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 다룰 시는 복효근 시인의 '틈, 사이'입니다. 이 시는 '틈, 사이'에 대한 시인의 역설적 인식을 통해 시상을 전개하는데요. 화자가 '틈, 사이'를 어떻게 인식하고 이를 인간관계에 대한 인식으로 어떻게 확대하는지 생각하며 시를 감상한 후 해설을 통해 학습해보도록 합시다.
잘 빚어진 찻잔을 들여다본다
수없이 실금이 가 있다
마르면서 굳어지면서 스스로 제 살을 조금씩 벌려
그 사이에 뜨거운 불김을 불어 넣었으리라
얽히고설킨 그 틈 사이에 바람이 드나들고
비로소 찻잔은 그 숨결로 살아 있어
그 틈, 사이들이 실뿌리처럼 찻잔의 형상을 붙잡고 있는 게다
틈 사이가 고울수록 깨어져도 찻잔은 날을 세우지 않는다
미리 제 몸에 새겨놓은 돌아갈 길,
그 보이지 않는 작은 틈, 사이가
찻물을 새지 않게 한단다
잘 지어진 콘크리트 건물 벽도
양생되면서 제 몸에 수없는 실핏줄을 긋는다
그 미세한 틈, 사이가
차가운 눈바람과 비를 막아준다고 한다
진동과 충격을 견디는 힘이 거기서 나온단다
끊임없이 서로의 중심에 다가서지만
벌어진 틈, 사이 때문에 가슴 태우던 그대와 나
그 틈, 사이까지가 하나였음을 알겠구나
하나 되어 깊어진다는 것은
수많은 실금의 틈, 사이를 허용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네 노여움의 불길과 내 슬픔의 눈물이 스며들 수 있게
서로의 속살에 실뿌리 깊숙이 내리는 것인지도 모를 일이다
-복효근, 「틈,사이」
시는 찻잔에 대한 관찰로 시작합니다. 화자는 찻잔을 들여다보며 차잣에난 실금에 대해 생각합니다. 일반적으로 금이간다고 하면 틈이 벌어지고 사이 간격이 생긴 것으로 보고 부정적으로 인식하기 나름이지만 화자는 다른 인식을 합니다. '마르면서 굳어지면서 스스로 제 살을 조금씩 벌려 그 사이에 뜨거운 불김을 불어 넣었으리라'고 말이죠. 그러면서 얽히고 설킨 그 틈 사이에 바람이 드나들고 비로소 찻잔은 그 숨결로 살아있어' 찻잔이 생명력을 지닌 존재로 거듭나며 그 틈사이들이 실뿌리처럼 찻잔의 형상을 붙잡고 있어 찻잔의 형상을 완전하게 한다고 말이죠. 그리고 틈 사이가 만들어내는 온전한 찻잔에 대해 말하비다.
이 후 관찰의 대상이 변하는 데요. 찻잔에서 콘크리트 건물 벽으로 관찰의 대상이 옮겨지면서 콘크리트 건물 벽의 틈 사이에 대해 생각하며 그 틈, 사이가 충격을 견디게 해준다고 여기서도 역설적 인식을 보여줍니다.
마지막으로 다시 한 번 관찰의 대상이 변하는데요. 이번에는 '그대와 나'로 사물에서 인간관계로 인식이 확장됩니다. 끊임없이 서로의 중심에 다가서지만 벌어진 틈, 사이 때문에 가슴 태우던 그대와 나에서 '가슴 태우던'에서 알 수 있는 점은 예전에는 틈, 사이를 부정적으로 여겼다는 점입니다. 이러한 예전의 인식을 새로운 인식에 의해 '그 틈, 사이까지가 하나였음을 알게 되며' 인식의 전환이 일어나고 화자는 틈을 지닌 하나가 깊이 있는 관계를 만들어 낸다며 수많은 실금의 틈, 사이를 허용하고 네 노여움의 불길과 내 슬픔의 눈물이 스며들 수 있게 실뿌리 깊숙히 내리는 것일지도 모를 일이라고 생각하며 시가 마무리됩니다.
이렇게 이 시는 '스스로를 굳건하게 만들고 관계에 깊이를 두는 틈, 사이의 효과'에 대해 말하고 있습니다. 그럼 이제 전문해석을 통해 다시 한번 학습하고 마무리해보도록 합시다.


오늘도 수고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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