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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이라는 단어는 많은 사람들에게 가슴 속 깊히 세겨져 있는 단어가 아닐까 싶습니다. 나이가 들 수 록 희미해지는 어린 시절의 기억이지만 희미해지는 기억 속에서 과거의 따뜻함은 잊혀지지 않고 향수로 남아서 영원히 기억 속에 남게 됩니다. 이번에 다룰 시 '향수' 역시 잊혀지지 않은 고향에 대한 아련한 기억을 노래하는데요. 이번에는 시의 내용 설명은 넘어가려 합니다. 왜냐하면 시인이 바로 시 속에 쉽게 자신의 기억 속의 고향이 어떤 곳인지 잘 표현했으니까요.

시인은 자신의 기억 속 고향의 모습을 표현하기 위해서

1. 다양한 감각적 이미지를 사용했습니다. 시각, 청각, 촉각, 공감각을 이용하여 자신이 생각하는 고향을 독자가 느낄 수 있는 감각적 이미지로 구체화하여 전달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감각적 이미지를 활용하면 전달하려는 바를 보다 구체적으로 전달할 수 있습니다.

2. 고향을 떠올릴 수 있는 향토적이고 토속적인 소재를 사용했습니다. 이 향토적이고 토속적인 소재에 대해 이야기 하며 자연스럽게 독자들에게 고향에 있는 사물, 풍경들을 전달하고 있습니다.

3. 후렴구를 사용하여 고향에 대한 그리움을 강조했습니다. 후렴구는 의미를 강조해주고, 운율을 형성하며 형태적인 안정감을 주는 역할을 합니다. 이 시에서는 '그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 리야'를 후렵구로 반복하여 고향에 대한 그리움을 강조하며 동시에 운율형성과 형태적 안정감을 주고 있습니다.

그럼 전문을 읽고 전문해석을 통해 학습을 마무리하도록 합시다:)

이 시같은 경우 다양한 표현법에 신경을 써야 하니 전문해석에 쓰인 표현법에 유의하여 학습하도록 합시다.


넓은 벌 동쪽 끝으로

옛이야기 지줄대는 실개천이 휘돌아 나가고,

얼룩백이 황소가

해설피 금빛 게으른 울음을 우는 곳.

 

- 그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 리야.

질화로에 재가 식어지면

비인 밭에 밤바람 소리 말을 달리고,

엷은 졸음에 겨운 늙으신 아버지가

짚베개를 돋아 고이시는 곳.

- 그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 리야.

흙에서 자란 내 마음

파란 하늘빛이 그리워

함부로 쏜 화살을 찾으려

풀섶 이슬에 함추름 휘적시던 곳.

 

- 그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 리야.

전설 바다에 춤추는 밤물결 같은

검은 귀밑머리 날리는 어린 누이와

아무렇지도 않고 예쁠 것도 없는

사철 발 벗은 아내가

따가운 햇살을 등에 지고 이삭 줍던 곳.

 

- 그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 리야.

하늘에는 성근 별

알 수도 없는 모래성으로 발을 옮기고

서리 까마귀 우지 짖고 지나가는 초라한 지붕

흐릿한 불빛에 돌아앉아 도란도란거리는 곳.

- 그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 리야.

 

- 정지용, 「향수」

오늘도 수고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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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山上)의 노래는 광복 후 민족의 미래를 고고한 태도로 모색하는 지사적인 풍모를 형상화 하고 있는 시입니다. 쉽게 말하면 일제 강점기를 견디고 나서 광복을 맞이하고도 민족의 미래에 대해 걱정하는 자신의 모습을 구체적인 사물을 통해 드러낸 시라고 할 수 있지요.

실제로 일제강점기가 끝났어도 광복을 우리 힘으로 이룬 것이 아니기 때문에 외부세력의 간섭이 있을 수 밖에 없었고 이에 대해 경계심을 가지며 미래를 준비해야 한다는 성찰은 많은 선지자들에게 있던 생각인데요. 시인도 이러한 생각을 가지고 있었고 이를 시를 표현했습니다. 그리고 이를 절제된 어조를 바탕으로 다양한 감각을 활용하여 나타내고 있죠.

시의 내용은 이렇습니다.

과거에 높은 산마루에서 이 부정적 상황(일제강점기)을 극복하기 위한 방법(광복)을 찾으며 울어왔다. 이제 아침이 와서 부정적 상황으로 인해 피폐해진 현실이 나아지는 소리가 마치 은은히 울려오는 종소리처럼 들린다. 이렇게 상황이 좋아지니 눈을 감아도 하늘은 꽃답기만 하다. 과거에서 떨던 샛별은 내 영혼의 촛불 속으로 숨게하여 따뜻하게 만들어 줄 수 있을 것 같다. 이마 위로 떠오르는 햇살역시 좋고, 입술에도 피가 돌아 옛 피리 가락을 불 수 있게 되었구나. 즐거운 세상이다 새들아 즐거이 노래를 부르자. 그러나 사슴과 토끼야 이 좋은 것들은 가지고 싸우지 말고 서로 양보하며 나누거라(남과 북이 각각 미국과 소련에 의해 통치되며 분열할 것에 대한 염려). 이제 이 햇살 가득한 산마루에서 맑은 바람에 옷자락을 날리며 나는 이제 미래를 위한 준비를 위해(민족이 하나되는 현실) 노래를 해야겠다.(미래에 대한 준비)

이러한 내용을 잘 전달하기 위해 시인은

1. 다양한 감각적 이미지를 사용했습니다. 이 시에서는 시각, 청각, 공감각 등 다양한 감각적 이미지가 쓰였는데요 이처럼 감각적 이지를 사용하면 시인이 나타내고자 하는 정서를 보다 구체적으로 나타낼 수 있다는 효과가 있습니다.

2. 담담하지만 명령형 어조를 사용하여 대상에게 행동을 유도하는 모습을 보입니다. 시인이 바라는 소망을 명령형 어조로 전달함으로써 강한 의지를 보여주는 것이죠.

3. 수미상관의 기법을 사용했습니다. 1연의 내용을 반복변주함으로써 달라진 상황에 대한 시인의 의지를 강조하면서도 운율을 형성하고 형태적인 안정감을 만들고 있습니다:)

그럼 전문을 읽고 전문해설을 통해 학습을 마무리해보도록 합시다:)


높으디높은 산마루

낡은 고목(古木)에 못 박힌 듯 기대어

내 홀로 긴 밤을

무엇을 간구하며 울어 왔는가.

 

아아 이 아침

시들은 핏줄의 구비구비로

사늘한 가슴의 한복판까지

은은히 울려오는 종소리.

 

이제 눈감아도 오히려

꽃다운 하늘이거니

내 영혼의 촛불로

어둠 속에 나래 떨던 샛별아 숨으라.

 

환히 트이는 이마 우

떠오르는 햇살은

시월상달의 꿈과 같고나.

 

메마른 입술에 피가 돌아

오래 잊었던 피리의

가락을 더듬노니

 

새들 즐거이 구름 끝에 노래 부르고

사슴과 토끼는

한 포기 향기로운 싸릿순을 사양하라.

 

여기 높으디높은 산마루

맑은 바람 속에 옷자락을 날리며

내 홀로 서서

무엇을 기다리며 노래하는가.

 

- 조지훈, 「산상(山上)의 노래」


오늘도 수고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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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가다보면 가장 중요한 것은 주변에 좋은 사람을 만드는 것이란 걸 느끼게 됩니다. 그래서 인지 점차적으로 사람을 만날 때 그 사람을 관찰하고 자신의 잣대로 판단하기도 하죠. 그러다보면 처음에는 인상이 아주 좋다가 별로인 사람도 있고, 인상이 별로였는데 점차적으로 이해하면서 가까워지는 사람도 있습니다. 오늘 다룰 시 '그 복숭아나무 곁으로'는 이러한 대상과의 관계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시의 내용은 이렇습니다.

나는 처음에 그 복숭아나무가 너무도 여려겹의 마음을 가지고 있어 가끼히 하고 싶지 않았습니다. 흰꽃과 분홍꽃을 나란히 피우고 있는 그 나무는 사람이 앉지 못할 그늘을 가졌을 거라고 생각해서 멀리로 멀리로 거리를 두고 있었습니다. 멀리서 바라보다 보니 그 나무의 흰꽃과 분홍꽃 사이에는 수천의 빛깔이 있다는 것을 알게되었고 점차적으로 나무의 내면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멀리서 그 나무를 바라보다보니 느끼게 된 것이죠. 자신에게 사람들이 왜 다가오지 않는지에 대해서 나무는 생각하지 못했을 겁니다. 왜냐하면 그 나무는 해야할 일이 하고싶은 일이 너무 많았기 때문이죠. 외로운 적도 있었겠지만 해야할 일을 하느라고 외로운 줄도 몰랐을 겁니다. 그 마음을 읽는 데 참 오랜 시간이 걸렸고 이제는 나무의 잎들은 모두 흩어져 날라갔습니다. 이제 할일을 다하고 조금은 심심한 얼굴을 하는 그 나무에게 나는 다가가 나무그늘아래서 가만히 저녁이 오는 소리를 들었습니다. 이제야 나무를 이해할 수 있는 것 같습니다.

처음에 나무에게 편견을 가진 화자가 점차적으로 인식의 심화를 통해 나무를 이해한다는 내용인데요. 사실 나무는 '다른 사람'을 의미하는 시어로 인간 관계에서 처음에 편견과 선입견으로 '다른 사람'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가 점차적으로 그 사람을 이해하고 다가가서 이해와 공감을 하는 것을 표현한 것이 이 시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내용을 효과적으로 설명하기 위해서 시인은

1. 의인법을 사용했습니다. 나무를 의인화하여 표현함으로써 시인이 드러내고자 하는 바를 비유를 통해 나타내고 있습니다.

2. 반복을 통해 의미를 강조하고 있습니다. '멀리로 멀리로', '눈부셔 눈부셔'등 중간중간 반복을 통해 화자가 나타내고자 하는 의미를 강조하고 있습니다. 또한, 산문형식에 가까운 시에서 이를 통해 운율형성도 하고 있습니다.

3. 도치법을 사용해서 강조했습니다. 마지막 문장을 도치를 통해 '저녁이 오는 소리를'을 강조함으로써 대상과의 거리가 사라진 모습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또한, 도치를 통해 정상적으로 문장을 종결하지 않음으로써 여운을 형성하기도 합니다:)

그럼 전문을 읽고 전문해석을 통해 학습을 마무리 해보도록 합시다:)


너무도 여러 겹의 마음을 가진

그 복숭아나무 곁으로

나는 왠지 가까이 가고 싶지 않았습니다

흰꽃과 분홍꽃을 나란히 피우고 서 있는 그 나무는 아마

사람이 앉지 못할 그늘을 가졌을 거라고

멀리로 멀리로만 지나쳤을 뿐입니다

흰꽃과 분홍꽃 사이에 수천의 빛깔이 있다는 것을

나는 그 나무를 보고 멀리서 알았습니다

눈부셔 눈부셔 알았습니다

피우고 싶은 꽃빛이 너무 많은 그 나무는

그래서 외로웠을 것이지만 외로운 줄도 몰랐을 것입니다.

그 여러 겹의 마음을 읽는 데 참 오래 걸렸습니다

흩어진 꽃잎들 어디 먼 데 닿았을 무렵

조금은 심심한 얼굴을 하고 있는 그 복숭아나무 그늘에서

가만히 들었습니다 저녁이 오는 소리를

 

- 나희덕, 「그 복숭아나무 곁으로」


오늘도 수고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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떼는 말이야....요즘 유행하는 인터넷 '밈'이자, 어느새 현실에서도 조크로 많이 쓰고 있는 말들이죠. 기성세대들이 했던 '나 때는 말이야'를 유머러스하게 바꿔서 비꼬기도, 오히려 기성세대들이 자신들이 했던 것들을 내려놓으며 자폭의 의미로 유머러스하게 쓰기도 하는 말인데요. 오늘 다룰 시 '한강물 얼고, 눈이 내린 날'같은 시를 접하다 보면, 왜 기성세대들 특히 7080들이 그렇게 '라떼(나 때 - 자신의 어릴적)'을 강조했는 지 알것 같습니다. 이 시에서는 자유가 억압되고 의사표현이 제한되는 사회에 대한 비판의도를 담고 있는데요. 현재에는 있을 수 없었던 이런 억압들(군사정권에 의한 독재)이 있던 사회에서 답답하게 자라난 세대들은 확실히 지금 세대의 자유로움이 어색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시의 내용은 이렇습니다.

한강물이 얼고 눈이 내린 추운날 우리는 강물에 붙들린 배들을 구경하러 나갔다. 우리는 얼어붙은 강물에 붙들린 배들을 구경하며 억압된 사회에 붙들린 사람들을 떠올리며 '훈련받나봐, 아니야 발등까지 딱딱하게 얼었대'라고 비웃어댔다. 그 추운날 우리는 이 얼어붙은 강물이 우리의 의사소통을 막는 사회와 같다고 생각하며 그 위로 빙그르르 빙그르르 굴러다녔다. 말하지 않아도 우리는 행동으로 이렇게 보여줄 수 있다. 무언의 반항이었다. 얼어붙은 강물과 추위로 언 하늘 사이에서 퍼지지 못하는 말들 우리의 의사표현은 이렇게 굳어 있었다. 얼어붙은 강에서 저어가지 못하는 배들과 얼어붙은 사회에서 날아가지 못하는 말들이 나란히 숨죽히고 있는 것을 비웃으며, 우리는 계속 뒹굴었지만...여전히 올 겨울은 몸시 추울 뿐이고 얼음은 여전히 '꽝꽝꽝' 단단하게 얼어있었다.

이 시를 학습할 때 내용 상의 주의점은

화자는 현실상황을 비판한다.(비웃음, 빙그르르) 그러나, 현실 상황이 바뀐점은 없다(현실은 전혀 나아지지 않았다.)는 점을 인식하는 것입니다. 마지막을 보면 추위로 대변되는 억압적 현실은 더욱 굳건해서 얼음이 더 단단하게 얼었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때문에 현실 상황은 바뀐 것이 없거나 더 안좋아진 것으로 생각할 수 있습니다.

이를 효과적으로 드러내기 위해서 시인은

1. 형상화의 방법을 사용했습니다. '형상화'란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을 눈에 보이는 것처럼 표현하는 방법입니다. 화자의 정서나 화자가 처한 상황을 구체적으로 보여줄 수 있기 때문에 시에서 참 많이 쓰이는 방법입니다. 이 시에서는 억압된 사회의 모습을 '추위', '얼어붙은 강', '그곳에 붙들린 배'들을 통해 형상화하여 보여주고 있습니다.

2. 반복의 방법을 사용했습니다. 반복은 의미강조와 운율형성의 기능을 하지고 있어 시에서 굉장히 중요한 표현기법입니다. 이 시에서는 특히 화자의 현실 대응을 나타내는 '비웃음', '빙그르르'를 반복하여 비판의도를 강조하면서도 운율을 형성하고 있습니다. 이런 반복의 한 갈래인 대구법(유사한 문장구조를 가진 문장을 병치하여 의미를 강조하는 기법) 역시 쓰여 의도를 강조하고 있습니다.

3. 행간걸침을 사용했습니다. '행간걸침'은 의도적으로 행을 구분하여 뒷 부분을 강조하는 방법입니다. 이 시에서도 2연의 '보았다', 3연의 '빙그르르'를 강조하기 위해 행간걸침을 사용한 것을 찾을 수 있습니다.

그럼 전문을 읽은 후 전문해석을 통해 학습을 마무리해보도록 합시다:)

 


한강물 얼고, 눈이 내린 날

강물에 붙들린 배들을 구경하러 나갔다.

훈련받나봐, 아니야 발등까지 딱딱하게 얼었대.

우리는 강물 위에 서서 일렬로 늘어선 배들을

비웃느라 시시덕거렸다.

 

한강물 흐르지 못해 눈이 덮은 날

강물 위로 빙그르르, 빙그르르.

웃음을 참지 못해 나뒹굴며, 우리는

보았다. 얼어붙은 하늘 사이로 붙박힌 말들을.

 

언 강물과 언 하늘이 맞붙은 사이로

저어가지 못하는 배들이 나란히

날아가지 못하는 말들이 나란히

숨죽이고 있는 것을 비웃으며, 우리는

빙그르르. 올 겨울 몹시 춥고 얼음이 꽝꽝꽝 얼고.

 

 

 

- 김혜순, 「한강물 얼고, 눈이 내린 날」

 

오늘도 수고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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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나 '강자에겐 강하고 약자에겐 부드러워야 한다', '불의를 보면 참지 말고 정의를 위해 행동해야 한다'라는 말이 맞는 말인 것은 알고 있고, 많은 사람들이 자신이 그런 처지에 왔을 때 그렇게 행동할 것이라고 말합니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현실의 억압은 너무나 두려운 점이 많고 나이가 들어갈 수록 자신이 쌓아온 것이 아까워서 그것을 잃는 것이 무서워서 부다한 일을 마주쳐도 피하며 자신이 감당할 수 있는 손해보지 않은 일들에만 언성을 높이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입니다.

이번에 다룰 김수영의 시 '어느 날 고궁을 나오면서'은 이러한 당연한 상황에서의 자신의 행동에 대한 반성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시인은 독재정권의 부정이나 사회적 부조리에는 맞서 싸우지 못하면서 사소한 일에 대해서만 분개하는 자신의 소시민적 삶을 치열하게 반성하고 있는 것이죠.(소시민은 평범한 보통의 시민 정도로 이해하면 되겠습니다.)

시의 내용은 이렇습니다.

나는 왜 조그만 일에 분개하는가. 왕궁의 음탕이란 큰 일은 무시하고 갈빗집의 여주인에게 욕을 해대는가. 언론의 자유를 요구하지 못하고 월남 파병에 반대하는 자유를 이행하지 못하고면서도 정정당당하게 이를 외치다 잡혀선 소설가를 위해 소리도 못치면서 왜 야경군들만 증오하는가. 하긴, 나의 이런 모습은 과거로부터 그랬다. 포로수용소에서 조롱을 들을 때도 나는 나서지 못하고 한편으로 피해있었다. 지금의 나의 모습은 이와 다르지 않다 중요한 일에는 결국 나서지 못하고 작은 일에 힘들어하며 사소한 일에 분개한다. 그래서 이렇게 옹졸하게 반항하며 힘없는 사람들에게 화를 낸다. 나는 정말 얼마나 작은 존재인가....나는 왜 이리 작은 존재인가....

스스로에 대한 이런 반성적 인식을 통해 일반적인 사람들의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읽은 사람들이 자신의 행동에 대해 생각하게 만드는 그런 시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거 있잖아요. 너무 잘난 사람들의 행동은 대단하다 역시 달라. 난 저렇게 못해. 이렇게 생각되서 공감력이 떨어지지만 비슷한 사람의 생각에는 좀 더 공감이 가고 이해가 가는 것. 시인은 이런 효과를 노렸던 게 아닌가 싶습니다:)

이러한 내용을 더 잘나타내기 위해서 시인은

1. '사회적으로 중요한일+권력자'와 '사소한일+힘없는 자'의 대비를 통해 시상을 전개하고 있습니다. 반대되는 두 의미를 지닌 시어들을 대비시킴으로써 시인의 의도를 더 잘 전달하고 있는 것이지요.

2. 의도적으로 문장을 끊어 행을 구분함으로써 시인이 나타내고자 하는 바를 강조하고 있습니다. (이는 전문해석의 표시된 부분을 참고하길 바랍니다.)

그럼 전문을 읽고 해석을 통해 시 학습을 마무리해보도록 합시다.

 


왜 나는 조그만 일에만 분개하는가

저 왕궁 대신에 왕궁의 음탕 대신에

50원짜리 갈비가 기름 덩어리만 나왔다고 분개하고

옹졸하게 분개하고 설렁탕집 돼지 같은 주인 년한테 욕을 하고

옹졸하게 욕을 하고

 

한 번 정정당당하게

붙잡혀 간 소설가를 위해서

언론의 자유를 요구하고 월남 파병에 반대하는

자유를 이행하지 못하고

20원을 받으러 세 번씩 네 번씩

찾아오는 야경꾼들만 증오하고 있는가

 

옹졸한 나의 전통은 유구하고 이제 내 앞에 정서(情緖)로

가로놓여 있다

이를테면 이런 일이 있었다

부산에 포로수용소의 제14 야전 병원에 있을 때

정보원이 너스들과 스펀지를 만들고 거즈를

개키고 있는 나를 보고 포로 경찰이 되지 않는다고

남자가 뭐 이런 일을 하고 있느냐고 놀린 일이 있었다

너스들 옆에서

 

지금도 내가 반항하고 있는 것은 이 스펀지 만들기와

거즈 접고 있는 일과 조금도 다름없다

개의 울음소리를 듣고 그 비명에 지고

머리에 피도 안 마른 애놈의 투정에 진다

떨어지는 은행나무 잎도 내가 밟고 가는 가시밭

 

아무래도 나는 비켜서 있다 절정 위에는 서 있지

않고 암만해도 조금쯤 옆으로 비켜서 있다

그리고 조금쯤 옆에 서 있는 것이 조금쯤

비겁한 것이라고 알고 있다!

 

그러니까 이렇게 옹졸하게 반항한다

이발쟁이에게

땅 주인에게는 못 하고 이발쟁이에게

구청 직원에게는 못 하고 동회 직원에게도 못 하고

야경꾼에게 20원 때문에 10원 때문에 1원 때문에

우습지 않으냐 1원 때문에

 

모래야 나는 얼마큼 작으냐

바람아 먼지야 풀아 나는 얼마큼 작으냐

정말 얼마큼 작으냐……

 

 

- 김수영, 「어느 날 고궁을 나오면서」


그럼 오늘도 수고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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람이라면 누구나 고향에 대한 그리움 어린시절에 대한 향수를 가지고 있을 것입니다. 저도 30대 중반이 된 지금에도 어릴 적 동네에서 뛰어 놀다가 지치면 슈퍼를 하시던 어머니께 돌아가 그 품안에서 잠들던 기억이 아직도 납니다. 그 때의 기억은 선명하진 않지만 마음 속에 따뜻하게 스며들어 있어서 어머니와 도란도란 과거이야기를 나눌때 빠지지 않고 이야기하는 기억입니다. 오늘 설명할 시 '귀고'도 마찬가지입니다. 성인이 되서 고향에 돌아온 화자는 지나온 시간만큼 바뀐 고향의 모습이 낯설기는 하지만 여전히 화자에게는 따뜻한 고향임을 느끼고 자신의 고향집에서 부모님과 지내면서 어릴 적 자신의 모습을 생각합니다.

그럼 시 내용을 보시죠.

나는 똑딱선에서 내렸다. 어릴적 내 고향 선창가로 가는 길보다 사람이 많았던 항구. 오랜만에 도착한 고향의 하늘은 여전히 날 반기듯 다정했고 낯설은 신작로 였지만 내가 크던 집들이 아직 남아있어 어릴 적의 기억을 생각나게 했다. 우리집은 유약국. 말보단 행동으로 보여주시던 아버지도 어느새 돋보기를 쓰시고 날 기다린다. 아버지께 절하고 들어와 어머니 옆에서 신문을 읽으니 어릴 적 어머니 옆에서 그림책을 보던 기억이 떠올라 유년시절이 그리워 진다.

내용은 참 쉽죠?:) 이번 시는 특별한 표현법보다는 내용을 위주로 이해하면 될 것 같습니다.

이런 시들의 경우 내용을 교묘하게 비틀어 문제를 낼 수 있으니 이 점에 주의하세요.

예를 들면 2행의 '선창가는 길보다도 사람이 많았소'의 경우 과거 고향 '선창가'에 대한 회상이지만 이를 교묘하게 '선창으로 가는 길'로 속여 문제를 낼 수도 있습니다. 요새 시 문제 출제의 트렌드니 참고하길 바랍니다:)

그럼 전문을 읽고 전문해석을 통해 학습을 마무리하도록 합시다:)

 


검정 사포를 쓰고 똑딱선(船)을 내리면

우리 고향의 선창가는 길보다도 사람이 많았소

양지바른 뒷산 푸른 송백(松柏)을 끼고

남쪽으로 트인 하늘은 기(旗) 빨처럼 다정하고

낯설은 신작로 옆대기를 들어가니

내가 크던 돌다리와 집들이

소리 높이 창가하고 돌아가던

저녁놀이 사라진 채 남아 있고

그 길을 찾아가면

우리 집은 유약국

행이불언(行而不言) 하시는 아버지께선 어느덧

돋보기를 쓰시고 나의 절을 받으시고

헌 책력(冊曆)처럼 애정에 낡으신 어머님 옆에서

나는 끼고 온 신간(新刊)을 그림책인 양 보았소

 

 

- 유치환 , 「 귀고 」

 

오늘도 수고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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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는 '풍물놀이에 맞춰 추는 춤'으로 농사에 지친 몸과 마음을 달래주고 농촌 공동체를 하나로 만들어주는 역할을 하는 전통의 의식입니다. 하지만 시인은 이러한 즐거운 소재를 가지고 역설적으로 산업화, 도시화로 점차 황폐해지는 농촌의 현실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때문에 시 중간중간 웃음과 관련된 표현이 나오지만 이는 비웃음에 가까운 자조적인 느낌이 듭니다.

그럼 내용을 한번 보도록 합시다.

우리는 농무를 시작하며 징을 울렸다. 그러나 막이 내린 기분이다. 텅빈 운동장엔 구경꾼들도 돌아가고 없다. 공동의 축제인데 왠지 공허함이 든다. 분이 얼룩진 얼굴로 학교 앞 소줏집에 몰려서 술을 마신다. 답답하고 고달픈 현실을 술로 이겨내보려 한다. 취기를 빌려 꽹과리를 치며 장거리로 나서며 '농무'를 계속한다. 그러나 거리에는 쪼무래기들과 처녀애들 뿐 함께 농촌을 이어가야할 젊은이들은 도시로 떠나고 없다. 우리 농촌은 어떻게 되는 것일까 울분이 솟아오른다. 비료값도 안나오는 농사일은 어떻게 되도 좋은 것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쇠전을 지나 도살장(도수장)을 지나니 울분은 더해지고 이 커진 울분을 이겨내려 어떻게든 신명이 나는 것처럼 보이게 목소리를 높힌다. 이 몸짓으로 이 목소리로 이 현실의 울분을 뱉어내야지. 이 한을 분출해버려야지.....

정말 산업화, 도시화로 지친 농민들의 마음을 잘 표현한 시가 아닐까 싶네요.

이러한 시의 내용을 더 잘 드러내기 위해서

1. 공간의 이동에 따라 시상이 전개되며 정서가 고양되는 전개방식이 사용되었습니다. '텅빈 운동장'에서 시작한 농무는 '도수장'에 이르러 울분이 최고조에 이르는 데요. 공간이 이동됨에 따라 화자의 울분이 점차적으로 고양되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2. 울분이 터지는 상황을 '신명'으로 표현하는 역설적인 표현이 쓰였습니다. 그리고 이는 반어적 표현이기도 합니다.

3. 농민의 마음을 대변 할 수 있는 역사적 사건을 인용하였습니다. 시 중간의 꺽정과 서림은 '임꺽정의 난'이라는 역사적 사건을 인용한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그럼 전문을 읽고 전문 해석을 통해 학습을 마무리 해보도록 합시다:)

 


징이 울린다 막이 내렸다

오동나무에 전등이 매어달린 가설 무대

구경꾼이 돌아가고 난 텅빈 운동장

우리는 분이 얼룩진 얼굴로

학교 앞 소줏집에 몰려 술을 마신다

답답하고 고달프게 사는 것이 원통하다

꽹과리를 앞장세워 장거리로 나서면

따라붙어 악을 쓰는 건 쪼무래기들뿐

처녀애들은 기름집 담벽에 붙어 서서

철없이 킬킬대는구나

보름달은 밝아 어떤 녀석은

꺽정이처럼 울부짖고 또 어떤 녀석은

서림이처럼 해해대지만 이까짓

산구석에 처박혀 발버둥 친들 무엇하랴

비료 값도 안 나오는 농사 따위야

아예 여편네에게나 맡겨 두고

쇠전을 거쳐 도수장 앞에 와 돌 때

우리는 점점 신명이 난다

한 다리를 들고 날나리를 불꺼나

고갯짓을 하고 어깨를 흔들거나

 

- 신경림, 「농무」

전문해석을 통해 학습을 마무리해보도록 합시다:)

오늘도 수고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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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지금이나 세상살기는 힘들었나봅니다. 지금의 현실에 많은 문제가 있듯이 예전에도 많은 문제가 있었죠. 그럴때마다 시대의 촛불을 밝혀주던 시인들이 있었는데 정희성 시인이 바로 그런 존재입니다. 70년대에 산업화 도시화가 진행되면서 도시로 인구가 몰리게 되고 사회가 변화하면서 많은 문제가 발생했는데요. 그때도 지금과 마찬가지로 사회 하층민들은 어디서나 힘든 삶을 살았던 것 같습니다. 이 시는 그런 암울한 현실을 보여주며 당시의 사회를 풍자하고 있습니다.

시의 내용은 이렇습니다.

(나무의)뿌리가 뽑혀 하늘로 뻗었다. 그정도로 도시의 현실은 문제가 있다. 한달에 한번 철야작업을 강요당하고, 그러면서도 배고파서 먹을 것이 없으며 대낮에도 코를 베일정도로 속이는 사람이 많으며, 내 감정을 솔직히 표현할 수도 없었다. 나를 한 개인으로 인정해주는 사람도 없어 인간다운 취급도 받지 못했으며 이렇게 일을 해도 쌀을 훔치지 않으면 안될 정도로 제대로 임금을 받지도 못했다. 세상을 똑바로 바라보며 살 수 없었고 한없이 고향(농촌)을 그리워했다.

그.런.데.

내 고향의 아버지도 한 평생 허공에 매달리며 제대로 대접받지 못하고 현실 속에서 괴로워하고 계시더라. 농사에 평생을 바쳐도 현실에서 제대로 대접받지 못하더라.

절망적이죠? 화자는 도시에서 정말 어렵게 살며 고향을 그리지만 고향도 역시 처참하긴 마찬가지입니다. 시인은 경제발달로 도시가 발전했지만 사회의 이면에는 이처럼 힘든 일들이 많았다는 것을 보여줍니다.(지금도 이런 점은 변한 것 같지 않아 씁쓸합니다.)

그런 비참한 현실을 효과적으로 드러내기 위해 시인은

1. 관용구를 일부 변형하여 현실에 대한 인식을 드러냈습니다.

본문의 "낮말은 쥐가 듣고 밤말은 새가 들으니", "입이 열이라서 할 말이 많구나"는 원래 "낮말은 새가 듣고 밤말은 쥐가 듣는다", "입이 열개라도 할말이 없다"라는 표현이죠. 하지만 시인은 이를 비틀어 표현함으로써 비틀린 현실에 대한 자신의 인식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2. 반어적 표현을 사용했습니다.

배고프고 어려운 노동자의 삶을 "너무 배불러", "슬프면 웃고 기뻐 울었더라"라고 표현함으로써 노동자들의 고된 삶을 더 효과적으로 드러내고 있습니다.

3. 다양한 상황을 나열열거 했습니다.

4행부터 부조리한 도시 노동자들이 겪는 문제를 나열하여 당시 사회의 문제를 효과적으로 드러내고 있습니다.

+) 이 시를 읽으며 혼돈하지 말야할 점이 있습니다.

분명 도시 노동자의 삶에 대한 서술을 끝내며 "고향을 바라 울었더라"가 있습니다. 이때 고향은 화자가 그리는 공간, 이상적 공간으로 혼동하기 쉽습니다. 하지만 후술될 내용을 보면 그 고향에서 역시 고통받는 아버지의 모습이 제시되며 고향 역시 상황이 좋지 않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때문에 여기서의 고향은 '긍정적인 공간'으로는 보기 힘들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럼 전문을 읽은 후 전문해석을 통해 학습을 마무리해봅시다.


뿌리가 뽑혀 하늘로 뻗었더라

낮말은 쥐가 듣고 밤말은 새가 들으니

입이 열이라서 할 말이 많구나

듣거라 세상에 원

한 달에 한 번은 꼭 조국을 위해

누이는 피 흘려 철야작업을 하고

날만 새면 눈앞이 캄캄해서

쌍심지 돋우고 공장문을 나섰더라

너무 배불러 음식을 보면 회가 먼저 동하니

남이 입으로 먹는 것을 눈으로 삼켰더라

대낮에 코를 버히니

슬프면 웃고 기뻐 울었더라

얼굴이 없어 잠도 없고

빵만으론 살 수 없어 쌀을 훔쳤더라

물구나무서서 세상을 보고

멀리 고향 바라 울었더라

못 살고 떠나온 논바닥에

세상에 원

아버지는 한평생 허공에 매달려

수염만 허옇게 뿌리를 내렸더라

 

- 정희성, 「물구나무서기」

그럼 오늘도 고생하셨습니다:)

우리 모두 더 나은 사회를 만들기 위해 개인의 역할에서 최선을 다해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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