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 다룰 시는 오장환 시인의 '여수'입니다. 여수는 전남 여수시가 아니고(숙연....) "객지에서 느끼는 쓸쓸함이나 시름"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는데요. 제목이 이렇게 쓸쓸함이나 시름을 나타내는 만큼 시 속에서는 화자가 객지에서 느끼는 쓸쓸함이나 시름이 나타나 있습니다. 화자는 어떠한 감정을 가지고 있는지에 대해 생각하며 시를 감상한 후 해석을 통해 학습해보도록 합시다.
여수*에 잠겼을 때, 나에게는 조그만 희망도 숨어버린다.
요령*처럼 흔들리는 슬픈 마음이여!
요지경 속으로 나오는 좁은 세상에 이상스러운 세월들
나는 추억이 무성한 숲속에 섰다.
요지경을 메고 다니는 늙은 장돌뱅이의 고달픈 주막 꿈처럼
누덕누덕이 기워진 때 묻은 추억,
신뢰할 만한 현실은 어디에 있느냐!
나는 시정배와 같이 현실을 모르며 아는 것처럼 믿고 있었다.
괴로운 행려 속 외로이 쉬일 때이면
달팽이 깍질 틈에서 문밖을 내다보는 얄미운 노스타르자*
너무나, 너무나, 뼈 없는 마음으로
오―늬는 무슨 두 뿔따구를 휘저어보는 것이냐!
-오장환, 「여수」
* 여수: 객지에서 느끼는 쓸쓸함이나 시름.
* 요령: 놋쇠로 만든 종 모양의 큰 방울.
* 노스타르자: 노스탤지어. 고향을 몹시 그리워하는 마음. 또는 지난 시절에 대한 그리움.
이 시는 방랑의 모티프를 바탕으로 현실의 답답함과 고향에 대한 그리움을 노래하고 있는 작품이라고 하는데요. 처음부터 정말 절망적인 정서가 나타납니다. '여수에 잠겼을 때 나에게는 조그만 희망도 숨어버린다'에서 알 수 있듯이 조그만 희망도 없는 부정적 현실. 화자는 자신이 지내온 시절을 '요지경 속으로 나오는 좁은 세상이라고 하며 현실을 뒤틀리고 왜곡된 것으로 인식하고 있습니다. 이를 바탕으로 화자는 추억이 무성한 숲속에 서는데요. 일반적인 시에서 추억이라고 하면 긍정적인 기억이 많지만 이 시에서는 뒤틀리고 왜곡된 것으로 인식한 것(요지경 속으로 나오는 좁은 세상)이 '추억이 무성한 숲속'으로 이끈다는 점에서 화자는 이 추억, 즉 자신이 살아온 현실을 부정적으로 인식하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2연에서보면 이 추억을 '누덕누덕이 기워진 떄 묻은 추억'이라며 자신이 살아온 현실을 부정적으로 인식함을 보여주며 '신뢰할 만한 현실은 어디있으냐며' 어리석음과 무지로 현실에 대해 왜곡된 기대를 가지고 있었던 자신에 대한 자책을 드러냅니다. 그리고 이러한 의미를 영탄법과 설의법으로 강조합니다.
3연에서는 이런 괴로운 삶속에서 불쑥 나오는 노스텔지어(고향을 몸시 그리워하는 마음)을 달팽이로 형상화하여 개성적으로 표현하는데요. 뼈없는 달팽이처럼 예측할 수 없이 두 뿔따구를 휘저어 마음을 휘젔는 고향에 대한 그리움을 통해 괴로운 행려 속에서 고향을 그리는 간절한 마음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이렇게 이 시는 '객지에서 느끼는 시름과 고향에 대한 그리움'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그럼 이제 전문해석을 통해 다시 한 번 학습하며 학습을 마무리해보도록 합시다.

오늘도 수고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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