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 다룰 작품은 '비가(悲歌)'입니다. 이 작품은 작가가 병자호란의 체험과 그 울분을 담아 지은 연시조인데요. 인조가 청나라에 굴욕적인 항복을 하고 소현 세자와 봉림대군을 포함해 많은 백성이 잡혀간 현실 속에서 작가는 제대로 대응 못하는 조정의 신하들을 비판하고 수치심과 비통함을 느끼고 있는데 이러한 정서를 어떻게 표현했는지에 주목하며 작품을 감상하고 해석을 통해 학습해보도록 합시다.
반(半) 밤중 혼자 일어 묻노라 이내 꿈아
만 리(萬里) 요양(遼陽)을 어느덧 다녀오고
반갑다 학가(鶴駕) 선용(仙容)*을 친히 뵌 듯하여라
<제1수>
풍설 섞어 친 날에 묻노라 북래(北來) 사자(使者)*야
소해(小海)용안(容顔)*이 얼마나 추우신가
고국(故國)의 못 죽는 고산(孤臣)이 눈물겨워 하노라
<제2수>
박제상 죽은 후에 임의 시름 알 이 없다
이역(異域) 춘궁(春宮)*을 뉘라셔 모셔오리
지금에 치술령 귀혼(歸魂)을 못내 슬퍼하노라
<제4수>
조정을 바라보니 무신(武臣)도 하 많아라
신고(辛苦)한 화친(和親)을 누를 두고 한 것이고
슬프다 조구리(趙廐吏)* 이미 죽으니 참승(參乘)할 이 없어라
<제6수>
구정에 낫는 풀이 봄비에 절로 길어
아는 일 없으니 그 아니 좋을쏘냐
우리는 너희만 못하여 시름겨워 하노라
<제8수>
이것아 어린것아 잡말 하지 마라
칠실(漆室)의 비가(悲歌)*를 뉘라서 슬퍼하리
어디서 탁주(濁酒) 한잔 얻어 이 시름 풀까 하노라
<제10수>
-이정환, 「비가(悲歌)」
* 학가 선용 : 수레를 탄 왕자의 모습.
* 북래 사자 : 북쪽에서 온 사신.
* 소해 용안 : 우리나라 왕자의 얼굴
* 춘궁 : 왕세자.
* 조구리 조씨 성을 가진 마부. 충신을 가리킴
* 참승할 : 높은 이를 호위하여 수레에 같이 탈.
* 칠실의 비가 : 제 신분에 맞지 않는 근심을 가리킴.
비가는 처음에 볼모로 잡혀간 두 왕자에 대한 걱정으로 시작됩니다.

제1수에서는 한 밤중에 일어나 두 왕자를 걱정하는 데요. 꿈에게 묻는 형식으로 두 왕자가 만리 요양을 어느덧 다녀왔는가라고 하며 두 왕자의 모습(학가 선용)을 꿈에서 친히 뵌 듯한다며 두 왕자에 대한 그리움을 나타내고 있습니다.

제2수에서는 청나라 사자에게 말을 건네는 방식을 통해 두 왕자에 대한 걱정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풍설 섞어 친 날 얼마나 추울실까를 걱정하며 자신을 '고국의 못 죽는 고신(병자호란으로 인한 치욕을 당하고도 살아있는 신하)'로 표현하며 국치로인한 괴로움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제4수에서는 고사를 인용하여 두 왕자를 구해올 충신이 없는 현실에 대한 안타까움을 나타내고 있는데요. 박제상은 자신을 희생하며 볼모로 잡힌 임금의 가족을 구한 충신으로 이런 충신이 없는 현실에 대해 안타까움을 나타내고 있습니다. 고전에서는 이렇게 옛 사람의 이름을 통해 고사를 인용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제6수에서는 대조를 통해 국치를 해결할 신하가 없는 조정에 대한 분노를 드러내고 있습니다. 조정을 바라보면 무신(싸우자는 신하)이 많은데, 청나라와의 굴욕적인 화친을 누가 한 것이냐며 나라에 충성할 사람이 없음을 슬퍼하고 있습니다.

제8수에서는 불과의 대조를 통해 화자의 시름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구정에 나는 풀은 봄비에 절로 길어나며 아는 일(굴욕적인 항복)이 없으니 아니 좋겠냐며 자신들은 이 풀만 못해 시름겨워한다며 대조를 통해 자신의 시름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제10수는 어린 것에 대해 호통하는 것으로 시작됩니다. 잡말하지 말라며 칠실의 비가를 뉘라서 슬퍼하리라고 하는데요. '칠실'은 중국 노나라의 고을로 그곳의 야자가 나라의 우환을 생각하고 군신, 부자가 모두 욕을 통했는데 어찌 홀로 피하겠느냐고 슬퍼했다는 고사가 있습니다.(수능완성에서는 '제 신분에 맞지 않은 근심을 가리킴'이라고 되어 있습니다.) 이를 볼 때 이렇게 모두가 슬퍼할 일을 공감하며 슬퍼하는 이가 없는 세상에 대한 한탄을 하며 어찌할 도리가 없는 상황 속에서 탁주를 통해 심리적 고통을 달래려고자 하는 화자의 모습이 나타납니다.
이렇게 '비가'에서는 병자호란의 귤욕에 대한 비통함과 두 왕자에 대한 그리움을 나타내고 있습니다.
그럼 이제 전문해석을 통해 다시 한 번 학습하며 학습을 마무리해보도록 합시다.


오늘도 수고하셨습니다.
'고전시가' 카테고리의 다른 글
짚방석 내지 마라~, 매암이 맴다 울고~, 산촌에 눈이 오니~ - 해석 / 해설 / 분석 / 정리 (0) | 2025.04.12 |
---|---|
동기로 세 몸 되어~, 청초 우거진 골에~, 공산에 우는 접동~ - 해석 / 해설 / 분석 / 정리 (0) | 2025.03.11 |
국화야 너는 어이~, 눈 마자 휘어진 대를~ - 해석 / 해설 / 분석 / 정리 (0) | 2025.02.15 |
까마귀 싸우는 골에~, 까마귀 검다하고~ - 해석 / 해설 / 분석 / 정리 (0) | 2025.01.12 |
오리 짧은 다리~,풍상이 섯거 친 날에~, 내 마음 버혀 내어~ (0) | 2025.01.1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