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적 명절에 큰집에 가면 온가족이 모여 북적이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핸드폰도 없는 그 시절 오랜만에 만나는 가족과 그 간의 이야기를 하고 아이들은 뛰어 놀고요. 그러한 어린 시절의 추억은 성인이 되서까지 이어져서 어른이 된 지금도 그 시절을 이야기 하곤 합니다. 이번에 다룰 시 '여우난곬족'에서는 앞에서 말한 것과 같이 성인이 되서 다시 회상하는 '가족공동체 간의 유대감과 명절날의 정취'에 대해 말하고 있습니다.
시인은 어릴 시절에 명절에 큰집에 간 시절을 회상하며 친척들에 대해 서술하고, 다양한 명절의 모습을 시각적, 후각적, 촉각적으로 표현해 내며 명절 날 하루의 흐름을 회상하고 있습니다.
이를 시인은 현재의 시선이 아니라 어린 아이의 시점, 즉 어린시절 자신의 시점으로 관찰하고 서술하고 있습니다. 그 시점에서 하루의 시간에 흐름에 따라 시상이 전개되고 있는 것이죠. 명절날의 정취를 서술하기 위해 토속적인 시어를 구사하고 있으며 명절 풍경을 나열하고 열거하며 산문적으로 풀이했음에도 운율을 느낄 수 있게 해주고 있습니다.
그럼 전문을 읽은 후 전문해석을 통해 학습을 마무리해보도록 합시다^^
명절날 나는 엄매 아배 따라 우리 집 개는 나를 따라 진할머니 진할아버지가 있는 큰집으로 가면
얼굴에 별 자국이 솜솜 난 말수와 같이 눈도 껌벅거리는 하루에 베 한 필을 짠다는 벌 하나 건넛집엔 복숭아나무가 많은 신리 고무, 고무 딸 이녀(李女), 작은 이녀(李女)
열여섯에 사십(四十)이 넘은 홀아비의 후처가 된, 포족족하니 성이 잘 나는, 살빛이 매감탕 같은 입술과 젖꼭지는 더 까만, 예수쟁이 마을 가까이 사는 토산(土山) 고무, 고무의 딸 승녀(承女), 아들 승(承)동이
육십 리라고 해서 파랗게 뵈이는 산을 넘어 있다는 해변에서 과부가 된 코끝이 빨간 언제나 흰옷이 정하던, 말끝에 설게 눈물을 짤 때가 많은 큰골 고무, 고무의 딸 홍녀(洪女), 아들 홍동이, 작은 홍동이
배나무 접을 잘하는 주정을 하면 토방돌을 뽑는 오리치를 잘 놓는 먼 섬에 반디젓 담그려 가기를 좋아하는 삼춘, 삼춘 엄매, 사춘 누이, 사춘 동생들이 그득히들 할머니 할아버지가 있는 안간에들 모여서 방 안에서는 새 옷의 내음새가 나고
또 인절미, 송구떡, 콩가루차떡의 내음새도 나고, 끼때의 두부와 콩나물과 뽂운 잔디와 고사리와 도야지비계는 모두 선득선득하니 찬 것들이다.
저녁술을 놓은 아이들은 외양간 섶 밭마당에 달린 배나무 동산에서 쥐잡이를 하고, 숨굴막질을 하고 꼬리잡이를 하고, 가마 타고 시집가는 놀음 말 타고 장가가는 놀음을 하고 이렇게 밤이 어둡도록 북적하니 논다.
밤이 깊어 가는 집안엔 엄매는 엄매들끼리 아르간에서들 웃고 이야기하고, 아이들은 아이들끼리 웃간 한 방을 잡고 조아질하고 쌈방이 굴리고 바리깨돌림하고 호박떼기하고 제비손이구손이하고, 이렇게 화디의 사기방등에 심지를 몇 번이나 돋우고 홍게닭이 몇 번이나 울어서 졸음이 오면 아릇목싸움 자리싸움을 하며 히드득거리다 잠이 든다. 그래서는 문창에 텅납새의 그림자가 치는 아침 시누이 동세들이 욱적하니 흥성거리는 부엌으론 샛문 틈으로 장지문 틈으로 무이징게국을 끓이는 맛있는 내음새가 올라오도록 잔다.
- 백석, 「여우난곬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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