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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다룰 시는 이동순 시인의 '필라멘트'입니다. '필라멘트'는 백열등 내부의 스프링처럼 꼬아진 가느다란 금속선'을 말하는데 전류를 흘려보내면 여기서 빛과 열이 나옵니다. 이 시에서 시인은 필라멘트의 이러한 속성을 통해 무엇을 말하고 있는지에 대해 생각하며 작품을 감상한 후 해석을 통해 학습해보도록 합시다.


 

가장 최소한의 공기도 허용하지 않고

타협이라곤 아예 모르던 그대를 생각한다

세상을 다 내다볼 수 없는 우윳빛

유리공 속의 불투명이 깊어가면 갈수록

오히려 그의 자세는 꼿꼿하여 흩어지지 않았다

몰라, 부딪쳐 깨지면 깨어질까

결코 굽힘을 모르던 어느 우국지사의 생애처럼

죽어서도 이 밤을 지키는 책상머리 위

허공에 높이 걸려 그의 정신은 빛난다

여린 몸집 하나로 무수히 오고 가는

온갖 협잡의 시대를 감당해 내며

비오는 저녁 쓸쓸한 골목에 서서

보낼 수 있는 만큼은 그의 눈빛을 보낸다

강한 전압과 무절제한 공기를 만나는 일순

그의 몸을 끊어서까지 불굴의 아픔을 보여준다

지금 세상은 어둡고 한 점 별도 없는데

진공 속에서 홀로 반짝이던 그대를 생각한다

이동순, 「필라멘트」


네. 시를 읽어보면 알겠지만 이 시에서는 필라멘트의 속성을 통해 이를 의인화하여 사람처럼 표현하며 혼탁한 세상에서 절의와 지조를 지키는 의로운 지사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시에서 나타나는 '그대'는 불의의 시대를 지키는 의인이면서 동시에 하나의 사물로서 백열등의 필라멘트를 함의합니다. 이러한 '그대'는 시 속에 표현된 '온갖 협잡의 시대, 비오는 저녁 쓸쓸한 골목, 별 한 점 없는 어두운 세상'처럼 부정적 현실상황에서도 꼿꼿한 자세와 빛나는 정신을 보여줍니다.

그리고 필라멘트가 스스로 태워 빛을 내듯, '그대'는 자신을 희생하면서까지(그의 몸을 끊어서까지) 어둠을 밝히려는 희생정신을 보여주며 시적 화자는 부정적인 현실 속에서 그토록 꼿꼿했던 그대를 생각하는 것으로 시를 마무리합니다.

이렇게 이 시는 '필라멘트'를 통해 '부정적 현실에 타협하지 않는 숭고한 정신과 자기희생적인 삶의 태도'를 나타내고 있는데요. 이를 효과적으로 표현하기 위해 필라멘틀르 '그대', '그'로 부르며 의인법을 활용했으며, 그의 태도를 강조하기 위해 '어느 우국지사의 생애처럼'이라며 비유적 표현(직유법)을 사용했습니다. 또한 '어두운 세상/밤'과 그의 '빛나는 정신/눈빛'을 대조해 어둠 속에서도 빛나는 정신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그럼 이제 전문해석을 통해 다시 한 번 시를 보며 학습해보도록 합시다.


 

오늘도 수고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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