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 위의 옥황상제가 산다는 궁궐의 열두 누각은 어디인가?
오색구름 깊은 곳에 하늘의 신선이 사는 집을 가렸으니
하늘 문 구만 리를 꿈이라도 갈동말동.
차라리 죽어져서 억만 번 변화하여
남산 늦은 봄날에 두견의 넋이 되어
배꽃 가지 위에서 밤낮으로 못 울거든,
신선이 사는 고을 안에 저문 하늘 구름 되어
바람에 흩나리며 궁궐에 날아올라
옥황상제 앞에 놓인 상 앞에 가까이 나가 앉아
가슴 속에 쌓인 말씀 실컷 말하리라.
아아! 이내 몸이 세상에 늦게 나니
황하수 맑다마는 굴원의 후신인가?
상심도 끝이 없고 가의의 넋이런가?
한숨은 무슨 일인고? 형강은 고향이라.
십 년을 유배 생활로 떠돌아 다니니 흰 갈매기와 벗이 되어
함께 놀자 하였더니 아양을 부리는 듯 사랑하는 듯하구나
남의 없는 임을 만나 금화성 백옥당의
꿈조차 향기롭다.
오색실 이음 짧아 임의 옷을 못 하여도
바다 같은 임의 은혜 조금이나마 갚으리라.
백옥 같은 이내 마음 임 위하여 지키고 있었더니
장안 어젯밤에 무서리 섞어 치니
해질녁 긴 대나무에 의지하여 선 푸른 옷 소매도 찬 기운 돌만큼 엷구나
난꽃을 꺽어 쥐고 임 계신 데 바라보니
도저히 건널 수 없는 전설의 강이 가로놓인 데에 구름 길이 험하구나.
다 썩은 달의 얼굴 첫맛도 채 몰라서
초췌한 이 얼굴이 임 그려서 이리 되었구나.
험한 물결 한가운데 긴 장대 위에 올랐더니,
끝이 없는 회오리 바람이 관리의 바다 중에 내리나니
억만 길이의 못에 빠져 하늘땅을 모르겠도다.
노나라 흐린 술에 한단이 무슨 죄며
진나라 사람들이 취한 잔에 월나라 사람들이 웃은 탓인고?
성문 모진 불에 옥석이 함께 타니
뜰 앞에 심은 난이 반이나 시들었구나.
저물녘 오동잎에 내리는 비에 외기러기 울며 갈 때
관산만리 길이 눈에 아른아른 밟히는 듯,
이백의 시 고쳐 읊고 팔도 한을 스쳐 보니
화산에 우는 새야, 이별도 괴로워라
망부 산전에 석양이 되었구나,
기다리고 바라다가 시력이 다했던가?
낙화는 말이 없고 창문이 어두우니
입 노란 새끼 새들이 어미를 그리는구나.
팔월 가을바람이 띠집을 거두니
빈 새집에 쌓인 알이 물과 불을 못 면하도다.
살아서 이별하고 죽어서 헤어짐을 한 몸에 혼자 맡아
긴 흰머리가 하룻밤에 길기도 길구나
풍파에 헌 배 타고 함께 놀던 저 무리들아,
하늘이 보이는 강에 지는 해와 배와 노는 탈이 없는가?
밀거니 당기거니 염어퇴를 겨우 지나
만 리나 되는 멀고도 험한 길을 멀리멀리 견주더니
바람에 당겨서 붙게 하여 흑룡강에 떨어진 듯,
천지는 끝이 없고 물고기와 거러기가 무정하니
옥 같은 얼굴을 그리다가 말려는고?
매화나 보내고자 역마를 바꾸어 타는 곳과 통하는 길을 바라보니
옥 대들보에 걸린 밝은 달을 옛 보던 낯빛인 듯
햇볕을 언제 볼고 눈비를 혼자 맞아
푸른 바다 넓은 가에 넋조차 흩어지니
나의 긴 소매를 누굴 위하여 적시는고?
태상 일곱 분이 신선의 명이시니
천상 남루에 생활과 피리를 울리시며
지하 북풍의 죽은 목숨을 벗기실까?
죽기도 운명이요, 살기도 하늘이니
진나라와 채나라에서 당한 횡액도 공자를 못 면하여
죄인처럼 묶였으나 죄가 없음을 군자인들 어이 하리?
오월의 서리가 눈물로 어리는 듯
삼 년 큰 가뭄도 원한으로 되었도다.
죄 지은 사람이 고금에 한둘이며
고위직의 늙은 신하의 서러운 일도 많기도 많다.
하늘과 땅이 병이 들어 혼돈 상태가 죽은 후에
하늘이 침울할 듯 천한 사람의 감옥이 비치는 듯,
유배지에서 나라만 생각하는 충정에 원망스럽고 분한 마음만 쌓였으니
차라리 한 눈이 먼 말같이 눈 감고 지내고 싶구나
울적하고 막막하여 못 믿을 것은 조화로다.
이러나 저러나 하늘을 원망할까?
큰 도적도 몸성히 놀고 백이도 굶어 죽으니
동릉이 높은 걸까, 수양산이 낮은 걸까
‘장자’삼십 편에 의론도 많기도 많구나.
남가의 지난 꿈을 생각거든 싫고 미워라
고국 무덤을 꿈에 가 만져 보고
선인의 무덤을 깬 후에 생각하니
겹쳐진 속마음이 굽이굽이 끊어졌구나
병을 발생하게 하는 구름이 대낮에 흩어지니
호남의 어느 곳이 음험한 사람이 모이는 곳인지,
온갖 도깨비가 실컷 젖은 기에
백옥은 무슨 일로 푸른색이 도는 파리의 깃이 되었는가?
북풍에 혼자 서서 끝없이 우는 뜻을
하늘 같은 우리 임이 전혀 아니 살피시니
목란과 가을 국화의 향기로운 탓이런가?
한나라 때의 반첩여와 궁녀가 복이 없고 팔자가 사나운 몸이런가?
임금의 은혜가 물이 되어 흘러가도 자취없고
임금의 얼굴이 꽃이로되 눈물 가려 못 보겠구나.
이 몸이 녹아져도 옥황상제 처분이요,
이 몸이 죽어져도 옥상상제 처분이라.
녹아지고 죽어서 혼백조차 흩어지고
반신의 해골같이 임자없이 굴러다니다가
곤륜산 제일봉에 매우 큰 소나무가 되어 있어
바람 비 뿌린 소리 임의 귀에 들리게 하거나,
내세에 다시 태어나서 금강산의 학이 되어
일만 이천 봉에 마음껏 솟아올라
가을 달 밝은 밤에 두어소리 슬피 울어
임의 귀에 들리게 하는 것도 옥황상제의 처분이겠구나.
한이 뿌리되고 눈물로 가지 삼아
임의 집 창밖에 외나무 매화 되어
눈 속에 혼자 피어 배겟머리에 시드는 듯,
드문드문 비치는 달그림자가 임의 옷에 비치거든
불쌍한 이 얼굴을 너로구나 반기실까?
동풍이 정이 있어 매화 향기를 불어 올려
고겨란 이내 생애 죽림에나 부치고 싶구나.
빈 낚싯대 비껴들고 빈 배를 혼자 띄워
한강 건너 저어 옥황상제가 거처하는 곳에 가고 싶구나
그래도 한 마음은 조정에 달려 있어
연기를 쐬어 검어진 도롱이 속에 임 향한 꿈을 깨어
임금이 계신 곳을 온 세상에 바라보고
그릇되어 머뭇거리며 옳게 머뭇거리며 이 몸의 탓이런가?
이 몸이 전혀 몰라 하늘의 이치가 아득하여 알 수 없으니
물을 길이 전혀 없다. 복희씨 육십사괘
천지 만물 생긴 뜻을 임금을 꿈에 뵈어
자세히 여쭙고 싶구나, 하늘이 높고 높아
말없이 높은 뜻을 구름 위에 나는 새야,
네 아니 알겠더냐. 아아! 이내 가슴
산이 되고 돌이 되어 어디 어디 쌓였으며
비가 되고 물이 되어 어디 어디 울며 갈꼬?
아무나 이내 뜻을 알 이 곧 있으면
영원토록 사귀어서 영원토록 공감하리라.
-조위, 「만분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