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8x90
반응형

이번에 다룰 작품은 이용악 시인의 '전라도 가시내'입니다. 이 작품은 함경도 사나이가 화자로 나오며 전라도 가시내에게 말을 건내는 형식으로 진행되는데요. 함경도 사나이와 전라도 가시내가 어떠한 상황에 처해해있는지 그리고 함경도 사나이는 전라도 가시내에게 어떤 말을 건내는지에 주목하며 작품을 감상한 후 해석해보도록 합니다.


 

알룩 조개에 입 맞추며 자랐나

눈이 바다처럼 푸를뿐더러 까무스레한 네 얼골

가시내야

나는 발을 얼구며*

무쇠 다리를 건너온 함경도 사내

바람 소리도 호개*도 인전 무섭지 않다만

어두운 등불 밑 안개처럼 자욱한 시름을 달게 마시련다만

어디서 흉참한 기별이 뛰어들 것만 같애

두터운 벽도 이웃도 못 미더운 북간도 술막

온갖 방자의 말을 품고 왔다

눈포래를 뚫고 왔다

가시내야

너의 가슴 그늘진 숲속을 기어간 오솔길을 나는 헤매이자

술을 부어 남실남실 술을 따르어

가난한 이야기에 고히 잠거 다오

네 두만강을 건너왔다는 석 달 전이면

단풍이 물들어 천 리 천 리 또 천 리 산마다 불탔을 겐데

그래두 외로워서 슬퍼서 초마폭으로 얼굴을 가렸더냐

두 낮 두 밤을 두루미처럼 울어 울어

불술기* 구름 속을 달리는 양 유리창이 흐리더냐

차알삭 부서지는 파도 소리에 취한 듯

때로 싸늘한 웃음이 소리 없이 새기는 보조개

가시내야

울 듯 울 듯 울지 않는 전라도 가시내야

두어 마디 너의 사투리로 때아닌 봄을 불러 줄게

손때 수집은 분홍 댕기 휘휘 날리며

잠깐 너의 나라로 돌아가거라

이윽고 얼음길이 밝으면

나는 눈포래 휘감아 치는 벌판에 우줄우줄* 나설 게다

노래도 없이 사라질 게다

자욱도 없이 사라질 게다

-이용악, 「전라도 가시내」

*얼구며: ‘얼리며’의 방언.

*호개: 호가(胡歌). 북방 오랑캐의 노래.

*불술기: ‘불수레’, 즉 태양. 혹은 ‘기차’의 함경도 사투리.

*우줄우줄: 몸이 큰 사람이나 짐승이 가볍게 율동적으로 자꾸 움직이는 모양.


1연에서는 전라도 가시내와 함경도 사내의 만남이 표현됩니다. '알룩조개, 눈이 바다처럼'이라는 말에서 전라도 가시내가 어촌에서 왔음이 암시되고 함경도 사내도 '발을 얼리며 무쇠다리를 건너왔다'는 표현에서 고난을 이겨내고 이 곳에 왔음이 제시됩니다.

2연에서는 이들이 있는 공간이 제시되는 데요. 함경도 사내는 '바람 소리도 호개도 인전 무섭지 않으며 시름도 달게 마실 수 있'는 그런 강인함을 가진 사내지만 어디서 흉참한 기별이 뛰어들 것만 같아 두터운 벽도 이웃도 못 미더운 '북간도 술막'에 이들은 있습니다. 전라도 사람과 함경도 사람이 북간도에 있다는 것은 고향을 떠나 온 것으로(당시 시대상에 비추어 보면 일제의 탄압을 못이겨 고향을 떠난 유이민들로 짐작할 수 있습니다) 서로 고향은 다르지만 고향을 떠나 유랑한다는 점에서 동질감을 느끼게 됩니다.

3연에서는 함경도 사내와 전라도 가시내가 이야기를 나누며 그들이 겪었던 고난(방자의 말, 눈포래)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전라도 가시내를 위로합니다. 3연 중반에서 함경도 사내가 '너의 가슴 그늘진 숲속을 기어간 오솔길을 나는 헤매이자'는 걸로 봐서 함경도 사내는 전라도 가시내에게 관심을 가지고 공감하는 것으로 알 수 있죠

4연에는 전라도 가시내의 비극적인 삶이 제시되며 전라도 가시내의 슬픔에 공감하는 모습을 보여주며 5연에서는 다양한 감각적 이미지를 통해 전라도 가시내가 처한 상황을 드러내며 사투리를 통해 전라도 가시내를 위로하는 화자의 모습이 제시됩니다.

그리고 6연에서는 이제 날이 밝으면 '눈포래 휘감아 치는 벌판에 우줄우줄 나설거'라며 암단한 현실에 맞서려는 홤경도 사내의 모습이 제시되며 시가 마무리됩니다.

이렇게 이시는 '일제 강점기 유랑민의 비극적인 삶'을 드러내는데요. 이를 함경도 사내와 전라도 가시내의 이야기를 통해 서사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그럼 이제 전문해석을 통해 시에 쓰인 표현법을 확인하며 학습을 마무리하도록 합시다.


 

오늘도 수고하셨습니다.

320x100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