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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원지방을 여행하다

어린아이를 봤다. 나는

고생의 흔적이 있는 그 아이를

보며 측은함을 느꼈다.

 

 

시인이 말하고자하는 것은 위와 같습니다. 이 시는 특이하게 화자 자신의 이야기를 하지 않고 버스 안에서 어린 계집아이를 관찰하며 이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구조로 되어있습니다.(그래서 이야기 시라고 하지요) 차가운 아침에 텅 빈 버스안에 혼자 있던 화자의 눈에 띤 '나이 어린 계집 아이' 홀로 이른 아침 버스에 오르는 그 아이는 진한 초록색의 새 저고리를 입고 있지만 손등이 터져있습니다. 창밖에서 배웅하는 주재소장같은 어른과 어린아이 둘이 있고 차에탄 나이 어린 계집아이는 흐느끼며 웁니다. 나는 그 정서에 공감하며 눈물을 닦다가 짐작합니다. 저 아이가 몇 해고 내지인 주재소장 집에서 고생했을 것이라고......

이를 효과적으로 표현하기 위해 시인은

화자를 객체화한 표현을 썼습니다.

12행을 보면 화자 자신(텅빈 버스 안에 있는 것은 어린 계집 아이와 화자 밖에 없습니다)을 '어느 한 사람'이라고 표현하여 객체화시킵니다. 이를 통해 감정이 주관적으로 흘러 넘치는 것을 막음과 동시에 자신을 우리 민족을 대표하는 한 사람으로 만들어 일제강점기에 일본인 주재소장 집에서 고생해야 했던 어린 계집의 삶에 우리 민족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수 있도록 만듭니다.

그리하여 대상에 대해 객관적으로 서술하는 이야기 구조를 가진 시를 쓴 것이죠. 이제 본문을 읽고 이를 학습해 보도록 합시다:)


차디찬 아침인데

묘향산행 승합자동차는 텅 하니 비어서

나이 어린 계집아이 하나가 오른다

옛말속같이 진진초록 새 저고리를 입고

손잔등이 밭고랑처럼 몹시도 터졌다

계집아이는 자성(慈城)으로 간다고 하는데

자성은 예서 삼백오십 리 묘향산 백오십 리

묘향산 어디메서 삼촌이 산다고 한다

새하얗게 얼은 자동차 유리창 밖에

내지인 주재소장 같은 어른과 어린아이 둘이 내임*을 낸다

계집아이는 운다 느끼며 운다

텅 비인 차 안 한구석에서 어느 한 사람도 눈을 씻는다

계집아이는 몇 해고 내지인 주재소장 집에서

밥을 짓고 걸레를 치고 아이보개를 하면서

이렇게 추운 아침에도 손이 꽁꽁 얼어서

찬물에 걸레를 쳤을 것이다

 

 

- 백석,「팔원(八院)-서행시초(西行詩抄) 3」


이제 전문해석을 읽고 학습을 마무리 해보도록 합시다:)

아. 여기서 혼동할 수 있는 게 있습니다.

과연 이 시에서 내지인 주재소장같은 어른과 어린아이 둘은 부정적인 대상일까요? 아닐까요?

정답은 아닙니다. 차디찬 이른 아침에 자기 집에서 살림을 하던 사람을 보내며 배웅해주는 대상이 과연 부정적인 인물일까요? 일제강점기라는 시대적 배경이나 주재소장의 어감이 부정적으로 들릴 수 있으나 시에서의 상황만 보면 우리 민족을 핍박하는 인물로 보기는 힘듭니다. 이점 참고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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