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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때로 시인은 다른 예술가의 삶의 흔적을 보며 그들의 삶에 대해 자신의 상상력으로 그려내기도 합니다.

이번에 다룰 시 '섶섬이 보이는 방-이중섭의 방에 와서'는 제목에서 드러나다싶이 화가 이중섭의 삶에 대해 자신만의 언어로 드러내는 시입니다.

나희덕 시인이 이중섭 화가가 살던 곳을 방문하고 떠올린 시상을 형상화한 이 시. 이중섭 화가의 삶을 어떻게 인식하고 그리는지를 중심으로 시를 읽고 해석을 해보도록 합시다.

 


서귀포 언덕 위 초가 한 채

귀퉁이 고방을 얻어

아고리와 발가락군*은 아이들을 키우며 살았다

두 사람이 누우면 꽉 찰,

방보다는 차라리 관에 가까운 그 방에서

게와 조개를 잡아먹으며 살았다

아이들이 해변에서 묻혀 온 모래알이 버석거려도

밤이면 식구들의 살을 부드럽게 끌어안아

조개껍질처럼 입을 다물던 방,

게를 삶아 먹은 게 미안해 게를 그리는 아고리와

소라 껍질을 그릇 삼아 상을 차리는 발가락군이

서로의 몸을 끌어안던 석회질의 방,

방이 너무 좁아서 그들은

하늘로 가는 사다리를 높이 가질 수 있었다

꿈속에서나 그림 속에서

아이들은 새를 타고 날아다니고

복숭아는 마치 하늘의 것처럼 탐스러웠다

총소리도 거기까지는 따라오지 못했다

섶섬이 보이는 이 마당에 서서

서러운 햇빛에 눈부셔한 날 많았더라도

은박지 속의 바다와 하늘,

게와 물고기는 아이들과 해 질 때까지 놀았다

게가 아이의 잠지를 물고

아이는 물고기의 꼬리를 잡고

물고기는 아고리의 손에서 파닥거리던 바닷가,

그 행복조차 길지 못하리란 걸

아고리와 발가락군은 알지 못한 채 살았다

빈 조개껍질에 세 든 소라게처럼

 

- 나희덕, 「섶섬이 보이는 방 – 이중섭의 방에 와서」

*아고리와 발가락군: 화가 이중섭과 그의 아내가 서로를 부르던 애칭.


시는 제목대로 섶섬이 보이는 이중섭의 방에 와서 화자가 이중섭 화가의 삶에 대해서 떠올린 바를 바탕으로 전개됩니다.

시인은 상상력을 발휘하여 가난 속에서도 아름다운 마음을 간직하며 이상을 추구하던 이중섭 화가의 삶과 예술 세계를 감각적인 언어로 시적 공간에 그려냅니다.

세부적인 내용을 보면 시에서 나타나는 이중섭의 방이 '귀퉁이 고방'이라는 표현을 통해 이중섭 화가가 가난한 상황이었더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관에 가까운 그 방'이라는 표현으로 가난과 궁핍을 나타냈지만 그들의 생활은 행복합니다. 시인은 그 행복한 시간을 비유 및 감각적 표현을 이용하여 나타냅니다.

이렇게 비유 및 감각적 표현으로 구현한 풍요롭고 평화로운 이상 세계의 모습과 순수한 동심 세계의 모습은 가난한 생활과 대비를 이루어 숭고한 무언가를 느끼게도 합니다.

그리고 작품의 말미에는 소박한 행복조차 길게 누릴 수 없었던 이중섭의 삶에서 느껴지는 연민의 정서를 직유법과 도치법을 이용하여 인상적으로 나타내고 있습니다. 이중섭의 삶에 대해 알고 있는 시인이기에 섶섬이 보이는 이중섭의 방에와서 그의 삶을 생각하면서도 비극적인 미래에 따른 연민까지 표현한 것입니다.

그래서 이 시는 아래와 같은 내용구조를 가지고 있습니다.

이렇게 해서 시인은 "이중섭의 삶과 이중섭이 꿈꾸던 세계를 떠올리며 느끼는 연민"을 나타내고 있는 것입니다.

그럼 전문해석을 통해 학습을 마무리해보도록 합시다.



오늘도 수고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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