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8x90
반응형

달걀 속의 생(生)2는 삶에 대한 화자의 성찰을 다룬 시입니다. 삶에 지쳐있던 화자가 냉장고 속 달걀을 통해 과거 병아리를 보고 느낀 기억을 되살려 내고 달걀을 자신과 동일시하며 자신의 삶에 대해 성찰하는 내용이지요. 큰 감정변화없이 담담한 어조로 말하고 있기 때문에 내용 파악은 하기 어렵지만

이런 구조로 되었다고 생각하면서 내용을 이해하면 될 것 같습니다.

그럼 내용을 한번 풀어서 읽어보죠.

나는 냉장고 문을 열며 그 속에 달걀을 보고 '배고파도 쉽게 먹을 수 없을 것 같다는 느낌을 받습니다'. 나는 과거 갈곳없이 방황할 무렵 초등학교 앞에서 팔던 병아리 때들의 생명력을 보며 '살아서 즐겁다'고 느끼는 것 같다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이는 '살아서 불행하다'고 느낀 나의 머리 속에 깊이 박혔습니다. 생명력이 넘치는 병아리가 되지 못하고 차가운 냉장고 속에 갇혀 있는 달걀을 보니 나와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현실의 삶에 지쳐있는 나도 사실 달걀처럼 병아리로 부화하고 싶었던 것이 아닌가, 그리고 나는 달걀에 동일감을 느낍니다. 달걀은 부화도 되지 못하고 금전적으로도 평가절하되서 팔려왔습니다. 나도 그렇습니다. 여권이 분실되어 현실적으로 행동할 수 있는 힘을 상실했습니다. 나의 희망의 온도는 내려갑니다. 그러나, 희망의 온도가 내려갈 때 절망은 오히려 조용하고 초연해집니다.

이때, 마지막 행의 '초연'의 뜻을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따라 시의 의미가 달라집니다.

먼저 시의 전체적인 흐름을 볼 때 '초연하다7'(어떤 현실 속에서 벗어나 그 현실에 아랑곳하지 않고 의젓하다)로 해석하면 망에 담담하게 맞서며 다시 한번 삶에 대해 생각하는 것으로(그거 있잖아요. 매도 하도 많이 맞다보면 내성이 생겨서 괜찮아 지는거...;;) 해석할 수 있습니다.

두 번째로 '초연하다5(의기가 떨어져 기운이 없다)'로 해석하면 현실의 시련에 지친 화자가 절망에 의해 체념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단, 저는 모의고사에 출제되어 학생들이 읽는 시이니 만큼 첫 번째의 뜻으로 해석하는 것을 개인적으로 추천합니다:) 시를 읽고 희망을 가지는 것. 그것이 국어과목에서 중요한 내용중에 하나니까요.

이러한 화자의 의도를 효과적으로 표현하기 위해 시인은

1. 의인법과 감정이입을 사용했습니다.

: 달걀을 의인화하여 자신과 동일시 함으로써 독자가 몰입하고 화자의 생각에 동감할 수 있게 하고 있습니다.

2. 특정한 시어를 반복하여 시어의 의미를 부각시켰습니다.(2021학년도 4월 모의고사)

: '달걀'과 '차가움'의 시어를 반복하여 달걀이 가지는 의미와 현실의 시련을 부각하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3. '차가움'과 '따뜻함'이라는 촉각의 대비를 통해 시적분위기를 조성하고 있습니다.(2021학년도 4월 모의고사)

: 냉장고 속 차가움과 병아리가 가지는 생명의 따뜻함을 대비하여 시적 분위기를 조성하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이제 위에 내용을 바탕으로 시를 읽어보도록 합시다.

 


냉장고 문을 열면 달걀 한 줄이

온순히 꽂혀 있지,

차고 희고 순결한 것들

아무리 배가 고파도

난 그것들을 쉽게 먹을 순 없을 것 같애

 

교외선을 타고 갈곳없이 방황하던 무렵,

어느 시골 국민학교 앞에서

초라한 행상아줌마가 팔고 있던

수십 마리의 그 노란 병아리들,

마분지곽 속에서 바글바글 끓다가

마분지곽 위로 보글보글 기어오르던

그런 노란 것들이

(생명의 중심은 그렇게 따스한 것)

살아서 즐겁다고 꼬물거리던 모습이

살아서 불행하다고 늘상 암송하고 있던

나의 눈에 문득 눈물처럼 다가와 고이고

 

그렇다면 나는 여태 부화를 기다리고 있던

중이었을까,

아아, 얼마나 슬픈가,

차가운 냉장칸 맨 윗줄에서

달걀껍질 속의 흰자위와 노른자위는

무슨 꿈들을 꾸고 있을까,

중풍으로 쓰러진 아버지의 병실에서

입원비 걱정을 하고 있는 우리 가난한 형제들처럼

흰자위와 노른자위도

무슨 그런 절망의 의논들을 하고 있을 것인가

 

사계절 전천후 냉장고

하얀 문을 조용히 열면

추운 달걀들의 속삭임소리가 들리는 것 같다,

엄마 엄마 안아줘요 따스한 품속에

어미닭에 안기지 못하고 만 달걀들처럼

희망소비자 가격보다 더 싸게 팔려온

너희들처럼

나도 역시 여권이 분실된 사람

희망의 온도가 차츰 내려갈 때

오히려 절망은 조용하고 초연해지는 것 같지,

 

- 김승희, 「달걀 속의 생(生) 2」 -


마지막으로 전문해석을 읽고 학습을 마무리해보도록 합시다 :)

오늘도 수고하셨습니다 :) 삶이 지치더라도 힘냅니다 우리:)

320x100
728x90
반응형

"군중 속의 외로움"

 

이란 말은 다들 한번 쯤은 들어왔을 겁니다. 현대인들은 늘 SNS나 메신져로 바쁘게 소통하지만 왠지 공허하고 내가 어딜향해 가고있는가를 생각하는 경우가 많죠. 근대인(30-50년대 사람들)들도 마찬가지였나봅니다. 이 시 속에서 도시는 과거와는 다르게 밤에도 환하고 사람이 돌아나니는 북적북적한 공간이지만 화자는 그 안에서 외로움을 느끼며 방향을 상실하고 있습니다.

차단 - 한 등불이 하나 비인 하늘에 걸려있다.

차단한이란 말은 '차가운'이라는 말인데요. 이 말의 느낌을 강조하기 위해 시적 허용이라는 기법을 써서 차단한이라고 표현했습니다. 도시의 불빛을 밝히는 와사등(가스등 - 가스로 킨 전등이라고 생각하면 됩니다)을 차갑다고 느끼는 것에서 화자의 도시에 대한 인식을 단적으로 느낄 수 있습니다. 이후 화자는 묘석, 잡초로 도시를 비유하며 자신의 내면의 말을 하지 못하고 단절된 듯한 느낌표현해 냅니다.

이러한 시인의 의도를 표현하기 위해서 사용된 표현법들을 봐보면요.

1. '시적허용'이 사용되었습니다.

: '시적허용'이란 문법적으로 틀린 것일지라도 시적인 효과를 위해서 틀린 것을 허용하는 표현방법인데요. 위에서 언급한 '차단-한'외에도 '비인', '호올로' 등이 시적허용으로 쓰여서 화자의 의도를 강조하고 있습니다:)

2. 비유를 통해 정서를 구체화 시켰습니다.

: 화자는 도시라는 공간을 '창백한 묘석', '무성한 잡초'로 비유하여 공간에 대한 인식을 드러내고있습니다. 이때 직접적으로 정서를 언급하지 않더라도 '창백한 묘석'이나 '무성한 잡초'를 통해 공간에 대해 부정적인 인식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3. 다양한 감각적 이미지를 사용하여 정서를 구체화 시켰습니다.

: 김광균 시인 자체가 감각적 이미지의 활용으로 특히, 시각화를 잘 시키는 시인으로 유명합니다. 이 시에서도 다양한 감각적 이미지를 사용했는데요.

먼저, 공감각적 이미지의 사용입니다. '피부의 바깥에 스미는 어둠'은 '어둠'이라는 눈에 보이는 '시각'을 피부에 스며든다는 '촉각'으로 전이하여 표현함으로써 도시 문명의 어둠에 잠식당하는 화자의 모습을 잘 표현했습니다.

또한, '긴'이라는 단어 이후에 '-'를 붙여 '긴 - '이라고 표현함으로써 단어의 의미를 시각적 이미지화 시키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여기까지 읽었으면 이제 전문을 읽은 후 전문해석을 통해 학습을 마무리하도록 해봅시다 :)


단 — 한 등불이 하나 비인 하늘에 걸려 있다.

내 호올로 어딜 가라는 슬픈 신호냐.

 

긴 — 여름해 황망히 나래를 접고;

늘어선 고층(高層) 창백한 묘석(墓石)같이 황혼에 젖어

찬란한 야경 무성한 잡초인 양 헝클어진 채

사념(思念) 벙어리 되어 입을 다물다.

 

피부의 바깥에 스미는 어둠

낯설은 거리의 아우성 소리

까닭도 없이 눈물겹고나

 

공허한 군중의 행렬에 섞이어

내 어디서 그리 무거운 비애를 지니고 왔기에

길 — 게 늘인 그림자 이다지 어두워

 

내 어디로 어떻게 가라는 슬픈 신호기

차단 — 한 등불이 하나 비인 하늘에 걸리어 있다.

 

- 김광균, 「와사등」

 

이제 전문해석을 통해 학습을 마무리해봅시다:)

오늘도 수고했습니다 :)

320x100
728x90
반응형

우리들은 누구나 행복하기를 바랍니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죠. 내일의 행복을 바라지만 더욱 궁핍해지기도 하며 어느날 갑지기 친지의 죽음을 맞이하기도 합니다. 이번에 다룰 시 '겨울밤'은 이러한 내용을 현실적으로 다루었는데요. 고등학생 입장에서는 이해하기 힘든 내용일 수 도 있습니다. 이 시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아래의 두 가지에 대해 이해(혹은 암기ㅠ)를 하길 바랍니다.

1. 누구나 행복하길 바라며 미래를 기대하지만 현실은 더 어려워질 수 있다.

이 시에서 화자는 그렇습니다. 어린 시절의 좋은 것들은 점차 사라지고 삶에 어려움이 가득하게 되지요. 사실 이게 현실이지요. 세상이란 건 생각보다 냉혹하기에 본인이 노력하더라도 삶이 더 어려워지는 경우도 있습니다.(혹은 생각보다 많습니다.)

2. 피를 나눈 형제라도 부모님이 돌아가신 후에는 왕래가 줄어듭니다.

어린 시절부터 살을 맞대고 살아온 내 형제. 미운 정도 고운 정도 맣이 들어 평생 볼 관계이긴 하지만 어린 시절만큼 내 옆에 붙어있지 않습니다. 메신져로 하는 연락은 하더라고 늘 내 옆에 있진 않죠. 점차 혼자인 삶에 익숙해지게 됩니다.

이 시는 위의 2가지를 모두 다루었는데요. 지금부터 내용 해설을 잘 읽어보도록 합시다:)

인가(人家)의 정서를 품던 굴뚝 보얀 연기도 찬바람에 그만 무색해졌다

1연의 마지막에 서술된 부분입니다. 화자가 성장할 수록 익숙한 얼굴, 가치, 인심 들이 세상의 각박함에 점차적으로 사라져갑니다. 어린 시절 순수하게 봤던 세상의 냉혹함을 알게 되죠. '찬바람'은 세상의 차가움 정도로 인식할 수 있습니다. 화자는 가난 생각에 집을 팔게 됩니다. 집을 팔고 고향을 떠나니 낯선 공간에서 더 외로운 처지가 됩니다. 불행은 겹쳐서 온다고 어머니까지 돌아가십니다.

어머니 한 분만 오시잖아서 별안간 앞니가 무너진 듯 허전해서

화자의 심리가 잘 표현된 부분이죠. 앞니가 무너진 듯 하단 것은 누가봐도 슬픔에 가득한 화자의 모습을 비유적으로 나타냅니다. 당연한 듯 있었던 앞니, 무엇보다 티가 나는 앞니가 없어진 것이죠. 화자의 슬픔은 고조됩니다. 어머니가 돌아가신 후 형제들이 모일 구심점도 사라져 형제간에도 점차 왕래가 줄어듭니다. 결국 형제보다 다른 사람들과 더 어울리며 사는 데 인간의 삶이란 시련과 항상 함께 있어 과일이 익는 것처럼 내 노력의 결실을 맺는 것도 힘들어 삶은 더욱 힘들어집니다.

고난의 잔에 얼음을 녹이며

현실의 고난을 잊기위해 술을 마시는 모습입니다.(독한 위스키를 얼음에 희석해 먹는 모습과 비슷하다고 보면 됩니다) 술을 마시며 삶을 견디는 것은 슬픔을 찾기 위해가 아니라 희망을 얻기 위해서입니다. 화자는 삶의 희망을 포기하지 않고 시련을 견디려고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그러나 화자는 자신이 이렇게 노력함에도 어느날 갑자기 죽음이 찾아와 주변 지인들에게 인사도 못하고 세상을 떠날 수도 있다는 생각도 합니다. 삶에 대해 희망을 가지고 있지만 최악의 상황까지 염두에 두고 있는 화자의 모습입니다.

그럼 이를 시 전문을 읽은 후 전문해석을 통해 학습을 마무리 해보도록 합시다:)


마당에서 봄과 여름에 정든 얼굴들이

하나하나 사라져 갔다.

그렇게 명성이 높던 오동잎도 다 떨어지고

저무는 가을 하늘에 인가(人家)의 정서를 품던

굴뚝 보얀 연기도

찬바람에 그만 무색해졌다.

 

그런 늦가을에 김장 걱정을 하면서 집을 팔게 되어

다가오는 겨울이 더 외롭고 무서웠다.

이삿짐을 따라 비탈길을 총총히 걸어

두만강 건너는 이사꾼처럼 회색 하늘 속으로

들어가 식솔들이 저녁상에 둘러 앉으니

어머님 한 분만 오시잖아서 별안간 앞니가

무너진 듯 허전해서 눈 둘 곳이 없었다.

낯선 사람들이 축대에 검정 포장을 치고

초롱을 달고 가던 이튿날 목 없는 아침이

달겨들어 영원한 이별인데

말 한마디 못하고 갈라진 어머니시다!

 

가신 뒤에 보니 세월 속에 묻혀 있는 형제들 공동의 부엌까지

무너져 낙엽들이 모일 데가 없어졌다.

사람이 사는 것이 남의 피부를 안고 지내는 것이니

찬바람이 항상 인간과 더불어 있어서

사람이 과일 하나만큼 익기도 어려워

겨울 바람에 휘몰리는 낙엽들이 더 많아진다.

 

고난의 잔에 얼음을 녹이며 찾는 것은

그 슬픔이 아니요 겨울 하늘에 푸른 빛을 띤 봄이다.

그 봄을 바라고 겨울 안에서 뱅뱅 돌며

자리를 끌고 한 치 한 치 태양의 둘레를

지구와 같이 굴러가면서

눈과 얼음에 덮인 대지(大地)의 하루를 넘어서는 해 질 무렵

천장에서 왕거미가 내리고

구석에서 귀또리가 어정어정 기어 나온다.

어느 날 목 없는 아침이 또 왈칵 달려들면

이런 친구들에게 눈짓 한번 못하고

친구들의 손 한번 바로 잡지도 못하고 가리라.

 

- 김광섭 ,「겨울날」


이 시를 읽고 조금은 우울해질 수도 있는데요. 불행이 어느날 갑자기 찾아오 듯 행복도 어느날 갑자기 찾아온다는 점 잊지 마세요:)

오늘도 고생하셨습니다:)

320x100
728x90
반응형

팔원지방을 여행하다

어린아이를 봤다. 나는

고생의 흔적이 있는 그 아이를

보며 측은함을 느꼈다.

 

 

시인이 말하고자하는 것은 위와 같습니다. 이 시는 특이하게 화자 자신의 이야기를 하지 않고 버스 안에서 어린 계집아이를 관찰하며 이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구조로 되어있습니다.(그래서 이야기 시라고 하지요) 차가운 아침에 텅 빈 버스안에 혼자 있던 화자의 눈에 띤 '나이 어린 계집 아이' 홀로 이른 아침 버스에 오르는 그 아이는 진한 초록색의 새 저고리를 입고 있지만 손등이 터져있습니다. 창밖에서 배웅하는 주재소장같은 어른과 어린아이 둘이 있고 차에탄 나이 어린 계집아이는 흐느끼며 웁니다. 나는 그 정서에 공감하며 눈물을 닦다가 짐작합니다. 저 아이가 몇 해고 내지인 주재소장 집에서 고생했을 것이라고......

이를 효과적으로 표현하기 위해 시인은

화자를 객체화한 표현을 썼습니다.

12행을 보면 화자 자신(텅빈 버스 안에 있는 것은 어린 계집 아이와 화자 밖에 없습니다)을 '어느 한 사람'이라고 표현하여 객체화시킵니다. 이를 통해 감정이 주관적으로 흘러 넘치는 것을 막음과 동시에 자신을 우리 민족을 대표하는 한 사람으로 만들어 일제강점기에 일본인 주재소장 집에서 고생해야 했던 어린 계집의 삶에 우리 민족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수 있도록 만듭니다.

그리하여 대상에 대해 객관적으로 서술하는 이야기 구조를 가진 시를 쓴 것이죠. 이제 본문을 읽고 이를 학습해 보도록 합시다:)


차디찬 아침인데

묘향산행 승합자동차는 텅 하니 비어서

나이 어린 계집아이 하나가 오른다

옛말속같이 진진초록 새 저고리를 입고

손잔등이 밭고랑처럼 몹시도 터졌다

계집아이는 자성(慈城)으로 간다고 하는데

자성은 예서 삼백오십 리 묘향산 백오십 리

묘향산 어디메서 삼촌이 산다고 한다

새하얗게 얼은 자동차 유리창 밖에

내지인 주재소장 같은 어른과 어린아이 둘이 내임*을 낸다

계집아이는 운다 느끼며 운다

텅 비인 차 안 한구석에서 어느 한 사람도 눈을 씻는다

계집아이는 몇 해고 내지인 주재소장 집에서

밥을 짓고 걸레를 치고 아이보개를 하면서

이렇게 추운 아침에도 손이 꽁꽁 얼어서

찬물에 걸레를 쳤을 것이다

 

 

- 백석,「팔원(八院)-서행시초(西行詩抄) 3」


이제 전문해석을 읽고 학습을 마무리 해보도록 합시다:)

아. 여기서 혼동할 수 있는 게 있습니다.

과연 이 시에서 내지인 주재소장같은 어른과 어린아이 둘은 부정적인 대상일까요? 아닐까요?

정답은 아닙니다. 차디찬 이른 아침에 자기 집에서 살림을 하던 사람을 보내며 배웅해주는 대상이 과연 부정적인 인물일까요? 일제강점기라는 시대적 배경이나 주재소장의 어감이 부정적으로 들릴 수 있으나 시에서의 상황만 보면 우리 민족을 핍박하는 인물로 보기는 힘듭니다. 이점 참고하세요:)

 

 

 

 

320x100
728x90
반응형

인간은 누구나 스스로

일어설 힘을 가진 존재이다.

지금의 어려움도 결국 이겨내고

꽃을 피울 것이다.

 

 

시인은 이 시를 통해 이런 말을 하고 싶었던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그래서 나무를 의인화하여 시를 통해 표현화 하고 있고요.

나무는 자기 몸으로 나무이다. 자기 온몸으로 나무는 나무가 된다

이 시는 이렇게 시작합니다. 이를 통해 시인의 기본을 드러내는 데 시인은 '나무'를 스스로의 힘으로 시련을 견디며 생명의 결실을 맺는 존재로 인식하고 있습니다. 물론 시련을 겪을 수 있죠. 대부분의 사람이 그렇듯요.(아무리 강한 사람이라도 대비 안하고 있다가 맞으면 훅가잖아요?ㅎㅎ).

나무도 처음엔 그렇습니다. 외부의 시련에 '대가리를 쳐들고 있지만' 무방비기 때문에 현실의 억압에 굴종하게 되죠.(벌받는 자세, 벌받는 몸, 벌받은 목숨) 하지만 나무는 힘을 가진 존재잖습니까?

 

이게 아닌데 이게 아닌데

생각할 수 있는 존재입니다. 이때부터 반전이 시작되죠. 버티면서 막 밀고 올라갑니다. 막요!! 그리고 싹을 틔우기 위한 인고의 과정을 거친 후 싹을 틔우고 꽃을 피웁니다. 그래서 겨울을 견디고 봄을 맞이하는 것이죠.

이를 당시 시대사항과 연관시켜보면

군사독재를 이겨내는 과정으로 볼 수 있습니다. 그래서 시에 나오는 4월은 4.19혁명과 연관하여 생각할 수 있는거죠:) 시를 볼 때는 <보기>가 없다면 그냥 시 그 자체로 보길 바랍니다:) 문제에서 <보기>를 주고 70~80년대 독재 상황과 연관시키면 이렇게 해석하세요:)

이런 내용을 효과적으로 표현하기 위해서

 

1. 나무를 의인화하여 표현하였습니다.

: 나무가 겨울을 견디고 꽃을 피우는 모습을 의인화하여 표현해 주체적인 존재로 표현함으로써 독자들에게 몰입감과 동질감을 느끼게 하고 있습니다. 독자가 나무에게 동질감을 느끼고 힘을 얻을 수 있는 것이죠.

2. 유사한 시구의 반복과 변주로 운율을 형성했습니다.

: 반복은 시에서 굉장히 중요한 요소입니다. '의미강조'와 '운율형성'을 해주기 때문이죠. 시인은 유사한 시구의 반복과 변주로 부정적인 상황을 강조하기도 시련을 이겨내는 힘을 강조하기도 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를 참고해서 전문을 읽은 후 전문해석을 통해 학습을 마무리 해보도록 합시다:)

 


나무는 자기 몸으로

나무이다

자기 온몸으로 나무는 나무가 된다

자기 온몸으로 헐벗고 영하 13도

영하 20도 지상에

온몸을 뿌리 박고 대가리 쳐들고

무방비의 나목(裸木)으로 서서

두 손 올리고 벌받는 자세로 서서

아 벌받은 몸으로, 벌받는 목숨으로 기립하여, 그러나

이게 아닌데 이게 아닌데

온 혼(魂)으로 애타면서 속으로 몸속으로 불타면서

버티면서 거부하면서 영하에서

영상으로 영상 5도 영상 13도 지상으로

밀고 간다, 막 밀고 올라간다

온몸이 으스러지도록

으스러지도록 부르터지면서

터지면서 자기의 뜨거운 혀로 싹을 내밀고

천천히, 서서히, 문득, 푸른 잎이 되고

푸르른 사월 하늘 들이받으면서

나무는 자기의 온몸으로 나무가 된다

아아, 마침내, 끝끝내

꽃 피는 나무는 자기 몸으로

꽃 피는 나무이다

 

 

- 황지우,「겨울-나무로부터 봄-나무에로」


다 읽었으면 전문해석을 통해 학습을 마무리하길 바랍니다:)

 

320x100
728x90
반응형

삶에서 고통과 시련이 있는 것은

어쩌면 당연하다.

우리는 이를 받아들이면서

삶의 고통을 이겨내야 한다.

 

 

'상한 영혼을 위하여'에서 시인이 말하고자 하는 바는 위의 말과 같습니다.

누구나 삶에서 고통을 겪는다. 그러나 우리는 이 고통을 감내할 수 있는 힘이 있으니 이를 고통으로 여기지말고 이겨내서 새로운 삶으로 나아가자. 라는 말이죠. 시인은 이를 위해서 상한 영혼이라는 관념적(눈에 보이지 않은 정신적인 것)인 대상'상한 갈대'와 '뿌리 없이 흔들리는 부평초'로 형상화하여 시상을 전개합니다.

밑둥이 잘리더라도 새순은 돋고, 뿌리가 없어도 물이 고이면 꽃은 핀다며, 이 세상 어디에든 희망은 있고 이 세상 어디에든 영원한 고통은 없으니 이를 이겨내자고 말입니다. 그렇게 고통과 설움의 땅을 넘어 뿌리깊은 벌판에 서자고요.

이러한 시인의 생각을 강조하기 위해서 시인은

1. 형상화의 방법을 사용했습니다.

형상화란 눈에 보이지 않는 대상을 눈에 보이는 것으로 표현하는 것으로 위에서 언급한 갈대와 부평초가 이에 해당합니다. 형상화의 기법은 주로 상징과 비유, 시각적 이미지를 사용해서 이루어집니다.

2. 대구법을 통해 유사한 시구를 반복함으로써 의미를 강조했습니다.

대구법은 유사한 문장구조를 가진 문장을 병치하여 의미를 강조하고 운율을 형성하는 기법입니다. 시인은 대구법을 많이 활용함으로써 자신이 나타내고자 하는 의미를 강조하고 운율을 형성하고 있습니다.(아래 전문해석에 표시된 부분 참조)

3. 청유형 어미('-자')로 문장을 끝맺는 것을 반복하여 자신의 의지를 강조하고 있습니다.

국어의 종결어미 중 청유형 어미는 '다른 사람이 말하는 사람과 함께 행동하는 것을 요구'하는 종결법입니다.( 예. 우리 청소하자 - 듣는 사람이 함께 청소할 것을 요구) 화자는 이러한 청유형 어미로 문장을 끝내는 것을 반복함으로써 독자도 화자의 가치에 맞추어 함께 할 것을 요구하며 공감을 형성하고 있습니다. 또한, 반복되니 운율도 형성하고 있죠.

그럼 위의 내용을 참고로 전문을 읽어본 후 전문해석을 통해 잘 읽었는지 확인하도록 합시다 :)

 


상한 갈대라도 하늘 아래선

한 계절 넉넉히 흔들리거니

뿌리 깊으면야

밑둥 잘리어도 새순은 돋거니

충분히 흔들리자 상한 영혼이여

충분히 흔들리며 고통에게로 가자

 

뿌리 없이 흔들리는 부평초 잎이라도

물 고이면 꽃은 피거니

이 세상 어디서나 개울은 흐르고

이 세상 어디서나 등불은 켜지듯

가자 고통이여 살 맞대고 가자

외롭기로 작정하면 어딘들 못 가랴

가기로 목숨 걸면 지는 해가 문제랴

 

고통과 설움의 땅 훨훨 지나서

뿌리 깊은 벌판에 서자

두 팔로 막아도 바람은 불듯

영원한 눈물이란 없느니라

영원한 비탄이란 없느니라

캄캄한 밤이라도 하늘 아래선

마주잡을 손 하나 오고 있거니

 

 

- 고정희, 「상한 영혼을 위하여」


잘 읽어보셨나요? 이제 전문해석을 통해 확인해보도록 합시다 :)

그럼 오늘 학습은 여기까지입니다 :) 긴글 읽어주어 감사합니다:)

320x100
728x90
반응형

"삶은 언제나 은총의 돌층계 어디쯤이다. 사랑도 매양 섭리의 자갈밭의 어디쯤이다."라는 구절로 유명한 설일을 쓴 작가 김남조 시인의 시 설목입니다. 대상에 대한 굳건한 사랑을 노래한 점이 바로 이 시인의 특징인데요. 김남조 작가의 시 설목 지금부터 해설을 읽고 학습해 봅시다:)


화자는 이미 이별한 상황입니다. 그러나 나는 그대를 위한 사랑을 아직도 간직하고 있습니다.(누구도 모르는 산등성에 한 그루 설목). 그대와 이별한 그 가을 나는 그대가 나를 미워하더라도 내 옆에 있어주기를 소망합니다. 이별보다는 나를 미워하더라도 내 곁에 있기를 바라는 것이죠.(화자는 이별을 받아들이지 않고 거부하고 있습니다). 겨울이 되고 나의 마음도 두터운 철문 같은 고요로 가득한 적막 속에 있지만 내 마음 속 설목(그대를 향한 사랑)은 고드름에도 지지 않고 손을 위로 설악에 뻗고 있습니다.(그대를 향한 사랑을 포기 하지 않음). 나는 외로운 겨울밤에 있다면 당신이라는 불씨가 있다면 이를 머금고 죽어도 좋습니다.(그만큼 그대를 향한 사랑이 굳건하다는 뜻)

이별한 상황에서도 사랑을 놓지 않고 끝가지 가슴 속에서 지키는 모습을 보여주는 시네요:) 대상에 대한 굳건한 믿음 예전부터 김남조 작가의 특징이였습니다.

그럼 이제 전문을 읽은 후 전문 해석을 들어보도록 합시다.


나의 마음 속

누구도 모르는 산등성에

한 그루 설목을 가꾸어 왔습니다

 

나뭇잎 지고

시냇물마저 여위는 가을을

최후의 계절이라 믿었던 어느 그 날,

사랑하노라 사랑하노라던 사람

떠나고 없음이여

미워하면서 나를 미워하면서

내 옆에 남아줌이 더욱 백 배는

고맙고 복되었을 것을

 

물방울 소리 하나 들리지 않는

두터운 철문 같은 고요 속에

나뭇가지 사철 고드름 달고

소스라쳐 위로 설악(雪岳)에 뻗는

백엽보다도 희고 손 시린 이 나무는

역력히 이 나무를 닮고

역력히 이 마음을 닮은

내 사랑의 표지입니다

붉은 날인과 같은 회상입니다

 

당신이여

불씨 한 줌 머금고 죽어도 좋을

이 외로운 겨울밤 겨울밤

 

 

- 김남조, 「설목(雪木) 」


포인트 쏙쏙은 해설본에 써놨으시 참고하시고요:) 위 시에서 자주 쓰인 표현법에 대해 알아보고 학습을 마무리 하도록 합시다:)

1. 형상화 :

형상화는 보이지 않는 대상을 보이는 대상으로 표현하는 것을 말합니다. 주로 관념적인 대상을 구체적인 사물로 빗대어 표현하거나, 상징을 사용하거나, 시각적 이미지로 표현하죠. 이 시의 제목인 '설목' 자체가 님을 향한 마음을 형상화한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이와 비슷한 말로 시각화, 구체화가 있습니다:)

2. 공감각적 심상과 복합 심상의 구분:

공감각적 심상은 한 이미지가 다른 이미지로 전이되는 것을 말합니다. (감각의 전이)

"분수처럼 흩어지는 푸른 종소리"에서 '푸른 종소리'가 공감각적 심상인데 청각(종소리)이 시각(푸른)으로 옮겨지는 것을 볼 수 있죠. 전이의 범위는 "물 소리에 이가 시리다"처럼 청각(물 소리)이 원인이 되어 촉각(시리다)이 생겼을 때까지도 인정됩니다.(수능기출) 이러한 공감각적 심상은 두 심상이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는 것이 특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에 비해 복합심상은 연관없는 두 감각이 나열되어 있는 것을 말합니다. 위 시에서 '백엽보다도 희고(시각) 손 시린(촉각) 나무는'같은 경우는 '백엽보다도 흰 나무'는 혹은 '손 시린 나무는'이라고 표현해도 어색하지 않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이렇게 단순히 두 개 이상의 감각이 나열되어있을 때 복합감각이라고 한다는 것을 알면 됩니다:)

320x100
728x90
반응형

어쩌면 가장 유명한 시 중 하나인 김춘수의 '꽃'입니다. 존재의 본질에 대한 물음으로 철학적인 내용을 담고 있죠. 중고등학생이 이해하긴 좀 어려울 수 있지만 사물의 이름을 불러준다는 것은 그 대상의 본질을 더 잘 끌어다 준다는 이야기고 그 대상과 더 깊은 관계를 맺는다는 말이기도 하니까요. 쉬운예를 들자면 제가 좋아하는 만화 '전생했더니 슬라임이었던 건에 대하여'에서 주인공 '리무르'가 다른 몬스터들에게 '이름'을 주어 이름없던 몬스터들이 개성을 가지게 되고 그의 수하로써 깊은 유대감을 가지고 성장해 나가는 것과 비슷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럼 오늘도 내용 설명을 듣고 전문해석을 보며 공부해보도록 합시다 :)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지 않았을 때 그는 의미없는 존재에 불과했습니다. 그러나 내가 이름을 부른 후 그는 나에게 '꽃(의미있는 존재)'가 되었습니다. 나는 내가 했던 것과 같이 나의 본질을 알고 이름을 불러줄 사람을 원합니다. 그리고 그 사람과 의미있는 관계를 맺고 싶어합니다. 이것은 비단 나만의 바램이 아닌 우리의 바램입니다. 우리는 모두 서로에게 의미있는 존재가 되고싶어합니다.

사실 이 시는 내용을 풀어서 해석할 게 없이 그냥 전문을 읽고 이해하면 되긴합니다^^;;;

전문을 읽은 후 그럼 전문해석을 보며 학습을 마무리해보도록 합시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준 것처럼

나의 이 빛깔과 향기에 알맞은

누가 나의 이름을 불러 다오.

그에게로 가서 나도

그의 꽃이 되고 싶다.

 

우리들은 모두

무엇이 되고 싶다.

너는 나에게 나는 너에게

잊혀지지 않는 하나의 눈짓이 되고 싶다

 

 

-김춘수, 「꽃」

아, 제가 좋아하는 두 구절은 캘리그래피로 표현해봤습니다:)

그럼 오늘도 즐거운 하루 되세요:)

320x100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