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 다룰 작품은 문병란 시인의 '꽃씨'입니다. 이 시에서는 처음부분에 나타난 것처럼 '가을날 빈손에 받아 든 작은 꽃씨 한 알'을 시작으로 꽃씨를 보며 느끼는 화자의 인식변화를 나타내고 있는데요. 화자의 인식이 어떻게 변해가고 있는지를 생각하며 시를 감상한 후 해석을 통해 학습해보도록 합시다.
가을날
빈손에 받아 든 작은 꽃씨 한 알!
그 숱한 잎이며 꽃이며
찬란한 빛깔이 사라진 다음,
오직 한 알의 작은 꽃씨 속에 모여든 가을.
빛나는 여름의 오후,
핏빛 꽃들의 몸부림이며
뜨거운 노을의 입김이 여물어
하나의 무게로 만져지는 것일까.
비애의 껍질을 모아 불태워 버리면
갑자기 뜰이 넓어 가는 가을날
내 마음 어느 깊이에서도
고이 여물어 가는 빛나는 외로움!
오늘은 한 알의 꽃씨를 골라
기인 기다림의 창변(窓邊)에
화려한 어젯날의 대화를 묻는다.
- 문병란, 「꽃씨」
'꽃씨'라는 시의 제목처럼 이 시에서 화자가 인식하는 시적 대상은 '꽃씨'입니다. 화자는 처음에 '가을 날 빈손에 받아 든 작은 꽃씨 한 알'을 보며 '그 숱한 잎이며 꽃이며 찬란한 빛깔이 사라진 다음 모아든 것들로' 오직 꽃씨 한 알만이 남은 가을을 느낍니다.
그러한 꽃씨에 대하 화자는 생각하며 '빛나는 여름의 오후, 핏빛 꽃들의 몸부림이며, 뜨거운 노을의 입김'이 여물어 하나의 무게(꽃씨)가 되었다는 생각을 지니게 됩니다. 이런 과정을 통해 화자는 소멸의 계절인 가을에 외로움마저 여물어 가는 것이라는 인식을 가지게 되는데요.
그래서 이 후 화자는 비애의 껍질을 모아 불태워 버리고 갑자기 뜰이 넓어 가는 가을날을 인식하게 됩니다. 화자의 인식의 변화에 따라 성숙해지는 모습이 드러나고 있는 것이죠. 그리고 화자는 '내 마음 어느 깊이에서도 고이 여물어 가는 빛나는 외로움'이라며 내면 성숙을 위해서는 외로움이라는 비움의 과정이 필요하다고 인식하게 됩니다.
그리고 완전한 성숙을 위해서는 '기인 기다림의 창변에 화려한 어젯날의 대화를 묻는 것'처럼 긴 기다림의 시간이 필요함을 나타내고 있죠. 이렇게 이 시는 '완벽한 성숙에 대한 염원'을 표현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내용을 강조하기 위해
영탄적어조와 여름에서 가을로 이어지는 계절의 변화에 따라 시상을 전개하고 있으며, 화자의 성찰 과정을 다양한 비유법을 통해 선명한 이미지로 표현하며 드러내고 있습니다.
그럼 이제 전문해석을 통해 학습을 마무리해보도록 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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