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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다룰 시는 장석남 시인의 '수묵정원9 - 번짐'입니다. 제목의 '수묵정원9 - 번짐'은 이 시가 수묵화의 번짐 기법을 이용해 시인의 의도를 나타내는 것을 나타내는 것으로 보이는데요. 먹의 번짐의 기법을 이용해 그리는 수묵화 기법으로 시인이 어떤 의도를 드러내는지를 생각하며 시를 감상한 후 해석을 통해 학습해도록 합시다.


 

번짐,

목련꽃은 번져 사라지고

여름이 되고

너는 내게로

번져 어느덧 내가 되고

나는 다시 네게로 번진다

번짐,

번져야 살지

꽃은 번져 열매가 되고

여름은 번져 가을이 된다

번짐,

음악은 번져 그림이 되고

삶은 번져 죽음이 된다

죽음은 그러므로 번져서

이 삶을 다 환히 밝힌다

또 한번 — 저녁은 번져 밤이 된다

번짐,

번져야 사랑이지

산기슭의 오두막 한 채 번져서

봄 나비 한 마리 날아온다

-장석남, 「수묵 정원 9-번짐」


앞에서 말한 것과 같이 이 시는 먹의 번짐을 이용해 그림을 그리는 수묵화의 기법을 활용해 화자가 바라는 소망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시상은 '번짐,'이 반복되면서 전개되는 데요. 화자는 목련꽃, 여름, 꽃, 열매, 가을 등 구체적인 사물을 통해 번짐을 나타내기도 삶과 죽음의 관념적인 대상을 통해 번짐을 나타내기도 합니다. 이러한 것들의 관계들을 화자는 번짐과 같이 관계를 맻는 것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시에서 말하는 '목련꽃이 번져 사라지고 여름이 되고 여름이 번져 가을이 되는 것', '너와 나의 번짐', '꽃과 열매', '삶과 죽음', '산기슭과 봄나비' 등을 통해 모든 것이 번짐을 통해 자연스럽게 서서히 스며들며 관계를 맺고 있다는 점을 형상화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형상화를 통해 계절의 변화, 인간 간의 관계 맺음, 인간과 자연의 조화 등 여러 존재가 서로에게 스며들며 조화롭게 살아가는 모습을 나타내고 있는 것이죠.

그렇게 이 시는 '번짐으로 이루는 조화로운 세계에 대한 소망'을 노래하고 있습니다.

그럼 이제 전문해석을 통해 학습을 마무리해보도록 합시다.

 


 

오늘도 수고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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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다룰 시는 '광화문, 겨울, 불꽃, 나무'입니다. 시 제목에서 생각할 수 있는 점은 이 시에서는 광화문과 겨울, 불꽃, 나무가 어떤 관계를 맻고 있는지 생각하며 시를 읽고 해석을 통해 학습해보도록 합시다.


 

해가 졌는데도 어두워지지 않는다

겨울 저물녘 광화문 네거리

맨몸으로 돌아가 있는 가로수들이

일제히 불을 켠다 나뭇가지에

수만 개 꼬마전구들이 들러붙어 있다

불현듯 불꽃나무! 하며 손뼉을 칠 뻔했다

어둠도 이젠 병균 같은 것일까

밤을 끄고 휘황하게 낮을 켜 놓은 권력들

내륙 한가운데에 서 있는

해군 장군의 동상도 잠들지 못하고

문 닫은 세종문화회관도 두 눈 뜨고 있다

엽록소를 버린 겨울나무들

한밤중에 이상한 광합성을 하고 있다

광화문은 광화문(光化門)

뿌리로 내려가 있던 겨울나무들이

저녁마다 황급히 올라오고

겨울이 교란당하고 있는 것이다

밤에도 잠들지 못하는 사람들

광화문 겨울나무 불꽃나무들

-이문재, 「광화문, 겨울, 불꽃, 나무」


작품은 역설적 상황을 제시하며 시작됩니다. '해가 졌는데도 어두워지지 않는다'는 말은 밤이 되었지만 도시는 문명의 발달로 전등이 켜지며 어두워지지 않는 것을 의미하며 이는 자연의 섭리에 반하는 현실을 나타냅니다. 거기에 맨몸으로 돌아가있는 로수들이 일체히 불을 키는데요. 이는 나무가지에 수만 개의 꼬마전구들이 들러붙어있기에 가능합니다.(자연물에 인간 문명이 스며든 모습을 형상화했다고도 볼 수 있습니다) 이러한 인위적인 화려한 모습에 화자조차 불현듯 불꽃나무!하며 손뼉을 칠 뻔할 정도로 인류 문명은 자연을 거스르며 인위적인 모습으로 사람들을 현혹합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화자는 생각합니다. '어둠도 이제 병균 같은 것일까'라고요. 안식과 휴식을 누릴 수 있는 밤을 병균이라는 부정적인 단어를 사용해 말해 '밤'을 퇴치해야할 것으로 인식하는 세태에 대해 나타내며 밤을 끄는 문명을 '권력들'이라고 표현하며 인간 중심의 도시 문명에 대해 비판적인 시선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리고 해군 장군의 동상도, 문 닫은 세종문화회관도 두는 뜨고 있다며 사물을 인격화하는 방식을 통해 밤에도 불을 밝히고 있는 비비정상적인 상황을 부각합니다.

3연에서는 엽록소를 버린 겨울나무들이 한밤중에 이상한 광합성을 하는 모습을 보여주는데요. 본성을 외면당한(엽록소를 버린) 겨울나무들이 도시 문명의 불빛으로 광합성을 하는 모습을 이상하다고 표현하며 화자가 느끼는 안타까움을 나타냅니다. 그리고 광화문을 발음이 같은 한자를 이용해 광화문(光化門)이라고 표현하며 자연의 섭지에 반하는 도시 문명에대해 나타내며 '겨울이 교란당하고 있는 것'이라며 자연의 본성을 거스른 채 인간 중심적 관점에서 자연을 이용하는 모습에 대해 비판적인 시선을 보여줍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밤에도 잠들지 못하는 사람들'이라며 나무의 문제를 사람들에게 확대해 이러한 문제 상황이 인간들에게도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부각시킵니다. 그리고 이후 광화문 겨울나무 불꽃나무들이라며 열거의 방식으로 이러한 상황에 놓인 대상들의 처지를 강조하며 시가 마무리됩니다.

이렇게 이 시는 '현대 도시 문명에 대한 비판과 성찰'을 보여줍니다. 그럼이제 전문해석을 통해 학습을 마무리해보도록 합시다.

 

 


오늘도 수고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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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다룰 시는 김수영 시인의 '미농인찰지'입니다. '미농인찰지'는 그 당시 미대사관에서 쓰는 타이프 용지로 값비싼 용지입니다. 시적 화자는 바다 근처에 사는 매부의 환대를 받고 돌아와 매부에게 감사 편지를 준비하며 식모에게 고급 용지인 '미농인찰지'를 사오라고 했지만 식모가 사온 것은 값싼 '밀용인찰지'였습니다. 그 후 화자는 어떻게 행동하는지를 지켜보며 작품을 감상한 후 해석을 통해 학습해보도록 합시다.


 

우리 동네엔 미대사관에서 쓰는 타이프 용지가 없다우

편지를 쓰려고 그걸 사오라니까 밀용인찰지를 사왔드라우

(밀용인찰지인지 밀양인찰지인지 미룡인찰지인지

사전을 찾아보아도 없드라우)

편지지뿐만 아니라 봉투도 마찬가지지 밀용지 넉 장에

봉투 두 장을 4원에 사가지고 왔으니 알지 않겠소

이것이 편지를 쓰다 만 내력이오- 꽉 막히는구려

꽉 막히는 이것이 나의 생활의 자연의 시초요

바다와 별장과 용솟음치는 파도와 조니 워커와

조크와 미인과 페티 김과 애교와 호담(豪談)과

남자와 포부의 미련에 대한

편지는 못 쓰겠소 매부 돌아오는 길에

차창에서 내다본 중앙선의 복선공사에 동원된

갈대보다 더 약한 소년들과 부녀자들의

노동의 참경(慘景)에 대한 편지도 못 쓰겠소 매부

이 인찰지와 이 봉투지로는 편지를 못 쓰겠소

더위도 가시고 오늘은 하루종일 일도

안하고 있지만 밀용인찰지의 나의 생활을

당신한테 보일 수는 없소 이제는

편지를 안해도 한 거나 다름없고 나는

조금도 마인하지 않소 매부의 태산같은

친철과 친절의 압력에 대해서 미안하지 않소

당신이 사준 북어와 오징어와 2등차표와

경포대의 선물과 도리스 위스키와 라스베리 잼에 대해서

미안하지 않소 당신의 모든 행복과 우리들의 바닷가의

행복의 모든 추억에 대해서 미안하지 않소

살아 있던 시간에 대해서 미안하지 않소

나와 나의 아내와 우리집의 온 가옥의 무게를 다 합해서

밀양에서 온 식모의 소박과 원한까지를 다 합해서

미안하지 않소-만 다만 식모를 부르는 소리가

좀 단호해졌을 뿐이오 미안할 정도로 좀-

-김수영, 「미농인찰지」


시를 읽어보면 이 시는 화자가 매부에게 말을 건네는 듯한 어조로 시가 전개되는데요. 화자는 식모에게 '미농인찰지'를 사오라고 했지만 '밀용인찰지'를 사왔기 때문에 매부에게 편지를 쓰지 못하겠다고 합니다. 이는 '미농인찰지'와 같은 고급용지를 팔지 않는 자신의 동네나 싼 편지지로 편지를 쓰면 자신의 생활수준이 잘사는 매부와 비교될까봐를 걱정하는 화자의 속물성을 보여줍니다. 그리고 이런 상황에서 화자는 '꽉-막힌다고'하며 그 상황에서 느끼는 답답함을 표현합니다.

그리고 이 꽉막히는 마음이 2연에 이어져서 바다, 별장, 용솟음치는 파도, 조니워커와 같이 매부에게 대접받았던 것들을 나열하는 데 이는 속세의 물질들로 나중을 보면 이런 물질을 대접받은 것에 대해 화자는 은근히 압력을 느끼고 있으며 자신의 생활 수준과 비교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와 반대되는 노동의 참경 등에 대해서도 이야기하지만 둘다 편지에는 못쓴다고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3연에서는 이러한 마음을 '나의 생활을 당신에게 보일 수 없다'며 자신의 속물적인 모습을 확인합니다. 그리고 이제 '미안하지 않소'가 반복되는데요. 화자가 '매부의 태산같은 친절과 친절의 압력'이라고 표현한 것으로 봐서 자신과 비교되는 매부의 재력에 대해 은근히 신경쓰고 있었던 것을 알 수 있습니다.(매부가 나쁜 것은 아닙니다. 매부는 자신이 가진걸 주었지만 화자는 그냥 고마워하면 되지만 스스로 자신과 비교해서 압력을 느낀 것입니다) 그래서 괜히 미안한 마음을 가지고 있던 것을 '미안하지 않소'라고 표현하며 스스로에 대해 성찰하고 있습니다.

4연에서는 화자가 압력을 느꼈던 속물적인 대상들에 대해 나열하며 이를 부정합니다. '미안하지 않소'라고 하며 자신의 속물성을 반성하는 것이죠. 그리고 다만 자신이 식모를 부르는 소리가 좀 단호해진 것이 미안할 정도라며 자신의 부정적인 모습을 성찰하며 시를 마무리합니다.

이렇게 이 시는 '미농인찰지'가 없어서 감싼 '밀용인찰지'로는 감사편지를 쓰지 못하는 화자의 속물적인 모습과 이에 대한 성찰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럼 이제 전문해석을 통해 다시 한번 학습해보도록 합시다.


 

오늘도 수고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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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다룰 시는 나희덕 시인의 '연두에 울다'입니다. 이 시는 노쇠한 화자가 여름날 기차를 타고 가면서 창밖의 연두빛 벼들의 모습을 보고 느끼는 감정을 노래한 시인데요. 화자는 처음에 어떤 상태에서 연두를 보고 어떤 감정을 느끼는지 생각하며 감상하고 해석을 통해 학습해보도록 합시다.


떨리는 손으로 풀죽은 김밥을

입에 쑤셔넣고 있는 동안에도

기차는 여름 들판을 내 눈에 밀어넣었다.

연둣빛 벼들이 눈동자를 찔렀다.

들판은 왜 저리도 푸른가

아니다. 푸르다는 말은 적당하지 않다.

초록은 동색이라지만

연두는 내게 좀 다른 종족으로 여겨진다.

거기엔 아직 고개 숙이지 않은

출렁거림, 또는 수런거림 같은 게 남아 있다.

저 순연한* 벼포기들.

그런데 내 안은 왜 이리 어두운가.

나를 빛바래게 하려고 쏟아지는 저 햇빛도

결국 어두워지면 빛바랠 거라고 중얼거리며

김밥을 네 개째 삼키는 순간

갑자기 울음이 터져나왔다, 그것이 마치

감정이 몸에 돌기 위한 최소조건이라도 되는 듯.

눈에 즙처럼 괴는 연두

그래. 저 빛에 나도 두고 온게 있지.

기차는 여름 들판 사이로 오후를 달린다.

 

- 나희덕 , 「연두에 울다」

 

* 순연한 : 다른 것이 조금도 섞이지 않은, 온전한


시의 처음에서 화자의 상황을 보면 '떨리는 손으로 풀죽은 김밥'을 입에 쑤셔넣고 있습니다. 이를 통해 화자가 지금 생기가 없는 상황이라는 것을 알 수 있는데요. 그런 화자에게 기차가 여름 들판을 눈에 밀어 넣고 들판의 연둣빛 벼들이 화자의 눈동자에 비쳐집니다. 그러면서 그 푸른 들판....아직 고개 숙이지 않은 온전한 연둣빛 벼들을 보며 화자는 자신과 비교합니다. 그리고 화자는 생각합니다

"내 안은 왜 이리 어두운가"라고 말이죠. 현실의 모습에 대해 절망적으로 인식하는 화자의 모습을 보여주고 난 후 자신을 빛바래게 하려고 쏟아지는 저 햇빛과 결국 어두워지면 빛바랠 거라고 중얼거리는데요. 이는 화자가 시련을 겪고 있지만 그 시련역시 시간이 지나면 없어질 거라고 인식하는 것으로 시련 극복의 의지를 보여준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김밥을 네 개째 삼키는 순간 울음이 터져나오는데요. 이후 눈에서 즙처럼 괴는 연두라며 눈물을 표현한 것으로 봐서 화자에게도 '연두'와 같은 생명력이 생겨난 것을 알 수 있으며, 화자는 저 빛에 나도 두고 온게 있다며 생명력 회복에 대한 바람을 보여주며 이후 기차가 달리는 모습으로 시가 마무리됩니다.

 

이렇게 해서 이 시에서는 창밖의 연둣빛 벼들의 모습을 보고 지난날을 떠올리며 젊음에 대한 그리움과 생명에 대한 의지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럼 이제 전문해설을 통해 다시 한번 학습하고 마무리하도록 합시다.



오늘도 수고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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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다룰 시는 오장환 시인의 '성씨보-오래인 관습-그것은 전통을 말함이다.'입니다. 제목 그대로 이 시에서는 자신의 성씨보(성씨별로 정리한 책 - 족보와 비슷하다고 여기면 될 듯합니다)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는데요. 화자가 자신의 '성씨보'를 어떻게 여기는지에 대해 생각하며 작품을 감상한 후 해석을 통해 학습해봅시다.


내 성은 오씨. 어째서 오가인지 나는 모른다. 가급적으로 알리어주는 것은 해주로 이사온 일 청인(一淸人)이 조상이라는 가계보의 검은 먹글씨. 옛날은 대국숭배를 유-심히는 하고 싶어서, 우리 할아버지는 진실 이가였는지 상놈이었는지 알 수도 없다. 똑똑한 사람들은 항상 가계보를 창작하였고 매매하였다. 나는 역사를, 내 성을 믿지 않아도 좋다. 해변가으로 밀려온 소라 속처럼 나도 껍데기가 무척은 무거웁고나. 수퉁하고나. 이기적인, 너무나 이기적인 애욕을 잊으려면은 나는 성씨보가 필요치 않다. 성씨보와 같은 관습이 필요치 않다.

 

-오장환, 「성씨보-오래인 관습-그것은 전통을 말함이다.」


처음에 화자는 자신이 '오씨'이나 어째서 오가인지 나는 모른다'고 말합니다. 이는 '가급적으로 알리어주는 것은 해주로 이사온 일 청인(一淸人)이 조상이라는 가계보의 검은 먹글씨.'만으로는 알 수 없다는 것으로 족보에 대해 신뢰하지 못습을 보여줍니다.

 

이어 '우리 할아버지는 진실 이가였는지 상놈이었는지 알 수도 없다.'거 말하며 그 이유로 '똑똑한 사람들은 항상 가계보를 창작하였고 매매하였다'라고 말합니다. 이는 족보가 속물화 된 당대의 모습을 보여주며 화자는 역사를 자신의 성을 믿지 않아도 좋다며 , 소라에 자신을 비유해 껍데기(족보로 상징되는 인습)가 무겁다 수퉁하다(투박하고 무겁다)라며 그에 대해 부정적인 인식을 비칩니다. 그리고 인습에 근거한 이기적인 욕망을 거부하기 위해 자신은 성씨보와 같은 관습이 필요하지 않다고 말하며 당대의 허위의식에 대해 비판하고 시가 마무리됩니다.

 

이렇게 이 시는 자신의 성씨보에 대해 왜 자신이 이를 필요없는지에 대해 서술하며 '당대의 허위의식을 비판'하고 있습니다.

 

그럼 이제 전문해석을 통해 학습을 마무리해보도록 합시다.



 

오늘도 수고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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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다룰 작품은 김기림 시인의 '아스팔트'입니다. 시의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이 시의 시적 대상은 '아스팔트'인데요. 도시 문명을 대표하는 사물인(적어도 그 시절엔 정말 신문물!) '아스팔트'를 통해 시적화자가 무엇을 이야기하는지를 생각하며 감상한 후 해석을 통해 학습해보도록 합시다.


아스팔트 위에는

4월의 석양이 졸리고

 

잎사귀를 붙이지 아니한 가로수 밑에서는

오후가 손질한다.

 

소리 없는 고무바퀴를 신은 자동차의 아기들이

분주히 지나간 뒤에

 

너의 마음은

우울한 해저.

 

너의 가슴은

구름들의 피곤한 그림자가 때때로 쉬러 오는

회색의 잔디밭

 

바다를 꿈꾸는 바람들의 탄식을 들으러 나오는 침묵한 행인들을 위하여

작은 아스팔트의 거리는

지평선의 흉내를 낸다.

 

-김기림, 「아스팔트」


시의 처음에서는 아스팔트가 구체적인 시적 배경으로 제시되며 4월의 졸린 석양, 잎사귀를 붙이지 아니한 가로수와 같이 생명령 없는 모습과 연관되어 생명력없는 모습으로 제시됩니다. 그리고 3연에서 분주한 도시인들의 모습을 보여준 후 아스팔트를 '너'라고 부르며 심리적 거리를 좁혀 아스팔트에게 화자의 우울함을 투영하는데요. 이렇게 '너'라고 칭하고 나서 화자는 아스팔트의 내면을 이해하고자 하며 아스팔트가 '구름들의 피곤한 그림자가 때때로 쉬러오는 회색의 잔디밭'이라며 우울하지만 쉴 수 있는 누군가를 위해주는 속성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마지막에 아스팔트거리가 '바다를 꿈꾸는 바람들의 탄식을 들으러 나오는 침묵한 행인(탄식과 행인이 대비되어 우울한 현대인의 모습을 더욱 잘 나타내고 있는 것 같은 부분입니다)'들을 위해 지평선의 흉내를 내는 것을 통해 도시문명에 대한 화자의 인식을 드러냅니다. 이는 아스필트가 바다의 속성을 공유하게 되었음을 암시하는 것으로 보아 아스팔트에 대해 조금 나아진 인식을 보여주는 것 같습니다. 이렇게 이시는 도시문명을 대표하는 아스팔트를 제재로 현대인의 우울한 내면을 드러내고 있는데요.

 

아래의 전문해석을 통해 다시 한번 학습한 후 마무리해보도록 합시다.



오늘도 수고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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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다룰 시는 김명인 시인의 '봄길'입니다. 이 시는 처음읽으면 살짝 난해할 수 있는데요. 그 이뉴는 김제 봄 들판을 건너는 화자와 바다를 건너는 배의 이미지를 중첩시켜 화자의 내면을 드러내며 시상을 전개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화자의 정서에 집중하여 시를 감상한 후 해석을 통해 학습해보도록 합시다.


꽃이 피면 마음 간격들 한층 촘촘해져

김제 봄들 건너는데 몸 건너기가 너무 힘겹다

피기도 전에 봉오리째 져내리는

그 꽃잎 부리러*

이 배는 신포 어디쯤에 닿아 헤맨다

저 망해 다 쓸고 온 꽃샘바람 거기 부는 듯

몸 속에 곤두서는 봄 밖의 봄바람!

눈앞 해발이 양쪽 날개 펼친 구릉

사이로 스미려다

골짜기 비집고 빠져나오는 염소 떼와 문득 마주친다

염소도 제 한 몸 한 척 배로 따로 띄우는지

만경 저쪽이 포구라는 듯

새끼 염소 한 마리,

지평도 뿌우연 황삿길 타박거리며 간다

마음은 곁가지로 펄럭거리며 덜 핀 꽃나무

둘레에서 멈칫거리자 하지만

남몰래 출렁거리는 상심은 아지랑이 너무

끝내 닿을 수 없는 항구 몇 개는 더 지워야 한다고

닻이 끊긴 배 한 척,

 

-김명인, 「봄길」

 

* 부리러 : 사람의 등에 지거나 자동차나 배 따위에 실었던 것을 내려놓으러.


현재 화자는 '김제 봄 들'에 있습니다. 그런데 이 봄 들에 꽃이 피면 화자의 마음이 한층 촘촘해져 몸을 건너기가 너무도 힘겨워합니다. 이 때 '몸 건너기'라고 표현하여 바다를 건너는 배의 이미지를 환기시키며 앞으로 '배와의 이미지 중첩'을 연상케 합니다. 화자는 봄이지만 힘들어하고 이 힘듦을 해소하기 위해 배와 이미지를 중첩시켜 신포 어디쯤에 닿아 헤매려합니다. 그리고 봄 밖의 봄 바람을 몸 속에 곤두선다고 비유하며 감각적으로 느낍니다. 그렇게 헤메다 염소때와 마주치고 '염소도 제 한 몸 한 척 배로 따로 띄우는지'라며 앞의 공간의 중첩을 염소에게로 전이하고 이 후 타박거리며 가는 염소를 통해 자신의 처지를 발견하게 됩니다. 뒤이어 화자는 돌 핀 꽃나무 둘레어서 멈칫거리고자하는 마음과 항구 몇 개는 더 지워야 한다(계속해서 지향하는 곳을 찾아야한다는 의미인 것 같습니다)는 상심 사이에서 번민하며 이러한 자신의 모습을 닻이 끊긴 배 한 척으로 비유하며 시를 마무리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이시는 '봄의 들판에서 느끼는 번민'을 표현하고 있습니다.

 

그럼 이제 전문해석을 참고하여 다시 한번 학습해보도록 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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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수고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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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다룰 시는 고재종 시인의 '감나무 그늘 아래'입니다. 시의 제목에서 유추할 수 있듯이 이 시의 공간적 배경은 '감나무 그늘 아래'인데요. 화자가 어떤 상황인지 그리고 감나무 그늘 아래에서 어떤 생각을 하는지에 대해 생각하며 시를 감상한 후 해설을 통해 학습해보도록 합시다.

 


감나무 잎새를 흔드는 게

어찌 바람뿐이랴.

감나무 잎새를 반짝이는 게

어찌 햇살뿐이랴.

아까는 오색딱다구리가

따다다닥 찍고 가더니

봐 봐, 시방은 청설모가

쪼르르 타고 내려오네.

사랑이 끝났기로서니

그리움마저 사라지랴.

그 그리움 날로 자라면

주먹송이처럼 커갈 땡감들.

때론 머리 위로 흰구름 이고

때론 온종일 장대비 맞아보게.

이별까지 나눈 마당에

기다림은 왠 것이랴만,

감나무 그늘에 평상을 놓고

그래 그래, 밤이면 잠 뒤척여

산이 우는 소리도 들어보고

새벽이면 퍼뜩 깨어나

계곡 물소리도 들어보게.

그 기다림 날로 익으니

서러움까지 익어선

저 짙푸른 감들, 마침내

형형 등불을 밝힐 것이라면

세상은 어찌 환하지 않으랴.

하늘은 어찌 부시지 않으랴.

 

-고재종, 「감나무 그늘 아래」


이 시는 처음에

"감나무 잎새를 흔드는 게 어찌 바람뿐이랴 / 감나무 잎새를 반짝이는 게 어찌 햇살뿐이랴"라는 유사한 시구를 반복하며 시작합니다. 이는 설의법(일부러 답이 있는 것을 물어 강조하는 기법)으로 바람과 햇살뿐 아니라 다양한 요소들이 있음을 강조합니다. 그리고 주변의 모습을 제시하며 시간의 흐름에 따라 시상을 전개한 후 시적 화자의 상황이 제시됩니다.

 

"사랑이 끝났기로서니 그리움마저 사라지랴"

역시 이도 설의법으로 화자는 지금 이별의 상황이서 그리움을 느끼는 상황인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 후 그리움 날로 자라면 주먹송이처럼 커갈 땡감들이라며 감나무에 열린 감들을 보는 데요. 그리움이 자라면 주먹송이처럼 커갈 것이란 것으로 보아 이 땡감은 임에 대한 그리움이 심화되는 화자의 처지와 대응됨을 알 수 있습니다.(그리고 이는 이 땡감의 변화가 화자의 내적 심리의 변화라는 점도 알게 합니다)

 

그 땡감들은 때론 머리 위로 흰구름이 있고 때론 온종일 장대비도 맞습니다. 인생을 살다보면 좋은 날도 있고 슬픈 날도 있는 그런 느낌으로 말입니다.

이와 마찬가지로 화자도 이별한 마당에 왜 기다리는 것인지 생각하나 그저 감나무 그늘 아래 평상을 놓고 그 시간을 보냅니다.(이 시간은 괴로운 시간이지만 내적 성숙에 이르는 시간입니다) 그리고 이러한 시간이 지나면 서러운까지 익고 처음에 짙푸른 감들도 마치 형형 등불같은 홍시가 되듯 화자도 내적 성숙에 이를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세상은 어찌 환하지 않으랴, 하늘은 어찌 부시지 않으랴'라며 내적 성숙에 이른 모습을 긍정적으로 표현합니다.

 

이렇게 이 시는 감나무 그늘 아래에서 감을 자신과 동일시 하며 "익어 가는 감을 통해 깨달은 내적 성숙의 과정"에 대해 표현하고 있습니다.

 

그럼 이제 전문해석을 통해 학습을 마무리해보도록 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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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수고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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