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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다룰 시 '한계령을 위한 연가'에서 시인은 못 잊을 사람과 한계령에서 폭설을 만나 고립을 당하는 상황을 가정합니다. 폭설에 의한 고립은 일반적으로 굉장히 공포스러운 것이지만 시인은 이에 대한 역설적 인식을 통해 자신의 의도를 들어냅니다.

그럼 고립 상황에 대한 시인의 인식에 주목하며 시를 읽어보도록 합시다.


한겨울 못 잊을 사람하고

한계령쯤을 넘다가

뜻밖의 폭설을 만나고 싶다

뉴스는 다투어 수십 년 만의 풍요를 알리고

자동차들은 뒤뚱거리며

제 구멍들을 찾아가느라 법석이지만

한계령의 한계에 못 이긴 척 기꺼이 묶였으면

오오, 눈부신 고립

사방이 온통 흰 것뿐인 동화의 나라에

발이 아니라 운명이 묶였으면

이윽고 날이 어두워지면 풍요는

조금씩 공포로 변하고, 현실은

두려움의 색채를 드리우기 시작하지만

헬리콥터가 나타났을 때에도

나는 결코 손을 흔들지는 않으리

헬리콥터가 눈 속에 갇힌 야생조들과

짐승들을 위해 골고루 먹이를 뿌릴 때에도……

시퍼렇게 살아 있는 젊은 심장을 향해

까아만 포탄을 뿌려 대던 헬리콥터들이

고라니나 꿩들의 일용할 양식을 위해

자비롭게 골고루 먹이를 뿌릴 때에도

나는 결코 옷자락을 보이지 않으리

아름다운 한계령에 기꺼이 묶여

난생 처음 짧은 축복에 몸 둘 바를 모르리

-문정희, 「한계령을 위한 연가」


시의 처음에서 화자는 하나의 상황을 가장합니다. '한겨울 못잊을 사람과 한계령을 건너다 폭설을 맞아 고립을 당한 상황'이 바로 그것입니다. 화자에게 ‘고립’은 일반적이고 현실적인 속박의 의미가 아니라 운명적이고 낭만적인 것으로 그려지며, 고립 상태에서 날이 어두워지고 두려움이 밀려오더라도 화자는 결코 구원의 손길을 내밀지 않겠다는 의지를 드러내며 사랑하는 사람과의 완전한 고립을 소망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이 시의 특이점은 화자가 고립 즉, 현실과의 단절을 말하며 공포로 변한 상황에서 헬리콥터와 같은 구원해 줄 수 있는 대상에게도 구원의 손길을 내밀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이에 유추할 수 있는 점은 화자가 처한 현실은 못 밎을 사람 즉, 사랑하는 사람(혹은 가치)과 함께할 수 없는 부정적 현실이라는 것입니다. 현실에서 자신의 이상을 실천하지 못하기에 고립되어 현실에서 벗어나고 싶어하는 것입니다.

또한, 헬리콥터에게 구원을 요청하지 않는 이유는 화자 자신이 고립을 원하는 것도 있지만, 헬리콥터는 시의 후반부에 언급된 것처럼 젋은 심장들에게 까아만 포탄을 쏘던 무기였음으로 화자는 그런 헬리콥터에게 구원을 요청하지 않고 오히려 고립되길 원합니다.

그러하기에 화자는 고립된 상황을 적극적으로 수용할 만큼 사랑의 완성을 간절하게 바라고 있고 이를 눈부신 고립, 동화의 나라, 짧은 축복이라는 역설적 인식으로 드러내는 것입니다.

이렇게 화자는 "역설적 상황을 통한 사랑의 간절함"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그럼 전문해석을 통해 학습을 마무리해보도록 합시다.



오늘도 수고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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