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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다룰 작품은 조선 영조 때 사대부인 이진유가 유배지인 추자도에서 지은 '속사미인곡'입니다. 제목을 보면 익숙한 정철의 '사미인곡'이 떠오르는데요. 이 작품은 제목 그대로 표면적으로는 송강 정철의 '양미인곡'인 '사미인곡'과 '속미인곡'을 계증하는 것으로 창작된 것으로 보입니다. 그런데 사실은 조금 차이가 있는데요. 작품을 읽어 본 후 그 차이에 대해 해석을 통해 학습해보도록 합시다.


삼 년을 임을 떠나 해도(海島)에 유배되니

내 언제 무심하여 임에게 득죄했나

임이 언제 박정(薄情)하여 날 대접 소홀히 했나

내 얼굴 고왔던지 질투하는 건 뭇 여자로다

유한(幽閑)한 이내 몸을 선음(善淫)한다 이르로세*

(중략)

추운 겨울 깊어지고 육지는 못 통(通)하니

양식도 핍절(乏絶)커늘 반찬이야 의논하며

염장*을 못 먹거든 어육(魚肉)이야 바랄쏘냐

섬 안 수십 리에 일년초가 희한하다

조석(朝夕) 밥도 못 익힐 제 방이 덥기 생각할까

설날 큰 명절에 솟국*에 떡을 쑤어

갯물에 절인 배추 반찬으로 올랐으니

어와 이 몰골은 태어나 처음 보네

춘풍 도리화(春風桃李花)야 못 본다고 상관하랴

가을이 다하도록 국화를 못 보거든

낙모가절(落帽佳節)*에 쫓겨난 신하를 누가 우시며

굴원이 여기 온들 무엇으로 저녁에 먹을꼬*

여름 석 달 다 지내고 괴로움 실컷 겪으니

찌는 더위도 그지없고 습한 기운도 더욱 심하다

파리 떼와 모기떼는 백 가지로 쏘아 제치고

뱀과 전갈, 지네는 네 벽에 마구 기어다니니

어떤 일도 흥겨운 모양 없고 백악(百惡)만 구비(具備)하다

사람 상하게 하고 물건에 해 끼칠 것 세상에 많기도 많구나

밤중에 잠이 없어 이불 두르고 일어나 앉아

신세를 한탄하고 평생을 생각하니

외로운 이내 몸이 자손도 없는 게요

습한 바다에서 병이 든들 구호할 이 뉘 있으며

반계(盤溪)에 있는 내 집 비어 있는들 누가 지킬꼬

하사받은 천 권의 책 고각(高閣)에 묵혀 있으니

좀벌레 다 먹은들 그 누구라서 포쇄*하며

뜰 안에 가득한 꽃을 베어 버린들 누가 금할꼬

천하에 죄 없는 이 나밖에 또 있을까

주 문왕이 기산 다스릴 제 어진 정치를 베푸시면

가련한 이내 몸이 반드시 먼저 들려니

천지간 홀로 서서 사방을 둘러보니

우리 임 아니시면 누구를 다시 의지할꼬

시운(時運)이 불행하여 천 리에 떠나시니

내 신세 외로운 줄 임이 모르실까

긴 소매 들고 앉아 옛 잘못을 헤아리니

우직하기 본성이요 망령됨도 내 죄로되

근본을 생각하면 임 위한 정성일세

일월 같은 우리 임이 거의 아니 굽어볼까

날 살리신 이 은혜를 결초(結草)하기 생각하나

광주리의 가을 부채 어느 날 다시 날꼬

맑은 새벽 혼자 누워 백두음(白頭吟)*을 슬피 읊고

황금을 못 얻으니 장문부(長門賦)*를 어이 사리

마름과 연(蓮)으로 옷을 짓고 부용(芙蓉)으로 치마 지어

상자 안에 두어신들 눌 위하여 단장할꼬

고향에 돌아갈 꿈 벽해(碧海)를 밟아 건너

옥루(玉樓) 높은 곳에 밤마다 임을 모셔

일당우불(一堂吁咈)에 수답(酬答)이 여향(如響)하니*

앞에서 귀신을 묻던 가태부(賈太傅) 이러한가*

어촌의 먼 닭 소리에 긴 잠을 깨어나니

우리 임 옥음(玉音)은 귓가에 완연(宛然)하고

우리 임 어로향(御爐香)이 옷과 소매에 품었어라

어느 날 이내 꿈을 진짜로 삼을 건가

두어라 임금께서 고치시기를 날마다 바라노라

- 이진유, 「속사미인곡」

*선음한다 이르로세: 음란한 짓을 잘한다고 이르는구나. 굴원의 「이소」에서 비롯한 표현으로 소인배가 군자를 모함함을 뜻함.

*염장: 소금으로 간을 한 음식. *솟국: 고기를 넣지 않고 끓인 국.

*낙모가절: 중국 진나라 때 인물인 맹가가 중양절(음력 9월 9일)에 국화주에 취해 모자가 떨어진 것도 몰랐는데 함께 있던 사람이 이를 조롱하는 글을 써 보이니 그 글에 화답하는 멋진 글을 지었다는 고사에서 유래한 표현.

*굴원이 ~ 먹을꼬: 굴원의 「초사」에 ‘저녁에는 가을 국화 떨어진 꽃잎 주워서 먹네’라는 구절에서 비롯한 표현.

*포쇄: 젖거나 축축한 것을 바람에 쐬고 볕에 바램.

*백두음: 중국 한 무제 때 문인인 사마상여가 첩을 들이려 하자 그의 아내 탁문군이 원망의 마음을 담아 써 보낸 시로, 이 시를 읽은 사마상여는 자신의 행동을 반성하고 첩을 들이지 않았다고 함.

*장문부: 중국 한 무제의 비인 진 황후가 사마상여에게 황금을 주고 이 글을 짓게 해 황제의 총애를 회복했다고 함.

*일당우불에 ~ 여향하니: 한 방에서 서로 많은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을 나타낸 표현임.

*앞에서 ~ 이러한가: 모함을 받아 변방에 좌천되었던 가태부를 효문제가 불러 밤새 가까이 마주 앉아 귀신에 대해 논했던 일을 말함.


네. 이 작품은 제목 그대로 정철의 '사미인곡'과 '속미인곡'을 계승하려는 의도가 있어보입니다. '여성 화자의 목소리'로 님에 대한 사랑을 노래한 것이 비슷한 면이 있는데요. 본문(수능특강 수록부분입니다)을 읽어보면 다른 점이 있죠?

 

중략 전까지는 양미인곡(사미인곡, 속미인곡)과 유사하게 임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자신을 모함하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를 합니다.

중략 이후부터는 겨울부터 여름까지 해서 계절의 변화에 따른 유배지에서의 참담한 생활이 강조되는데요. 화자를 괴롭게 하는 유배지의 다양한 상황들이 사실적으로 자세히 서술됩니다. 이는 조선 후기 가사의 사실화, 서사화 경향을 보여주는 부분입니다. 화자는 자신이 겪는 유배지에서의 고통을 설의법을 반복하여 강조하고 이러한 유사한 상황(고통스러운 상황)을 반복적으로 보여줘 자신이 겪는 고통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이 부분부터는 어조가 조금 변하는데요. 이 전까지는 유배지에서의 고통을 말한다면(외부적 고통) 이 부분부터는 생각을 통해 자신에 대해 생각하고 자신이 본래 살던 집에 대해 집작하며 안타까워하는 모습을 드러냅니다. 자신의 비참한 처지에 대해 드러내는 모습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자신에 대해 말하면서 자신이 쓸모 있는 신하라는 점을 밝히는 데요. 그리고 나서 '우리 임 아니시면 누구를 다시 의지하겠냐'며 임금에 대한 믿음을 보여주며 더 나아가 자신이 임금에게 가치있는 신하임을 밝히려는 적극적 태도를 보여줍니다.

그리고 임에 대해 생각하며 급(!) 자신의 과거 행동을 반성하고 그 동기를 밝히는데요. 이는 자신이 잘못이 있다는걸 인정하기보다는 다 님을 위한 행동이었다는 것을 더 드러내는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그 후 임의 은혜에 대해 말하면서도 자신과 동일시되는 '가을부채(가을이 된면 쓸모없어지는 물건)'을 통해 안타까운 현재의 정서를 말하며 임을 위해 옷(임에 대한 사랑을 상징)을 짓지만 누구를 위해서 단장할 것이냐며 슬퍼합니다.

 

이런 간절한 마음이 통했는지 화자는 꿈 속에서 임을 만나는데요. 꿈 속에서 옥루 높은 곳에 밤마다 임을 모셔 서로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즐거운 시간을 보내지만 '닭 소리(장애물)'에 잠을 깨어버립니다. (이 부분은 속미인곡과 유사합니다) 잠에서 깬 화자는 생생한 꿈으로 인해 어느 날 이내 꿈을 진짜로 삼을 수 있을 것인가 안타까워하면서도 임금께서 고치기를 날마다 바라노라며 변함없는 충성의 마음을 드러냅니다.

이렇게 속 사미인곡에서는 '유배 생활의 고통과 연군의 정서'를 드러내는데요. 제목이 '속사미인곡'이지만 전체적인 내용 면에서는 유배의 노정과 유배객의 생활 및 심정을 사실적으로 보여주는 점이 차이가 있습니다.(실제 속사미인곡은 다른 유배 가사에 비해 유배 생활의 시련이 보다 자세히 서술되어 있어 조선 후기 가사의 사실화, 서사화 경향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문학사적 의미가 있다고 합니다). 이번 지문의 부분은 본사의 일부와 결사 부분인데요. 자신의 죄 없음과 억울함, 유배생활의 괴로움, 임을 향한 그리움, 임과 사랑을 회복하여 재회하기를 바라는 마음이 여성화자의 목소리로 표현되어 있습니다.

그럼 이제 해석본을 다시한번 보며 학습을 마무리해보도록 합시다.



오늘도 수고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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