅에서 아름다운 꽃이라는 의미가 되기에 화자는 오늘도 이 곳 강변에 서서 너(북한)을 기다랍니다.

 

여기서 '오늘도' 과거에서부터 현재까지 그리고 미래까지 행위가 지속됨을 나타내며 화자가 지닌 소명의 간절함을 보여줍니다.

 

이렇게 이 시는 '통일에 대한 간절한 염원'을 드러내고 있으며 명령형 문장, 단정적 어조로 의지를 강조하며 추상적인 내용을 구체화하여 효과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그럼 이제 전문해석을 통해 학습을 마무리해 보도록 합시다.



 

오늘도 수고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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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다룰 작품은 4구체 향가인 도솔가입니다. 도솔가의 '도솔'은 불교에서 '미륵'을 가리키는 말로 '도솔가'는 '미룩에게 소원을 비는 노래'라는 뜻을 가지고 있는데요. 화자가 미륵에게 어떠한 바램을 가지고 있는지 생각하며 작품을 읽고 해석을 통해 알아보도록 합시다.


오늘 이에 산화(散花) 불러

솟아나게 한 꽃아 너는,

곧은 마음에 명(命)에 부리워져

미륵좌주(彌勒座主) 뫼셔 나립(羅立)하라

- 월명사, 「도솔가(兜率歌)」


도솔가는 '오늘 이에 산화를 불러'로 시작합니다. 여기서 지칭하는 '이에'는 도솔가의 배경설화를 알아야 하는데요. 도솔가의 배경설화는 아래와 같습니다.

신라 경덕왕 19년 4월에 두 해가 나타나 10여 일간 사라지지 않는 변괴가 일어나자, 일관(日官)이 인연 있는 스님을 청해서 산화공덕을 지어야 해의 괴변을 물리 칠 수 있다고 아뢰었다. 이에 왕이 단을 만들고 행차하여 인연 있는 중을 기다렸는데, 그때 마침 월명사가 지나가고 있었다. 왕이 그를 불러 단을 열고 기도문을 짓게 했다. 월명사가 '도솔가'를 지어 부르고 얼마 되지 않아 해의 괴변이 사라졌다고 한다.

이 배경설화에 따르면 '이에'는 '하늘에 두 해가 나타나는 변괴가 생긴 일인데요' 이를 보고 월명사는 두 해가 나타난 변괴를 해결하기 위해 미룩보살을 모셔오라고 하는 것으로 알 수 있습니다.

이렇게 해서 이 작품은 '미륵 신앙을 통한 나라와 백성의 안정'을 노래하고 있는데요. 이를 꽃을 의인화하여 화자의 염원을 알리고 명령법을 사용해 화자의 소망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그럼 이제 전문해석을 통해 작품을 다시 읽으며 학습을 마무리해보도록 합시다.



오늘도 수고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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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다룰 시 '산'에서는 '산'을 인격화하여 산이 지니고 있는 다양한 속성을 나타내고 있습니다. 시를 읽으며 산이 지닌 덕성에 대해 생각하며 해석을 통해 학습해보도록 합시다.


이상하게도 내가 사는 데서는

새벽녘이면 산들이

학처럼 날개를 쭉 펴고 날아와서는

종일토록 먹도 않고 말도 않고 엎댔다가는

해 질 무렵이면 기러기처럼 날아서

틀만 남겨 놓고 먼 산속으로 간다

 

산은 날아도 새둥이나 꽃잎 하나 다치지 않고

짐승들의 굴속에서도

흙 한 줌 돌 한 개 들썽거리지 않는다

새나 벌레나 짐승들이 놀랄까 봐

지구처럼 부동의 자세로 떠 간다

그럴 때면 새나 짐승들은

기분 좋게 엎대서

사람처럼 날아가는 꿈을 꾼다

 

산이 날 것을 미리 알고 사람들이 달아나면

언제나 사람보다 앞서 가다가도

고달프면 쉬란 듯이 정답게 서서

사람이 오기를 기다려 같이 간다

산은 양지바른 쪽에 사람을 묻고

높은 꼭대기에 신을 뫼신다

 

산은 사람들과 친하고 싶어서

기슭을 끌고 마을에 들어오다가도

사람 사는 꼴이 어수선하면

달팽이처럼 대가리를 들고 슬슬 기어서

도로 험한 봉우리로 올라간다

 

산은 나무를 기르는 법으로

벼랑에 오르지 못하는 법으로

사람을 다스린다

 

산은 울적하면 솟아서 봉우리가 되고

물소리를 듣고 싶으면 내려와 깊은 계곡이 된다

 

산은 한 번 신경질을 되게 내야만

고산(高山)도 되고 명산(名山)도 된다

 

산은 언제나 기슭에 봄이 먼저 오지만

조금만 올라가면 여름이 머물고 있어서

한 기슭인데 두 계절을

사이좋게 지니고 산다

 

-김광섭, 「산」


이 작품에서 '산'은 배려심이 깊고, 포용력이 있으며 너그럽고 신성한 특성를 지닌 존재로 형상화하고 있습니다.

1연에서는 늘 인간세상과 함꼐하는 산의 모습을 2연에서는 모든 생명을 배려하는 산의 모습을 3연에서는 인간과 함께하려는 산의 모습을 4연에서는 세속적 가치를 거부하는 산의 모습을 5연에서는 인간들에게 가르침을 주는 산의 모습 6,7연에서는 이간적 감정과 속성을 지닌 산의 모습을 8연에서는 포용력을 지니고 있는 산의 모습을 모여주고 있습니다.

 

이러한 모습은 인간이 지녀야 할 바람직한 덕성을 보여주는 것으로 산을 경외의 대상으로만 보는 것이 아니라 인간적인 면모를 지닌 대상으로 표현함으로써 산에 대한 새로운 관점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해서 이 시는 '산을 통해 배우는 바람직한 삶의 모습'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그럼 이제 전문해석을 통해 학습을 마무리해보도록 합시다.



 

오늘도 수고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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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다룰 작품인 매화사에서는 매화를 인격화하여 화자가 느끼는 정신적 가치에 대해 노래하고 있습니다. 총 8수로 된 작품 내에서 화자는 매화를 보고 어떤 가치를 느끼는지 생각하며 작품을 감상한 후 해석을 통해 학습해 보도록 합시다.



 

이 작품은 전체적에서 화자는 겨울 추위에 굴하지 않고 어김없이 피는 매화의 지조 있는 모습을 예찬하고 있는데요. 매화를 '너'라고 부르며 인격화아여 예찬하는 것이 특징적입니다. 그럼 1수부터 내용을 봐보도록 하겠습니다.

1수에서는 매화와 함께하는 풍류에 대해 말하고 있습니다. 매화 그림자가 미친 창가 금비녀를 곶은 미인, 두어 명의 머리 흰 노인이 등장하며 술잔을 들어 권하려 할 때 달이 떠오리는 모습이 제시됩니다.

2수에서는 매화의 지조에 대한 경탄이 드러납니다. 처음에 화자는 매화가 어리고 엉성한 가지를 가져 꽃을 피울 수 있을 까 의구심을 가졌지만 매화는 약속을 지켜 두 세송이 꽃을 피워냅니다. 그래서 가까이 갈 때 암향이 떠도는데 이는 매화의 향기 그리고 매화가 가진 지조를 가리킨다고 할 수 있습니다.

3수에서는 매화의 아름다움과 절개에 대해 말하고 있습니다. 초장에서는 매화의 외면적인 아름다움이 그리고 종장에서는 매화의 내면적인 아름다움이 드러나며 매화가 지닌 아름다움과 절개를 말하고 있습니다.

4수에서는 2수와 연관하여 매화와 함께하는 즐거움이 드러납니다. 약속을 지켜 피어난 매화와 달밤의 분위기가 나타나며 매화와 함께 흥취를 즐기려는 화자의 마음이 드러납니다.

5수에서는 매화와 달이 조화를 이루는 모습이 드러납니다. 종장에서 화자는 매화와 달이 벗이 되는줄 몰랐던가 하노라라며 매화와 달이 서로 어울리는 자연물임을 드러내줍니다.

6수에서는 시련에도 지지 않는 매화의 굳은 지조가 나타납니다. 바람과 찬 기운이 불지만 매화는 지지 않고 봄뜻을 지켜냅니다. 화자는 이러한 매화의 지조를 '~소냐'의 설의법을 통해 강조하고 있습니다.

 

7수에서는 늙은 매화나무의 굳은 의지를 보여줍니다. 초장에서 나오는 울퉁불퉁한 광대 등걸은 고목의 등걸이를 뜻하는 데 이는 늙어서도 고결함을 잃지 않는 선비를 상징합니다. 그러기에 지조와 절기를 가지고 꽃을 다시 피우며 봄기운을 알려줍니다. 7수는 형태적으로 사설시조의 형태를 취하고 있고 소재도 나머지 내용과 달리 광대 등걸이라는 외부의 사물을 사용한 점이 특이점이 있습니다.

8수에서는 다른 꽃과 다른 매화의 남다른 지조를 보여줍니다. 다른 꽃들이 따뜻하고 안전한 곳에서 피어날 때 매화는 추위에 굴하지 않고 피어나 봄소식을 알려줍니다. 이러한 모습을 설의적 표현(~피리, ~뉘 있으리)을 통해 강조하며 매화의 남다른 지조에 대해 강조합니다.

이렇게 해서 이 작품은 '매화의 지조와 절개'를 예찬하는 데 매화를 의인화하여 눈과 추위속에서 꽃을 피우는 모습을 통해 선비가 지향해야할 삶의 자세를 말하고 있습니다.

그럼 이제 전문해석을 통해 학습을 마무리해보도록 합시다.



오늘도 수고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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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는 알에서 나오기 위해 투쟁한다.

알은 새의 세계이다.

누구든지 태어나려고 하는 자는 하나의 세계를 파괴하여야 한다.

새는 신을 향해 날아간다.

그 신의 이름은 아브락사스이다.

데미안 中"

앞의 인용구는 헤르만헤세의 소설 '데미안'의 명대사입니다. 이 대사는 이번에 다룰 시 '누에'와도 맞닿아 있는데요. 새가 알을 위해서 투쟁하며 하나의 세계를 스스로파괴하고 신을 향해 밖으로 나가는 것처럼 '누에'에서도 누에가 고치를 뚫고 나와 나비가 되어 하늘로 날아가기까지의 과정을 형상화하고 있습니다. 누에가 어떻게 자신을 변화시키는지에 대해 생각하며 시를 읽고 해석을 통해 학습해보도록 합니다.


누에들은 은수자(隱修者)*다. 자승자박의 흰 동굴로 들어가 문을 닫고 조용히 몸을 감춘다. 혼자 웅크린 번데기의 시간에 존재의 변모는 시작된다. 세포들이 다시 배열되고 없었던 날개가 창조된다. 이 신비로운 변모가 꿈의 힘 없이 가능했을까. 어느 날 해맑은 아침의 얼굴이 동굴을 열고 나온다. 회저(壞疽)* 처럼 고통스러웠던 연금술의 긴 밤을 지나 비로소 하늘 백성의 날갯짓이 시작되는 것이다. 밖에서 구멍을 뚫어주는 누에의 왕은 없다. 누에들은 언제나 자신들이 벽을 뚫어야 하며 안쪽에서 뚫어야 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최승호, 「누에」

 

*은수자: 숨어서 도를 닦는 사람.

*회저: ‘괴저’의 비표준어로, 살점이 문드러져 떨어져 나가는 병을 일컬음.


시는 '누에'를 은수자에 비유하면서 시작합니다. 은수자는 숨어서 도를 닦는 사람으로 누에가 고치를 만들어 그 안에서 변화를 이루는 것을 숨어서 도를 닦는 것에 비유하는 것이죠. 그래서 누에고치를 자승자박의 흰 동굴로 묘사하여 존재의 변모에 대해 표현합니다. 이 고치에 누에는 스스로 들어가 번데기의 시간을 거치며 날개를 얻는 날을 꿈꾸는데요. 인고의 시간이지만 세포들이 다시 배열되며 날개가 생기는 신비로운 변모를 누에의 꿈(내면의 힘)으로 이룬 것으로 표현하며 다른 누군가의 도움이 아닌(밖에서 구멍을 뚤어주는 누에의 왕) 누에의 의지에 의해 스스로 이루어지는 것임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이 시는 '누에고치의 벽을 뚫고 나비가 되고자 하는 누에의 노력'을 통해 내면의 힘을 기르고 자신의 변모를 이루는 모습을 나타내고 있습니다.

 

그럼 이제 전문해석을 통해 학습을 마무리해보도록 합시다.



 

오늘도 수고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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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다룰 시 '화체개현'에서는 석류꽃이 피는 순간을 바라보는 화자의 심리가 잘 묘사되어 있습니다. 석류꽃이 피어나는 순간 화자가 느끼는 감정에 주목하여 시를 감상한 후 해석을 통해 학습해보도록 합시다.


실눈을 뜨고 벽에 기대인다 아무것도 생각할 수가 없다

짧은 여름밤은 촛불 한 자루도 못다 녹인 채 사라지기 때문에 섬돌 우에 문득 석류꽃이 터진다

꽃망울 속에 새로운 우주가 열리는 파동! 아 여기 태고(太古)적 바다의 소리 없는 물보래가 꽃잎을 적신다

방안 하나 가득 석류꽃이 물들어 온다 내가 석류꽃 속으로 들어가 앉는다 아무것도 생각할 수가 없다

-조지훈, 「화체개현(花體開顯)」


시는 화자가 실눈을 뜨고 벽에 기대어 있는 상태에서 시작합니다. 이때 화자는 아무것도 생각할 수 없다고 하는데요. 이는 '살구꽃이 피어나는 것 외에는 아무것도 생각할 수 없다'는 것으로 그만큼 화자는 살구꽃이 피는 순간에 집중하며 하나되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화자는 짦은 여름밤이 사라지는 순간 섬돌 위에 석류꽃이 터지는 장면을 목격하며 이를 새로운 우주가 열리는 파동으로 생각하고 석류꽃이 피어나는 순간의 생명력에대해 생각합니다. 이를 원시적인 생명력을 지닌 태고적 바다의 소리 없는 물보래가 꽃잎을 적시는 것으로 표현하며 살구꽃이 피어나는 순간의 생명력에 대해 감탄하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마지막에서는 살구꽃이 피는 것에 그치지 않고 화자가 있는 방안으로 들어오며 화자는 석류꽃 속으로 들어가 생명 탄생의 신비 속에 흠뻑 빠져들며 1연에 나온 '아무것도 생각할 수 없다'를 반복하며 석류꽃이 개화하는 순간에 느끼는 감동을 표현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이 시는 '생명 탄생 순간의 감동'에 대해 말하고 있는데요 . EBS해설에 따르면 새벽 동이 트면서 햇살이 섬돌 위로 올라와 '방안'으로 물들어 오는 상황을 석류꽃의 개화를 빌려 나타낸 작품으로 해석하기도 한다니 참고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그럼 이제 전문해석을 통해 학습을 마무리해 보도록 합시다.



오늘도 수고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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