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 다룰 작품은 나희덕 시인의 '그 골목 잃어버리고'입니다. 시는 '그들이 떠났다'로 시작하는데요. 그들이 떠난 후의 변화된 풍경과 화자의 심정에 대해 생각하며 시를 감상한 후 해석을 통해 학습해 봅시다. 참고로 이 시는 2025년 5월 모의고사에 출제되었는데요. <보기>에는 이렇게 쓰여있습니다.
"화자는 자신이 삶에서 의미를 부여했던 존재를 잃어버리는데, 그들이 머물렀던 공간이 달라진 상황을 계기로 과거 자신의 행동을 돌아보고 자신이 지녀야 할 삶의 태도를 고민한다"이를 참고해서도 시를 감상하고 해석을 통해 학습해봅시다.
그들은 떠났다
무너져내린 판잣집들, 흩어진 유리 조각,
검은 재를 밟으며 돌아오는 나에게
참새 한 마리
그들이 떠났다는 전언을 전하려는 듯
전선 위에 남아 있다가 이내 날아간다
저 새
제 날개의 가벼움으로 날아가듯이
나 이제 어떤 가벼움으로 살아야 하나
고향처럼 지나던 그 골목 잃어버리고
참 너머 백열등 불빛에 젖어 보던 저녁도 잃어버리고
재와 흙이 섞여가는 길 위에서
어떤 황혼에 물들며 서 있어야 하나
새 아파트에 살면서 그들의
때 묻은 벽지를 정겹다 말했던 나는
침대에 몸을 눕히고 살면서 그들의
낮은 잠자리 기웃거리던 나는
잃어버렸다, 그들을, 또한
누군가의 가난을 필요로 했던 반성과
누군가의 비참을 필요로 했던 그리움을
아, 처음부터 내 것이 아니었던 애틋함을
그들은 떠났다
닭의 울음소리를 데불고,
푸른 이불과도 같이 누추한 지붕을 가려주던
호박 덩굴마저 거두어내리고 총총히 사라졌다
내 마음의 덩굴손이여
너는 또 어떤 누추함에 뿌리를 내리려느냐
누구의 가난을 또 푸르게 덮으려느냐
허공에서 머뭇거리고 있는 굴광성*의 영혼이여
-나희덕, 「그 골목 잃어버리고」
* 굴광성 : 식물체가 빛의 자극을 받아 나타내는 굴성. 잎과 줄기는 빛의 방향으로 뿌리는 그 반대 방향으로 구부러짐.
그들이 떠난 후의 그 골목이 달라진 모습이 시의 처음에 드러납니다. "무너져내린 판잣집들, 흩어진 유리조각, 검은 재'등으로 볼 때 그들은 판잣집에서 살았지만 그들이 떠난 후 그 판자집이 있던 골목은 철거되어 어지러운 공간이 되어 있습니다. 그런 공간을 다녀오는 나는 새를 보는 데요. 가볍게 날아가는 새들을 보며 자신은 어떤 가벼움으로 살아야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이 상황에서 유추할 수 있는 점은 그 골목에서 그들이 있을 때 화자는 '가벼움'을 느꼈다는 점이죠.
그 가벼움에 대해 이후 좀 더 구체적으로 유추할 수 있는 말들이 나옵니다.
'고향처럼 지나던 그 골목', '창 너머 백열등 불빛에 젖어 보던 저녁'도 잃어버려서 어떤 황혼에 물들어 서 있어야 하나라고 삶에 대해 고민하는 화자는 과거의 자신의 행동에 대해 서술합니다.
새 아파트에 살면서 그들의 때 묻은 벽지를 정겹다 말했고, 침대에 몸을 눞히고 살면서도 그들의 낮은 잠자리를 기웃거렸다고 말이죠. 이 말을 보면 화자는 판자촌에 살던 가난한 사람들을 도와주며 가벼움을 느꼈고(보람으로 마음이 가벼워진 느낌이랄까요?) 이들이 떠나가자 이런 보람을 줄 존재가 사라져버려서 고민하는 것이죠.
이렇게 고민하는 이유도 이후 제시됩니다. 화자는 자신의 행동을 '누군가의 가난을 필요로했던 반성', '누군가의 비참을 필요로 했던 그리움', '처음부터 내 것이 아니었던 애틋함'이라고 성찰하는데요 자신의 선행을 위해 다른 누군가의 가난과 비참을 필요로했던 것은 아닌지 자신의 행동에 대해 성찰합니다.
그리고 다시 '그들은 떠났다'며 그들이 떠난 상황이 강조되며 '내 마음의 덩굴손이여 너는 또 어떤 누추함에 뿌리를 내리려나냐 누구의 가난을 또 푸르게 덮으려느냐'며 자신이 한 행동이 맞는 것인지를 고민하며 '허공에서 머물거리고 있는 굴광성의 영혼'이라며 삶의 태도에 대해 고민하고 있는 자신의 모습을 보여주며 시가 마무리됩니다.
이렇게 이 시는 '그들이 떠난 후 과거 자신의 행동에 대한 성찰과 삶의 태도에 대한 고민'을 나타내고 있습니다.
그럼 전문해석을 통해 다시 한번 시를 읽고 학습을 마무리하도록 합시다.


오늘도 수고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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