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 다룰 시는 최두석 시인의 '담양장'입니다. '담양장'은 담양에서 열리는 시장을 말하는데요. 이러한 '시장'을 소재로 화자가 어떤 이야기를 전달하는지 생각하며 시를 감상한 후 해석을 통해 학습해보도록 합시다.
죽장의 김삿갓은 죽고
참빗으로 이 잡던 시절도 가고
대바구니 전성 시절에
새벽 서리 밟으며 어머니는 바구니 한 줄 이고 장에 가시고 고구마로 점심 때운 뒤 기다리는 오후, 너무 심심해 아홉살 내가 두 살 터울 동생 손 잡고 신작로를 따라 마중갔었다. 이십 리가 짱짱한 길, 버스는 하루에 두어 번 다녔지만 꼬박꼬박 걸어오셨으므로 가다보면 도중에 만나겠지 생각하며 낯선 아줌마에게 길도 물어가면서 하염없이……그런데 이 고개만 넘으면 읍이라는 곳에서 해가 덜렁 졌다. 배는 고프고 으스스 무서워져 한참 망설이다가 되짚어 돌아오는 길은 한없이 멀고 캄캄 어둠에 동생은 울고 기진맥진 한밤중에서 호롱 들고 찾아나선 어머니를 만났다. − 어머니는 그날 따라 버스로 오시고
아, 요즘도 장날이면
허리굽은 어머니
플라스틱에 밀려 시세도 없는 대바구니 옆에 쭈그려 앉아
멀거니 팔리기를 기다리는
담양장.
-최두석, 「담양장」
시는 먼 과거로 시작됩니다. 죽장의 김삿갓에서 참빗으로 이 잡던 시절 그리고 이제 대바구니 전성 시절이 되는데요. 이 대바구니 전성 시절은 1950~60년대로 2연을 보면 화자의 어머니가 대바구니를 담양장에서 팔던 시기라는 것을 짐작할 수 있습니다.
2연은 특이하게 산문의 형태로 전개되는데요. 하루동안 화자의 생활이 시간의 흐름에 따라 제시됩니다. 새벽 일찍 시장에 간 어머니 화자는 고구마로 점심을 때우는데요(가난한 삶의 모습을 제시) 그 후 너무 심심해 두 살 터울의 동생 손 잡고 신작로를 따라 어머니를 마중나갑니다. 버스가 하루에 두어번 다니긴 하지만 어머니는 꼬박꼬박 걸어오셨으므로(가난한 삶의 모습과 함께 근면하고 절약하는 어머니의 모습이 제시됩니다) 가다보면 만나겠지 생각하며 화자는 길을 갑니다. 중간에 낯선 아줌마에게 길도 물어가면서 말이죠. 그런데 어머니를 만나지 못하고 고개만 넘으면 읍이라는 곳에서 해가 져버립니다. 배는 고프고 무서워진 화자는 한참을 망설이다가(갈등하다) 되짚어 집으로 돌아오는 데요. 돌아오는 길이 한없이 멀고 캄캄해서 동생이 울고 화자는 기진맥진해 있다가 한밤중에서야 호롱을 들고 찾아나선 어머니를 만나게 됩니다. 어머니는 평소와 달리 그 날 따라 버스를 타고 오신 것이죠.
3연에선 현재로 돌아는데요. 허리 굽은 어머니로 어머니를 표현하는 것에서 시간이 많이 흘렀으며 플라스틱에 밀려 시세도 없다는 것으로 봐서 시대적 상황이 달라졌음을 알 수 있습니다. 하지만 어머니는 여전히 멀거니 팔리기를 기다리는 모습으로 변하지 않는 어머니의 삶을 보여줍니다.
이렇게 이 시는 서사적 구조를 가지고 '가난했던 어린시절 어머니의 삶에 대한 사랑과 연민'을 나타내고 있는데요. 시간의 흐름에 따라 시상을 전개하며 운문 사이에 산문 형식을 삽입하고 부사를 사용하여 상황을 부각하는 등의 방법으로 내용을 전달하고 있습니다.
그럼 이제 전문해석을 통해 학습을 마무리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오늘도 수고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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