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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다룰 시 '사랑의 측량'에서는 사랑하는 사람과의 사랑의 양을 측량하는 방법에 대해서 말하고 있습니다. 화자가 말하는 사랑의 양이 일반적인 생각과 어떻게 다른지를 생각하며 시를 감상하고 해석을 통해 학습해보도록 합시다.


즐겁고 아름다운 일은 양이 많을수록 좋은 것입니다.

그런데 당신의 사랑은 양이 적을수록 좋은가 봐요.

당신의 사랑은 당신과 나와 두 사람 사이에 있는 것입니다.

사랑의 양을 알려면 당신과 나의 거리를 측량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당신과 나의 거리가 멀면 사랑의 양이 많고 거리가 가까우면 사랑의 양이 적을 것입니다.

그런데 적은 사랑은 나를 웃기더니 많은 사랑은 나를 울립니다.

 

뉘라서 사람이 멀어지면 사랑도 멀어진다고 하여요.

당신이 가신 뒤로 사랑이 멀어졌으면 날마다 날마다 나를 울리는 것은 사랑이 아니고 무엇이어요.

 

-한용운, 「사랑의 측량」


시는 일반적인 통념으로 시작됩니다. 보통 즐겁고 아름다운 일은 양이 많을 수록 좋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화자는 다른 생각을 합니다. 당신의 사랑은 양이 적을 수록 좋다고 보는 것이죠.

 

이는 화자가 가진 사랑의 양의 측량법에 의한 것이네요. 화자는 거리를 측량해 사랑의 양을 구합니다.

그래서 당신과 나의 거리가 멀면 사랑의 양이 많고 거리가 가까우면 사랑이 양이 적게되는 것이죠.

 

이는 사랑의 양이라는 눈에 안보이는 대상을 거리라는 개념으로 측량하는 것으로 형상화의 방법이 쓰였으며 거리가 멀수록 사랑이 양이 많아지는 것은 역설적 사고임을 알 수 있습니다.

 

역설적이지만 이는 사랑이 서로 간의 거리를 좁히고, 더 많이 알고자 하면서 서로 유사해지는 과정을 거치게 되는 가정을 통해 익숙해지고, 이 익숙함이 처음에 서로에게 가졌던 사랑의 숭고함을 소실시키면서 사랑이 적어지는 것을 염두에 둔다면 어느정도 이해가 갈 것입니다.. 그래서 시 속에서 ‘나’는 임과 멀어지는 슬픔을 느끼면서도 익숙함이 아닌 숭고함을 위해 거리가 멀어지는 슬픔을 받아들이며 변치 않는 사랑을 노래하고자 합니다. 즉 사랑하는 사람과의 거리를 역설적으로 표현하며 임을 향한 사랑의 숭고성을 노래한 것입이다.

 

이렇게 역설적인 사고를 통해 이 시는 '임을 향한 숭고한 사랑'을 노래하고 있습니다.

 

그럼 이제 전문해석을 통해 학습을 마무리해보도록 합시다.



오늘도 수고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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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시간에 다룰 시의 제목은 '특급열차를 타고 가다가'입니다. 특급열차의 특성이라면 아무래도 '빠른 속도'일건데요. 빠른 속도로 이동하며 화자가 느낀 바가 무엇인지를 생각하며 시를 감상하고 해석을 통해 학습해보도록 합시다.


이렇게 서둘러 달려갈 일이 무언가

환한 봄 햇살 꽃그늘 속의 설렘도 보지 못하고

날아가듯 달려가 내가 할 일이 무언가

예순에 더 몇 해를 보아 온 같은 풍경과 말들

종착역에서도 그것들이 기다리겠지

 

들판이 내려다보이는 산역에서 차를 버리자

그리고 걷자 발이 부르틀 때까지

복사꽃 숲 나오면 들어가 낮잠도 자고

소매 잡는 이 있으면 하룻밤쯤 술로 지새면서

 

이르지 못한들 어떠랴 이르고자 한 곳에

풀씨들 날아가다 떨어져 몸을 묻은

산은 파랗고 강물은 저리 반짝이는데

 

-신경림, 「특급열차를 타고 가다가」


시는 '이렇게 서둘러 달려갈 일이 무언가'라는 의문형 문장을 통해 시작됩니다. 이 의문형 문장은 실은 '이렇게 서둘러 달려가봤자 의미 없다'라는 의미를 담고 있는 것이죠. 그리고 이 의문형 문장을 통해 화자가 강조하려는 삶의 태도를 보여줍니다.

 

서둘러 달려간다는 것 그것은 환한 봄 햇살 꽃그늘 속의 설렘도 보지 못한다는 것. 날아갈듯 달려서 빨리가봤자 늘 봤던 그것들(현대사회에서 반복되는 것들)이 기다리는 데 이렇게 빨리 갈 필요가 없다는 것으로 화자의 생각이 뻣어나갑니다.

 

그리고 2연부터는 화자의 바램이 좀 더 직접적으로 드러납니다. 타고 있던 현대문명(특급열차)에서 벗어나 자연의 세계로 가는 것이죠. 그 곳에서 기차를 타는 것과는 대비되는 걷기라는 행위를 통해 여유로운 생활을 하고 싶어하며 화자가 바라는 삶의 모습을 그립니다.

 

3연에서는 좀 더 강하게 화자의 바램이 드러납니다. '이르지 못한들 어떠랴 이르고자 한 곳에'라는 표현은 이르고자 한 곳에라는 목적보다는 여유있는 삶의 태도, 삶의 과정이 중요하다는 화자의 생각이 드러납니다. 이러한 삶의 과정에서 만달 수 있는 자연물들이 있어 빠른 속도로 목적에 다다르지 못해도 삶은 가치있다는 화자의 생각이 드러나는 것이죠.

 

이렇게 해서 이시는 '목적지향적인 빠른 삶을 벗어난 여유있는 삶의 태도의 중요성'에 대해서 노래하고 있습니다.

 

이를 열차를 타고가는 행위와 대비되는 행위, 그리고 열차와 자연이라는 대비되는 공간을 통해 강조하고 있는 것이죠.

 

그럼 이제 전문 해석을 통해 학습을 마무리해보도록 합시다.



 

오늘도 수고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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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다룰 시의 제목은 '너와집 한 채'입니다. '너와집'은 지붕을 붉은 소나무 조각으로 덮은 집을 말하는데 주로 강원도나 함경도 같은 산지에서 많이 지어집니다. 이러한 너와집에 대해서 화자가 이야기하는 이유에 대해 생각하며 시를 감상한 후 해석을 통해 학습해보도록 합시다.


길이 있다면, 어디 두천쯤에나 가서

강원남도 울진군 북면의

버려진 너와집이나 얻어 들겠네, 거기서

한 마장 다시 화전에 그슬린 말재를 넘어

논 아래 골짜기에 들었다가 길을 잃겠네

저 비탈바다 온통 단풍 불붙을 때

너와집 썩은 나무껍질에도 배어든 연기가 매워서

집이 없는 사람 거기서도 눈물 잣겠네

 

쪽문을 열면 더욱 쓸쓸해진 개옻 그늘과

문득 죽음과, 들풀처럼 버팅길 남은 가을과

길이 있다면, 시간 비껴

길 찾아가는 사람들 아무도 기억 못 하는 두천

그런 산길에 접어들어

함께 불붙는 몸으로 저 골짜기 가득

구름 연기 첩첩 채워 놓고서

 

사무친 세간의 슬픔, 저버리지 못한

세월마저 허물어 버린 뒤

주저앉을 듯 겨우겨우 서 있는 저기 너와집,

토방 밖에는 황토흙빛 강아지 한 마리 키우겠네

부뚜막에 쪼그려 수제비 뜨는 나어린 처녀의

외간 남자가 되어

아주 잊었던 연모 머리 위의 별처럼 띄워 놓고

 

그 물색으로 마음은 비포장도로처럼 덜컹거리겠네

강원남도 울진군 북면

매봉산 넘어 원당 지나서 두천

따라오는 등 뒤의 오솔길도 아주 지우겠네

마침내 돌아서지 않겠네

 

-김명인, 「너와집 한 채」


 

시를 읽으면 화자는 너와집으로 가고자 한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시에서 화자가 어디론가 가려고 하는 것은 현실이 부정적 상황이고 이 현실을 피하고자 하는 마음으라고 생각하면 되겠습니다. 즉, 화자는 부정적인 현실을 피해서 너와집으로 가려고 하는 것이죠.

 

이러한 마음을 강원남도 울진군 북면이라는 구체적인 지명으로 말하고 있습니다. 울진은 시인의 고향으로 현재는 경상도이지만 시속에서 말하는 울진은 어릴적 기억과 연관지은 현실과 다른 곳이기에 그곳을 강원남도에 속한 곳으로 말하며 산마을에 들어가 스스로 길을 잃어 현실로 돌아오는 길을 끊어버리겠다고 화자는 말하고 있습니다.

 

현실에서 화자는 안식처를 찾지 못하고 힘들었기에 이러한 현실에서 벗어나 산마을의 너와집에서 고립된 삶을 살고 싶어하는 것이죠. 그리고 고립된 순수의 삶에서 침잠하는 삶을 살고 싶어 하는 의지를 강조하며 시는 마무리 됩니다.

 

이렇게 이 시는 '은둔과 격리의 삶에 대한 소망'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그럼 이제 전문해석을 통해 학습을 마무리해보도록 합시다.


 


오늘도 수고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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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시간에 다룰 시의 제목은 '쥐'입니다. 이 시는 '쥐'의 입장에서 상황을 드러내고 있는데요. 시를 읽으며 쥐가 처한 상황에 대해 생각해보고 이가 인간사회와 어떤면에서 유사한가를 떠올린 후에 해석을 통해 학습해보도록 합시다.


구멍의 어둠 속에 정적의 숨죽임 뒤에

불안은 두근거리고 있다

사람이나 고양이의 잠을 깨울

가볍고 요란한 소리들은 깡통 속에

양동이 속에 대야 속에 항상 숨어 있다

어둠은 편안하고 안전하지만 굶주림이 있는 곳

몽둥이와 덫이 있는 대낮을 지나

번득이는 눈과 의심 많은 귀를 지나

주린 위장을 끌어당기는 냄새를 향하여

걸음은 공기를 밟듯 나아간다

꾸역꾸역 굶주림 속으로 들어오는

비누 조각비닐봉지 향기로운 쥐약이 붙어 있는 밥알들

거품을 물고 떨며 죽을 때까지 그칠 줄 모르는

아아 황홀하고 불안한 식욕

 

-김기택, 「쥐」


시의 처음에 보면 쥐는 어둠 속에 있습니다. 그 어둠은 정적이 흐르는 곳이지만 언제나 불안이 숨어 있는 곳입니다. 그래도 불안이 숨어있을 뿐 어둠은 편안하고 안전한 곳이라고 되어 있습니다. 다만 이 편안함과 안전함과 대비되는 이질적인 단어 '굶주림'도 있는 곳이죠.

 

"어둠은 편안하고 안전하지만 굶주림이 있는 곳"이라고 시에서는 표현하며 이질적인 상황을 제시하여 '쥐'의 결핍된 욕망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이 욕망을 채우기 위해서 쥐는 피해야 하는 상황을 위험을 무릎쓰고 지나갑니다.

 

그리리고 결국 죽음을 무릅쓰고 욕망충족에 집착합니다. 향기로운 쥐약을 거품을 물고 떨며 죽을 떄까지 먹는 것이죠.

 

그리고 이렇게 욕망을 채우는 순간의 황홀함과 그 대가로 맞이할 불행의 순간의 공존을 '황홀하고 불안한 식욕'이라며 역설적으로 표현하며 시는 마무리 됩니다.

 

이렇게 이 시는 '욕망에 빠져서 그 욕망을 채우려는 행위의 순간적 황홀함과 그로 인해 맞이하게 되는 불행'에 대해 이야기 하고 있습니다. 이를 인간세상에 대입해보면 물질적 욕망을 충족하기 위해 위험을 무릅쓰고 결국 파멸에 이르는 사람들에 대한 경고를 드러낸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럼 이제 전문해석을 통해 학습을 마무리해보도록 합시다.



오늘도 수고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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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다룰 시 '사는 일'에서 화자는 일상적인 생활에서 느끼는 긍정적인 삶의 태도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화자의 일상을 따라가며 화자가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를 보며 시를 감상하고 해석을 통해 학습해보도록 합시다.


오늘도 하루 잘 살았다

굽은 길은 굽게 가고

곧은 길은 곧게 가고

 

막판에는 나를 싣고

가기로 되어 있는 차가

제시간보다 일찍 떠나는 바람에

걷지 않아도 좋은 길을 두어 시간

땀 흘리며 걷기도 했다

 

그러나 그것도 나쁘지 아니했다

걷지 않아도 좋은 길을 걸었으므로

만나지 못했을 뻔했던 싱그러운

바람도 만나고 수풀 사이

빨갛게 익은 멍석딸기도 만나고

해 저문 개울가 고기비늘 찍으러 온 물총새

물총새, 쪽빛 날갯짓도 보았으므로

 

이제 날 저물려 한다

길바닥을 떠돌던 바람은 잠잠해지고

새들도 머리를 숲으로 돌렸다

오늘도 하루 나는 이렇게

잘 살았다.

 

- 나태주, 「사는 일」


시의 시작은 '오늘 하루 잘 살았다'라는 인식으로 시작됩니다. 화자는 길을 걷는 일을 인생사와 동일하게 표현하며 굽은 길은 굽게 가고 곧은 길은 곧게 가는 유연한 순리대로 삶아가는 삶의 모습을 보여줍니다. 이렇게 긍정적인 삶의 태도를 보여주는 화자에게 2연에서 하나의 사건(?)이 일어납니다.

 

바로 화자를 싣고 가기로 했던 차가 일찍 떠나버린 바람에 걷지 않아도 좋은 길을 두어 시간정도 걷게 된 일이죠. 두 시간 정도 땀흘리며 걷는 것은 쉽지 않은 고생스런 일이지만 화자는 다르게 생각합니다.

 

그 덕에 걷지 않아도 좋은 길을 걸으며 기대하지 않았던 사물들을 만나게 되는 것입니다. 차를 타고 갔다면 보지 못했을 일상 속의 사물들을 보며 화자는 그 속에서 가치를 느끼게 됩니다.

 

그리고 하루가 끝나 갈때 화자는 오늘 하루를 잘 살았다며 긍정적인 태도를 보이며 시가 마무리됩니다.

 

이렇게 이 시는 일상적인 생활의 모습을 통해 "순리대로 살아가는 긍정적인 삶의 태도"를 보여줍니다.

 

그럼 이제 전문해석을 통해 학습을 마무리해보도록 합시다.


 

오늘도 수고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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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시간에 다룰 시의 제목은 '복종'입니다. 이 시는 '남들은 자유를 사랑한다지마는, 나는 복종을 좋아하여요'라는 첫 구절이 너무나 유명한 시인데요. 화자가 자유보다 복종을 좋아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생각하며 글을 읽고 해석을 통해 학습해보도록 합시다.


남들은 자유를 사랑한다지마는, 나는 복종을 좋아하여요.

자유를 모르는 것은 아니지만, 당신에게는 복종만 하고 싶어요.

복종하고 싶은데 복종하는 것은 아름다운 자유보다도 달콤합니다, 그것이 나의 행복입니다.

 

그러나 당신이 나더러 다른 사람을 복종하라면 그것만은 복종할 수가 없습니다.

다른 사람을 복종하려면, 당신에게 복종할 수가 없는 까닭입니다.

 

- 한용운, 「복종」


화자는 1연에서 말합니다. 남들은 자유를 사랑한다지만 나는 복종을 좋아한다고. 자유를 모르는 것은 아니지만 당신에게는 복종만 하고 싶다고 말입니다. 화자가 이렇게 말하는 이유는 바로 이어지는 시행에서 밝혀지는데요. 화자는 '복종하고 싶은데 복종하는 것은 아름다운 자유보다 달콤하다고 말합니다'

 

여기서 복종하고 싶은데 복종하는 것은 '복종'이란 것 자체가 자신의 자율적인 행동으로 자신이 사랑하는 이에게 복종하는 자유를 누리는 것이기에 자유보다 달콤한 것입니다. 화자는 다른 사람들과 같이 헌신하지 않는 자유보다는 님에게 헌신하는 복종을 선택하고 자율적인 행동을 하는 것이죠.

 

2연에서는 당신의 말을 듣지 않는 하나의 예를 제시하면서 당신에 대한 헌신을 강조합니다. 당신의 말 중 복종할 수 없는 하나는 '다른 사람에게 복종하라는 것'. 왜냐하면 다른 사람에게 복종하면 당신에게 복종할 수 없다는 이유를 말하며 당신에 대한 복종을 더욱 강조하며 시가 마무리됩니다.

 

이렇게 이 시는 '사랑하는 이에 대한 헌신과 복종의 자세'를 드러내고 있는데요.

 

이를 만해 한용운이 활동했던 일제 강점기에 대입하면 남들이 사랑하는 자유는 매국, 일본의 앞잡이 노릇을 하며 편하게 사는 것, 님에게 복종하는 것은 조국에 대한 충성 헌신으로 해석할 수 있어 평소 그가 가지고 있던 조국에 대한 사랑을 생각할 수 있습니다.(이런 해석은 문제에서 제시될 때 <보기>로 해석의 기준을 줍니다)

 

그럼 이제 전문 해석을 통해 학습을 마무리해보도록 합시다.



오늘도 수고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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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시간에 다룰 시의 제목은 '선운사에서'입니다. 이 시는 동백꽃이 떨어지는 모습을 보고 이를 인간사에 적용시켜 내용을 전개하는 시입니다. 동백꽃은 여느 꽃들과 달리 시들기 전 송이째 뚝 떨어지는데 떨어진 후에도 오랫동안 붉은 자태를 잃지 않는 곳입니다. 이런 꽃의 모습이 사랑의 어떤 모습과 비슷한지 시를 읽으며 생각한 후 해석을 통해 학습해보도록 합시다.


꽃이

피는 건 힘들어도

지는 건 잠깐이더군.

골고루 쳐다볼 틈 없이

님 한 번 생각할 틈 없이

아주 잠깐이더군.

 

그대가 처음

내 속에 피어날 때처럼

잊는 것 또한 그렇게

순간이면 좋겠네.

 

멀리서 웃는 그대여.

산 넘어 가는 그대여.

 

꽃이

지는 건 쉬워도

잊는 건 한참이더군.

영영 한참이더군.

 

- 최영미, 「선운사에서」


동백꽃의 모습은 사랑의 어떤 모습과 비슷할까요?

 

바로 이별한 후에도 쉽게 잊혀지지 않는 모습과 비슷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꽃이 피는건 힘들어도 지는 건 잠깐이고 떨어진 꽃송이가 오랜시간 있는 것처럼 사랑이 생기는 건 힘들어도 이별은 순식간이며 이별 후의 아픔은 오래 지속되니까요.

 

이렇게 이 시는 자연 현상과 인간사를 병치시켜 의미를 강화하며 시상을 전개합니다.

 

1연에서 화자는 이 자연현상(낙화의 허무함과 순간성)을 인식하고 이를 자연스럽게 사랑하는 사람과 연관시킵니다. 그리고 2연에서 화자는 그러한 자연현상을 자신의 내면과 밀착하여 이별의 슬픔과 고통이 순식깐에 떨어지는 꽃처럼 빨리 지나가기를 희망하죠. 3연에서는 사랑한 그대가 떨나갔다는 것을 재확인하며 4연에서는 그대를 잊는 게 힘들고 오랜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것을 깨달으며 시를 마무리합니다.

 

이렇게 이 시는 '꽃을 통해 깨닫게 되는 만남과 이별의 진리'에 대해 말하고 있습니다. 이를 시어의 반복을 통해 강조하고 있고요.

 

그럼 이제 전문해석을 통해 학습을 마무리해봅시다.



 

오늘도 수고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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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다룰 시 '문'에서는 '문'이라는 시적 대상을 통해 기존의 인식을 바꾸는 것을 표현하고 있습니다. 시에서 '문'이라는 시적 대상을 어떻게 표현하고 있는지를 살펴보고 해석을 통해 학습해보도록 합시다.


어느 집에나 문이 있다

우리 집의 문 또한 그렇지만

어느 집의 문이나

문이 크다고 해서 반드시

잘 열리고 닫힌다는 보장이 없듯

 

문은 열려 있다고 해서

언제나 열려 있지 않고

닫혀 있다고 해서

언제나 닫혀 있지 않다

 

어느 집에나 문이 있다

어느 집의 문이나 그러나

문이라고 해서 모두 닫히고 열리리라는

확증이 없듯

 

문이라고 해서 반드시

열리기도 하고 또 닫히기도 하지 않고

또 두드린다고 해서 열리지 않는다

 

어느 집에나 문이 있다

어느 집이나 문은

담이나 벽을 뚫고 들어가

담이나 벽과는 다른 모양으로

자리 잡는다

 

담이나 벽을 뚫고 들어가

담이나 벽과 다른 모양으로

자리 잡기는 잡았지만

담이나 벽이 되지 말라는 법이나

담이나 벽보다 더 든든한

문이 되지 말라는 법은 없다

 

-오규원, 「문」


시에서 '어느 집에나 문이 있다'라는 말을 반복하며 '문'이 있다는 통념(일반적인 생각)을 제시합니다.

 

문제는 바로 이후 입니다. 이 시는 먼저 문의 열리고 닫히는 속성에 대한 언어적 표현을 통해 기존의 통념에 대한 반대 의견을 제시합니다.

 

'문은 열려 있다고 해서 언제나 열려 있지 않고 닫혀 있다고 해서 언제나 닫혀 있지 않다'는 열림과 닫힘의 속성의 대비와 모순형용의 아이러니를 통해 기존의 통념에 대한 반대의견을 제시하는 것이죠.

 

그리고 이후 문과 대조되는 '담 이나 벽'을 통해 시상을 전개하며 문을 능동적인 속성을 제시한 후 '문'이 '담 이나 벽'을 뚫고 들어가는 모습을 통해 그들이 지닌 '연결과 단절'이라는 상호모순성의 경계를 무너트려 모순을 통합하여 새로운 의미를 제시합니다.

 

이렇게 이 시는 '문'이라는 시적대상을 통해 '기존 통념에 대한 반대의견'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그럼 이제 전문해석을 통해 시구의 의미와 표현법에 대해 알아보며 학습을 마무리해보도록 합시다.


 

오늘도 수고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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