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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누구나 한번쯤 자기만의 세계, 자기만의 이상을 그리고 살아갑니다. 하지만, 현실을 살아가다보면 현실의 제약에 점차적으로 그 세계와 이상을 버리고 현실에 적응하게 되는게 보통 사람의 삶이죠. 내가 생각한 미래를 위해 현재를 희생해 살아가지만 그 현재가 익숙해져버려 오히려 미래의 꿈을 버리게 되는 게 보통 삶의 모습인 것 같습니다.

이번 시간에 다룰 시 '구두'에서는 이러한 보통의 삶을 살던 화자가 새로운 세계로 나아가려는 의지를 드러내려는 모습을 그리고 있습니다.

시에서 처음에 화자는 처음 사회에 나온 새내기로 보입니다. 구두(현실의 제약)를 샀지만 날뛰는 발(이상)을 가진 사람이었죠. 그러나 큰 구두를 신다보니 마음대로 뛰지 못하고 천천히 걸을 수 밖에 없었습니다. 새장에 갇힌 새와 같은 꼴이 된 것이죠. 화자는 그래도 모자나 구름 등의 이상을 자신의 세계에 놓아보지만 현실의 제약에서 조그마한 먹이통과 구멍에 만족할 뿐 날지 않게 됩니다.(현실에의 적응) 이후 변화가 생깁니다. 화자가 새로운 구두를 산 것이죠. 이 새로운 구두를 산 것은 화자가 지금까지의 삶보다는 새로운 이상을 추구하는 모습으로 볼 수 있습니다. 아직 물에 젖지 않은 세상의 때묻지 않은 구두를 신고 화자는 자신의 이상의 세계로 날아가려는 모습을 보입니다.

이러한 내용을 바탕으로 전문을 읽고 전문해석을 통해 학습을 마무리해보도록 합시다:)

 


나는 새장을 하나 샀다

그것은 가죽으로 만든 것이다

날뛰는 내 발을 집어넣기 위해 만든 작은 감옥이었던 것

처음 그것은 발에 너무 컸다

한동안 덜그럭거리는 감옥을 끌고 다녀야 했으니

감옥은 작아져야 한다

새가 날 때 구두를 감추듯

 

새장에 모자나 구름을 집어넣어본다

그러나 그들은 언덕을 잊고 보리 이랑을 세지 않으며 날지 않는다

새장에는 조그만 먹이통과 구멍이 있다

그것이 새장을 아름답게 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나는 오늘 새 구두를 샀다

그것은 구름 위에 올려져 있다

내 구두는 아직 물에 젖지 않은 한 척의 배,

 

한때는 속박이었고 또 한때는 제멋대로였던 삶의 한 켠에서

나는 가끔씩 늙고 고집센 내 발을 위로하는 것이다

오래 쓰다 버린 낡은 목욕통 같은 구두를 벗고

새의 육체 속에 발을 집어넣어보는 것이다

 

 

- 송찬호, 「구두」

포인트 쏙쏙!

1. 처음의 구두와 마지막 구두를 비교해야 합니다. 처음의 구두는 이상을 가진 화자를 구속시키려는 현실의 제약이고 마지막의 구두는 이상을 추구할 수 있게 해주는 가능성으로 다른 의미를 가집니다:)

2. 화자의 이상추구의 의지는 날고싶다는 새의 모습을 통해 구체화 되고 있습니다. 구두에서 새로 변이되고 변주되는 모습에 혼동하기보다는 날고 싶다는 의미 자체에 집중하면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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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남은 헤어짐을
헤어짐은 만남을
전제한다

이런 불교적 진리를 바탕으로 한 명시 '님의 침묵'. 이번 시간에 다룰 시는 한국인에게 가장 익숙한 시일 수 있는 '님의 침묵'입니다.

'님과의 이별 상황의 발생 - 이로인한 슬픔 - 새로운 만남의 희망으로의 역전 - 새로운 만남의 의지와 확신'의 내용 구조를 가진 이 시는 이러한 내용을 유려한 글귀로 표현하였습니다. 따로 내용 설명을 듣지 않아도 시를 읽고 내용을 이해하는 것이 가장 좋습니다.

시를 읽고 시 해석본을 통해 표현법 등을 학습 한 후 마지막 포인트를 통해 학습을 마무리해보도록 합시다:)

 


님은 갔습니다. 아아, 사랑하는 나의 님은 갔습니다.

푸른 산빛을 깨치고 단풍나무 숲을 향하여 난 작은 길을 걸어서, 차마 떨치고 갔습니다.

황금(黃金)의 꽃같이 굳고 빛나던 옛 맹서(盟誓)는 차디찬 티끌이 되어서 한숨의 미풍(微風)에 날아갔습니다.

날카로운 첫 키스의 추억(追憶)은 나의 운명(運命)의 지침(指針)을 돌려 놓고, 뒷걸음쳐서 사라졌습니다.

나는 향기로운 님의 말소리에 귀먹고, 꽃다운 님의 얼굴에 눈멀었습니다.

사랑도 사람의 일이라, 만날 때에 미리 떠날 것을 염려하고 경계하지 아니한 것은 아니지만, 이별은 뜻밖의 일이 되고, 놀란 가슴은 새로운 슬픔에 터집니다.

그러나 이별을 쓸데없는 눈물의 원천(源泉)을 만들고 마는 것은 스스로 사랑을 깨치는 것인 줄 아는 까닭에, 걷잡을 수 없는 슬픔의 힘을 옮겨서 새 희망의 정수박이에 들어부었습니다.

우리는 만날 때에 떠날 것을 염려하는 것과 같이, 떠날 때에 다시 만날 것을 믿습니다.

아아, 님은 갔지마는 나는 님을 보내지 아니하였습니다.

제 곡조를 못 이기는 사랑의 노래는 님의 침묵(沈默)을 휩싸고 돕니다.

 

 

- 한용운, 「님의 침묵」

이 시에서 포인트는

1. 본문에 표기해 둔 것과 같이 행마다의 내용 구조를 이해하는 것입니다. 이별-이별의 슬픔-희망으로 전환-희망의 확신의 내용 변경되는 부분을 잘 파악하는 것이 좋습니다.

2. 당연히 시상이 전환되는 부분은 자주 물어볼 수 밖에 없습니다:) 7행의 '그러나'는 당연 중요할 수 밖에 없죠.

3. 역설법이 쓰인 부분을 잘 이해해야 합니다. 이 시에서는 역설법을 통해 님의 소중함을 잘 드러내고 있습니다.

가. 나는 향기로운 님의 말소리에 귀먹고, 꽃 다운 임의 얼굴에 눈멀었습니다 - 그만큼 님이 나에게 매력적(내 인생에 큰 영향을 주는 인물)이라는 것을 역설적으로 드러내고 있습니다.

나. 님은 갔지마는 나는 님을 보내지 않았습니다. - 이별했지만 내 마음 속에 님을 간직하고 있기에 영원히 사랑이 간직될 것임을 나타내고 있습니다.

그럼 오늘도 수고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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든 시기일 수록 다른 사람을 대하는 태도가 빛을 발하는 법인 것 같습니다. 그런 측면에서 이번 시간에 다룰 시 '황혼'에서는 힘든 상황에서 소외되고 외로운 사람들에게 따뜻한 시선을 보내는 인류애를 느낄 수 있고 다른 사람들에 대한 애정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알 수 있습니다.

시의 내용은 이렇습니다.

화자는 지금 골방에 앉아있습니다. 그리고 커튼을 걷고 창밖의 황혼을 바라봅니다. 저물어가는 해의 붉은 기운을 보며 인간이 가진 외로움에 대해 생각하던 화자는 황혼의 따뜻한 온기를 느끼며 다른 소외되고 외로운 사람들에게도 이 온기를 보내고 싶어합니다. 황혼의 손에서 모든 것으로 인식을 확대한 화자는 이제 점층적으로 이 인식을 나열하며 구체화하며 그들에 대한 애정을 보입니다.(이 때 현실 상황을 대입해 보면 소외되고 외로운 이들은 일제 강점기 하에서 고통받는 사람들, 전세계적으로 제국주의로 인해 정복이 일어나고 식민지가 생겨나는 상황에서 고통받는 사람들에게 관심과 애정을 보이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그렇게 화자는 골방 안에서 지구의 반쪽(소외된 그늘 부분)을 바라보며 애정어린 시선을 보내고 있습니다. 이러한 애정으로 지금 화자가 있는 골방도 아늑해집니다. 화자는 내일도 골방안에서 황혼을 바라보고 싶어 합니다. 단, 이러한 의지를 가지면서도 인간의 꿈과 한계에 대한 인식으로 마지막 부분에 미래를 우려하는 모습도 보입니다.

이 시는 전반적으로 표현법보다는 내용에 대한 이해가 중요합니다.

이제 이를 바탕으로 전문을 읽고 전문해석을 통해 학습을 마무리해보도록 합시다:)

 


내 골방의 커-튼을 걷고

정성된 맘으로 황혼을 맞아들이노니

바다의 흰갈매기들같이도

인간은 얼마나 외로운 것이냐

 

황혼아 네 부드러운 손을 힘껏 내밀라

내 뜨거운 입술을 맘대로 맞추어 보련다

그리고 네 품안에 안긴 모-든 것에

나의 입술을 보내게 해다오

 

저-십이성좌의 반짝이는 별들에게도

종소리 저문 삼림 속 그윽한 수녀들에게도

시멘트 장판 위 그 많은 수인(囚人)들에게도

의지할 가지 없는 그들의 심장이 얼마나 떨고 있을까

 

고비사막을 끊어가는 낙타 탄 행상대에게나

아프리카 녹음 속 활 쏘는 인디언에게라도

황혼아 네 부드러운 품안에 안기는 동안이라도

지구의 반쪽만을 나의 타는 입술에 맡겨다오

 

내 오월의 골방이 아늑도 하오니

황혼아 내일도 또 저-푸른 커-튼을 걷게 하겠지

암암(暗暗)히 사라지긴 시냇물 소리 같아서

한번 식어지면 다시는 돌아올 줄 모르나 보다

 

- 이육사, 「황혼」

오늘도 수고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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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든 시간은 존재하지만 그 힘든 시간을 과거로 보내고 미래를 준비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이번 시간에 다룰 시 '바다에서'는 과거의 힘들고 거칠었던 시간을 뒤로 하고 밝은 미래를 준비하려는 의지를 드러내고 있습니다.

시의 내용은 이렇습니다.

나의 인생은 파도에 휩쓸리며 이리저리 흔들렸습니다. 차가운 물보라에 나는 울음을 참아야 했고 나는 홀로였습니다. 일어났다 넘어졌다 스스로 거칠어지며 무너지기도 하는 나날이었습니다. 하지만 지금 현재의 나는 이런 과거의 나와 결별하려고 합니다.(본문 아득히 띄워보내고) 지금 바다 속에 깊이 잠겨있는 상태지만 나는 하늘을 생각합니다. 나에게 이 생각의 시간은 꽃처럼 황홀한 순간입니다. 다시 슬픔의 시간이 오고 잠기더라도 나는 이제 자신에 대해 뉘우치고 반성하지 않은 당당한 내가 될 수 있는 하늘을 꿈꿀 것입니다.

시인은 이러한 내용을 효과적으로 표현하기 위해서

'바다'와 '하늘'을 대조시켜 의미를 전달합니다. '바다'는 현실의 시련과 고난, 슬픔을 상징하고 '하늘'은 꿈과 이상을 의미합니다. 시의 제목이 '바다에서'이다보니 '바다'를 긍정적으로 오해할 수 있지만 그렇지 않다는 것 이점이 포인트입니다:)

 


차운 물보라가

이마를 적실 때마다

나는 소년처럼 울음을 참았다.

 

길길이 부서지는 파도 사이로

걷잡을 수 없이 나의 해로(海路)가 일렁일지라도

나는 홀로이니라,

나는 바다와 더불어 홀로이니라.

 

일었다간 스러지는 감상(感傷)의 물거품으로

자폭(自暴)의 잔(盞)을 채우던 옛날은

이제 아득히 띄워보내고,

 

왼몸을 내어맡긴 천인(千仞)의 깊이 위에

나는 꽃처럼 황홀한 순간을 마련했으니

 

슬픔이 설사 또한 바다만 하기로

나는 뉘우치지 않을

나의 하늘을 꿈꾸노라.

 

 

- 김종길, 「바다에서」

오늘도 수고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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든 순간에 항상 긍정적일 수는 없습니다. 때로는 현실에 지쳐서 한없이 절망하고 좌절할 때도 있죠. 이번 시간에 다룰 '목마와 숙녀' 역시 그렇습니다. 6.25를 경험한 후 시인이 느낀 문명과 인간에 대한 한없는 절명과 좌절을 노래하고 있습니다. 때문에 이 시는 어쩌면 난해하고 어쩌면 그저 우울하기만 합니다.

이 시는 비극적인 삶을 살다간 문인 '버지니아 울프'의 생애를 이야기하며 이와 관련해 염세주의에 빠질 수 밖에 없는 현실에 대한 화자의 슬픔을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때문에 난해한 이 시의 특징은

1. 의미 전달보다는 분위기를 표현하는 것 위주라는 점.

2. 전후(6.25. 전쟁 이후)의 허무주의적 색채가 짙다는 점.

3. 산문체이면서도 리듬감이 느껴진다는 점.(반복에 의한 운율형성)

또한 중간 부분에서 화자는 '~해야 한다’는 당위적 종결법을 반복하고 있지만, 그것은 당위나 결단의 모습이라기보다는 절망적 현실을 수용할 수밖에 없다는 체념에 가깝다는 점을 알고 희망을 가지는 것이 아닌 점을 알아야 합니다.

그리고, 마지막 부분에 가서 부분적으로 시적 화자가 인생을 돌아보고, 체념적 상황에 대해 반성하기도 하지만, 그가 삶에 대해 갖고 있는 비관적 태도를 극복하고 있는 것은 아닙니다. 이 시의 전체적인 분위기는 염세주의로 화자는 비관에 빠져있다는 점을 잊지 말기 바랍니다.

그럼 전문을 읽고 전문해석을 통해 학습을 해보도록 합시다.

 


한 잔의 술을 마시고

우리는 버지니아 울프의 생애와

목마를 타고 떠난 숙녀의 옷자락을 이야기한다.

목마는 주인을 버리고 거저 방울 소리만 울리며

가을 속으로 떠났다. 술병에서 별이 떨어진다.

상심한 별은 내 가슴에 가벼웁게 부숴진다.

그러한 잠시 내가 알던 소녀는

정원의 초목 옆에서 자라고

문학이 죽고 인생이 죽고

사랑의 진리마저 애증의 그림자를 버릴 때

목마를 탄 사랑의 사람은 보이지 않는다.

세월은 가고 오는 것

한때는 고립을 피하여 시들어 가고

이제 우리는 작별하여야 한다.

술병이 바람에 쓰러지는 소리를 들으며

늙은 여류 작가의 눈을 바라다보아야 한다.

……등대에……

불이 보이지 않아도

그저 간직한 페시미즘의 미래를 위하여

우리는 처량한 목마 소리를 기억하여야 한다.

모든 것이 떠나든 죽든

그저 가슴에 남은 희미한 의식을 붙잡고

우리는 버지니아 울프의 서러운 이야기를 들어야 한다.

두 개의 바위틈을 지나 청춘을 찾는 뱀과 같이

눈을 뜨고 한 잔의 술을 마셔야 한다.

인생은 외롭지도 않고

그저 잡지의 표지처럼 통속하거늘

한탄할 그 무엇이 무서워서 우리는 떠나는 것일까.

목마는 하늘에 있고

방울 소리는 귓전에 철렁거리는데.

가을바람 소리는

내 쓰러진 술병 속에서 목메어 우는데.

 

 

 

- 박인환, 「목마와 숙녀」

오늘도 수고했습니다. 삶에서 위 시처럼 염세주의에 빠질 때도 분명있습니다. 하지만 터널의 끝에는 빛이 있다는 점 이 점을 꼭 잊지 말았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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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에 대해 생각하고 자신이 생각하는 자아의 모습을 찾아가는 것은 어쩌면 우리 생에 가장 중요한 숙제인 것 같습니다. 이번 시간에 다룰 시 '길'에서는 이러한 자아를 찾는 문제를 길이라는 상징적인 소재를 통해 표현하고 있습니다.

시의 내용은 이렇습니다.

나는 뭔가를 잃어버린걸 자각합니다(내가 원하는 내 미래의 모습). 하지만 잃어버린것이 무엇인지는 아직 잘모릅니다(내가 무엇을 하는 것이 바람직한지 잘 알지못함). 그 잘모르겠는 것을 명확히 알고 찾기위해 길을 떠납니다.

그 길은 편안하지않습니다. 돌로 가득해 걷기 편하지않고 발이 아픈 길입니다. 또한 돌담을 끼고있어 앞길이 잘 보이지 않는 막막한 길입니다.

이 돌담을 지나갈수있는 철문은 굳게 닫혀있고 지금의 현실은 힘들기만합니다. 나는 계속 길을 걷지만 돌담에 가로막혀 담 너머로 가지 못하고 있습니다.(자아를 찾으려하지만 자신이 찾으려는 자아를 명확히 하지못하고 찾지못함) 이렇게 막혀있을때 하늘을 보니 하늘은 어두운 곳에 있는 나와 다르게 푸르기만 하고 그 푸름이 나와 달라 나는 부끄럽기만 합니다.

이 길은 돌로 가득차있고 풀한포기없기에 걷기에 너무 힘듭니다. 그러나 나는 이 길을 계속 걷습니다. 내가 찾는 나는 결국 담 너머에 있고 나는 그 것(이상적인 자아의 모습)을 찾기 위해 살아가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내용을 효과적으로 표현하기 위해 시인은

1. 고백적 어조를 통해 내면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2. '길', '담', '문', '돌' 등의 소박하면서도 보편적인 단어의 상징을 활용해 자아를 찾는 관념적인 행위를 형상화 하고 있습니다.

그럼 전문을 읽고 전문해석을 통해 학습을 마무리해보독 합시다:)

 

잃어버렸습니다.

무얼 어디다 잃었는지 몰라

두 손이 주머니를 더듬어

길에 나아갑니다.

 

돌과 돌과 돌이 끝없이 연달아

길은 돌담을 끼고 갑니다.

 

담은 쇠문을 굳게 닫아

길 위에 긴 그림자를 드리우고

 

길은 아침에서 저녁으로

저녁에서 아침으로 통했습니다.

 

돌담을 더듬어 눈물짓다

쳐다보면 하늘은 부끄럽게 푸릅니다.

 

풀 한 포기 없는 이 길을 걷는 것은

담 저쪽에 내가 남아 있는 까닭이고,

 

내가 사는 것은, 다만,

잃은 것을 찾는 까닭입니다.

 

 

- 윤동주, 「길」

오늘도 수고하셨습니다. 이 시와 같이 인생은 끝없이 길을 걷는 것같습니다. 지칠때도 있겠지만 계속 걷다보면 우리가 찾고자하는 우리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을겁니다.

+) 윤동주 시의 특징

: 윤동주 시의 특징은 '자기성찰'과 '부끄러움', '이상적 자아 찾기'라고 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윤동주 시인은 '일제강점기'라는 부정적인 상황에서 '시인'이라는 '시대의 진실을 말하는' 천명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행동하지 못하는 자신에 대해 성찰하는 시를 많이 썼습니다. 이는 실제로 행동하지 않아서라기 보다는 자신이 어떻게 행동해야 할지에 대해 아직 결정을 하지 못해서에 가까우며 계속해서 이 시대에 어떤 사람이 되어 행동해야 할 까(시인이 생각하는 이상적 자아)를 고민하는 모습을 많이 보였습니다. 현재의 자신은 이 이상적자아를 찾는 중이고, 때문에 당연히 이에 도달하지 못했기 때문에 시에서 화자는 부끄러워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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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절은 사람에게 많은 영향을 미칩니다. 그중에서 가을을 특히 애수에 젖은 감정을 느끼기에 가장 좋은 계절이 아닐까 싶네요. 이 번에 다룰 시 '가을의 기도'에서는 시인이 가을을 맞이하여 절대 고독을 통해 삶의 궁극적 가치를 추구하고자 하는 경건한 마음을 기도의 형식으로 고백하고 있습니다.

시인은

1연에서는‘가을’이 삶의 궁극적 가치를 추구하는, 내적 성숙을 위한 기도의 시간이 되기를 기원하고 있습니다. 2연에서는 ‘가을’이 아름다운 삶의 결실을 맺기 위한 사랑의 시간이 되기를 기도하고 있으며, 3연에서는 ‘가을’이 삶의 궁극적 경지에 다가가기 위한 절대 고독의 시간이 되기를 기도하고 있다.

이렇게 점층적으로 시상을 전개해나가며 1, 2연의 내용을 3연에 집중시켜 상징적 시어들을 통해 시인의 의지를 드러내고 있습니다.

이러한 내용에 집중하여 전문을 읽은 후 전문해석을 통해 학습을 마무리해보도록 합시다:)

 


가을에는

기도하게 하소서…….

낙엽들이 지는 때를 기다려 내게 주신

겸허한 모국어로 나를 채우소서.

 

가을에는

사랑하게 하소서…….

오직 한 사람을 택하게 하소서.

가장 아름다운 열매를 위하여 이 비옥한

시간을 가꾸게 하소서.

 

가을에는

호올로 있게 하소서…….

나의 영혼,

굽이치는 바다와

백합의 골짜기를 지나,

마른 나뭇가지 위에 다다른 까마귀같이.

 

 

- 김현승, 「가을의 기도」

오늘도 수고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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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한 사람의 임종을 지키는 것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매우 중요한 일입니다. 그만큼 마지막 순간은 소중하니까요. 그러기에 그 마지막 순간은 더욱 애틋한 법이죠. 이번에 다룰 시 '풀벌레 소리 가득 차 있었다'는 이러한 마지막 임종의 순간을 다루고 있습니다. 하지만, 시에서 임종의 순간은 비극적입니다. 바로 낯선 땅에서 침대도 없는 누추한 공간에서 맞는 임종이니까요. 그럼 내용 설명을 들어보도록 합시다.

시의 상황은 아버지가 임종을 맞는 상황입니다. 당연히 화자의 정서는 슬픔이겠죠. 포인트는 임종의 장소입니다. '우리집도 아니고 친척집도 아니고 고향도 아닌' 낯선 곳에서의 임종입니다. 지금이야 덜하지만 예전에는 고향이 주는 의미가 엄청났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결국엔 고향땅에 돌아가서 그곳에서 마지막을 보내고 그 땅에 묻히고 싶어했죠. 하지만 시에서 화자의 아버지는 정말 머나먼 낯선 땅에서 침대도 없을 만큼 누추한 곳에서 임종을 맞고 있습니다. 그 밤에 풀벌레 소리가 가득 찼던 그 날의 밤. 아버지가 임종을 맞는 밤에 느끼는 감정을 노래하고 있는 것이죠.

감상하실 때 주의할 점은 분명 비극적인 상황이지만 화자의 정서가 도드라지기 보다는 객관적인 느낌입니다. 왜 그런가를 생각하면서 감상하시고, 이후 전문해석을 통해 이유를 알아보고 쓰인 표현법을 공부하면 되겠습니다:)


우리 집도 아니고

일가 집도 아닌 집

고향은 더욱 아닌 곳에서

아버지의 침상(寢床) 없는 최후(最後) 최후의 밤은

풀벌레 소리 가득 차 있었다

 

노령(露領)을 다니면서까지

애써 자래운 아들과 딸에게

한 마디 남겨 두는 말도 없었고,

아무을 만(灣)의 파선도

설룽한 니코리스크의 밤도 완전히 잊으셨다

목침을 반듯이 벤 채

 

다시 뜨시잖는 두 눈에

피지 못한 꿈의 꽃봉오리가 갈앉고

얼음장에 누우신 듯 손발은 식어 갈 뿐

입술은 심장의 영원한 정지(停止)를 가리켰다

때늦은 의원(醫員)이 아모 말없이 돌아간 뒤

이웃 늙은이의 손으로

눈빛 미명은 고요히

낯을 덮었다

 

우리는 머리맡에 엎디어

있는 대로의 울음을 다아 울었고

아버지의 침상 없는 최후 최후의 밤은

풀벌레 소리 가득 차 있었다.

 

 

- 이용악, 「풀벌레 소리 가득 차 있었다」

 

오늘도 수고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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