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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시간에 다룰 시는 '우포늪 왁새'입니다. 시를 감상할 때 기본이 되는 것은 제목을 통해 내용을 추론하는 것이지만 오늘 배울 시 '우포는 왁새'는 제목을 통해 추론하기에는 조금 난해한 시입니다. 이 시에서는 화자는 소리꾼에 대해 이야기하고 지금 본 왁새를 통해 그 소리꾼을 떠올립니다. 소리꾼과 왁새의 관계, 그리고 우포늪이라는 공간의 의미에 대해 생각하면서 시를 읽고 해석을 참고하도록 합시다.


득음은 못하고, 그저 시골장이나 떠돌던

소리꾼이 있었다, 신명 한 가락에

막걸리 한 사발이면 그만이던 흰 두루마기의 그 사내

꿈속에서도 폭포 물줄기로 내리치는

한 대목 절창을 찾아 떠돌더니

오늘은, 왁새* 울음 되어 우항산 솔밭을 다 적시고

우포늪 둔치, 그 눈부신 봄빛 위에 자운영 꽃불 질러 놓는다

살아서는 근본마저 알 길 없던 혈혈단신

텁텁한 얼굴에 달빛 같은 슬픔이 엉켜 수염을 흔들곤 했다

늙은 고수라도 만나면

어깨 들썩 산 하나를 흔들었다

필생 동안 그가 찾아 헤맸던 소리가

적막한 늪 뒷산 솔바람 맑은 가락 속에 있었던가

소목 장재 토평마을 양파들이 시퍼런 물살 몰아칠 때

일제히 깃을 치며 동편제* 넘어가는

저 왁새들

완창 한 판 잘 끝냈다고 하늘 선회하는

그 소리꾼 영혼의 심연이

우포늪 꽃잔치를 자지러지도록 무르익힌다

- 배한봉, 「우포늪 왁새」

* 왁새: 왜가리의 별명.

* 동편제: 판소리의 한 유파.


이 시는 '화자'가 득음을 못하고 죽은 소리꾼에 대해 생각하며, 그가 이루려했던 소리의 경지를 지금 자신이 보고 있는 우포늪의 경관과 연관시켜 상상하고 있는 시입니다. 그래서 시의 처음에 소리꾼에 대해 이야기(득음은 못하고, 그저 시골장이나 떠돌던 소리꾼)를 합니다. 그리고 우포늪에 살아가는 왁새의 울음소리를 소리꾼의 소리에 빗대어 말합니다. 화자는 이름없이 살았으나 평생 진정한 소리를 추구했던 소리꾼을 떠올리며, 자신의 상상을 통해 현실 속에서 날아가는 우포늪의 왁새와 소리꾼 영혼의 심연을 연결시키며 진정한 소리를 찾는 예술의 세계를 자연의 생명력과 아울러 형상화하고 있습니다.

즉, 이 시에서는 한 소리꾼의 삶을 통해 우포늪에서 창조된 예술의 경지와 우포늪의 아름다움을 강조하고 있으며, 진정한 소리를 찾기 위해 노력했던 소리꾼의 예술에 대한 염원을 ‘우포늪 왁새’라는 자연물을 통해 드러내고 있는 것입니다.

그렇게 하여 "우포늪에서 구현된 예술의 경지와 우포늪이 가진 생명력의 가치"이라는 주제를 드러내고 있습니다.

단, 우포늪에서 구현된 예술의 경지는 화자의 상상이지 실제로 소리꾼의 삶에서는 득음을 한적이 없다는 것을 인지해야 합니다. 소리꾼이 환생하여 예술의 경지를 이룬 것이 아닌, 화자의 상상 속에서 이루어진 일입니다.

 

그럼 전문해석을 통해 학습을 마무리 해보도록 합시다.



오늘도 수고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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