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든 순간에 항상 긍정적일 수는 없습니다. 때로는 현실에 지쳐서 한없이 절망하고 좌절할 때도 있죠. 이번 시간에 다룰 '목마와 숙녀' 역시 그렇습니다. 6.25를 경험한 후 시인이 느낀 문명과 인간에 대한 한없는 절명과 좌절을 노래하고 있습니다. 때문에 이 시는 어쩌면 난해하고 어쩌면 그저 우울하기만 합니다.

이 시는 비극적인 삶을 살다간 문인 '버지니아 울프'의 생애를 이야기하며 이와 관련해 염세주의에 빠질 수 밖에 없는 현실에 대한 화자의 슬픔을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때문에 난해한 이 시의 특징은

1. 의미 전달보다는 분위기를 표현하는 것 위주라는 점.

2. 전후(6.25. 전쟁 이후)의 허무주의적 색채가 짙다는 점.

3. 산문체이면서도 리듬감이 느껴진다는 점.(반복에 의한 운율형성)

또한 중간 부분에서 화자는 '~해야 한다’는 당위적 종결법을 반복하고 있지만, 그것은 당위나 결단의 모습이라기보다는 절망적 현실을 수용할 수밖에 없다는 체념에 가깝다는 점을 알고 희망을 가지는 것이 아닌 점을 알아야 합니다.

그리고, 마지막 부분에 가서 부분적으로 시적 화자가 인생을 돌아보고, 체념적 상황에 대해 반성하기도 하지만, 그가 삶에 대해 갖고 있는 비관적 태도를 극복하고 있는 것은 아닙니다. 이 시의 전체적인 분위기는 염세주의로 화자는 비관에 빠져있다는 점을 잊지 말기 바랍니다.

그럼 전문을 읽고 전문해석을 통해 학습을 해보도록 합시다.

 


한 잔의 술을 마시고

우리는 버지니아 울프의 생애와

목마를 타고 떠난 숙녀의 옷자락을 이야기한다.

목마는 주인을 버리고 거저 방울 소리만 울리며

가을 속으로 떠났다. 술병에서 별이 떨어진다.

상심한 별은 내 가슴에 가벼웁게 부숴진다.

그러한 잠시 내가 알던 소녀는

정원의 초목 옆에서 자라고

문학이 죽고 인생이 죽고

사랑의 진리마저 애증의 그림자를 버릴 때

목마를 탄 사랑의 사람은 보이지 않는다.

세월은 가고 오는 것

한때는 고립을 피하여 시들어 가고

이제 우리는 작별하여야 한다.

술병이 바람에 쓰러지는 소리를 들으며

늙은 여류 작가의 눈을 바라다보아야 한다.

……등대에……

불이 보이지 않아도

그저 간직한 페시미즘의 미래를 위하여

우리는 처량한 목마 소리를 기억하여야 한다.

모든 것이 떠나든 죽든

그저 가슴에 남은 희미한 의식을 붙잡고

우리는 버지니아 울프의 서러운 이야기를 들어야 한다.

두 개의 바위틈을 지나 청춘을 찾는 뱀과 같이

눈을 뜨고 한 잔의 술을 마셔야 한다.

인생은 외롭지도 않고

그저 잡지의 표지처럼 통속하거늘

한탄할 그 무엇이 무서워서 우리는 떠나는 것일까.

목마는 하늘에 있고

방울 소리는 귓전에 철렁거리는데.

가을바람 소리는

내 쓰러진 술병 속에서 목메어 우는데.

 

 

 

- 박인환, 「목마와 숙녀」

오늘도 수고했습니다. 삶에서 위 시처럼 염세주의에 빠질 때도 분명있습니다. 하지만 터널의 끝에는 빛이 있다는 점 이 점을 꼭 잊지 말았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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