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 다룰 작품은 조지훈 시인의 '석문'입니다. 이 작품은 시인의 고향인 경북 영양 일월산 황씨 부인 사당에 전해지는 전설을 소재로 창작되었는데요. 이 전설은 황씨 부인이 억울하게 유배를 간 남편을 애타게 기다리며 영월의 석문(石門) 앞에서 기도했으나 끝내 그를 다시 만나지 못했다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이런 내용을 가지고 어떻게 시를 창작했는지 황씨 부인의 정서를 어떻게 표현했는지를 생각하며 시를 감상한 후 해석을 통해 학습해보도록 합시다.
당신의 손끝만 스쳐도 소리 없이 열릴 돌문이 있습니다. 뭇사람이 조바심치나 굳이 닫힌 이 돌문 안에는, 석벽난간(石壁欄干) 열 두 층계 위에 검푸른 이끼가 앉았습니다.
당신이 오시는 날까지는, 길이 꺼지지 않을 촛불 한 자루도 간직하였습니다. 이는 당신의 그리운 얼굴이 이 희미한 불 앞에 어리울 때까지는, 천년(千年)이 지나도 눈감지 않을 저의 슬픈 영혼의 모습입니다.
길숨한 속눈썹에 항시 어리운 이 두어 방울 이슬은 무엇입니까? 당신이 남긴 푸른 도포 자락으로 이 눈물을 씻으랍니까.
두 볼은 옛날 그대로 복사꽃 빛이지만, 한숨에 절로 입술이 푸르러 감을 어찌합니까.
몇만 리 굽이치는 강물을 건너와 당신의 따슨 손길이 저의 목덜미를 어루만질 때, 그때야 저는 자취도 없이 한 줌 티끌로 사라지겠습니다. 어두운 밤하늘 허공 중천(虛空中天)에 바람처럼 사라지는 저의 옷자락은, 눈물 어린 눈이 아니고는 보이지 못하오리다.
여기 돌문이 있습니다. 원한도 사무칠 양이면 지극한 정성에 열리지 않는 돌문이 있습니다. 당신이 오셔서 다시 천년(千年)토록 앉아 기다리라고, 슬픈 비바람에 낡아 가는 돌문이 있습니다.
-조지훈, 「석문」
1연에서는 제목과 연관되 '돌문'이 제시됩니다. 이 돌문은 '뭇사람이 조바심치나 굳이 닫혀'있지만 '당신의 손끝만 스쳐도 소리 없이 열리'는 대상으로 화자의 지극한 사랑을 드러냅니다. 그리고 검푸른 이끼가 낀 것을 통해 화자의 오랜 기다림 또한 나타냅니다.
2연에서는 '촛불'을 통해 화자의 꺼지지 않는 사랑과 기다림을 나타냅니다. 당신이 오는 날까지 꺼지지 않을 촛불과 '천년'이라는 시간을 통해 화자의 기다림의 모습과 슬픔을 드러냅니다.
3연에서는 '항시 어리운 두어방울 이슬'이라고 눈물을 비유하며 당신을 기다림으로 인한 슬픔을 나타내며 의문의 형식을 통해 화자의 이런 정서를 강조합니다.
4연에서는 변하지 않는 볼과 대비되는 입술 색깔을 통해 화자의 내면의 아픔을 나타냅니다. 이 때부터 슬슬 화자의 슬픔과 이로 인해 쌓여가는 한에 대해 표현되기 시작합니다.
5연에서는 당신의 손길이 화자의 슬픔을 잊을 수 있게 함을. 오랜 시간의 기다림이 자취도 없이 한줌 티끌로 사라지는 것을 표현하면서도 '몇만리 굽이치는 강물'을 통해 거리감을 나타내며 쉽지 않은 일임으로 나타내고 있습니다.
6연에서는 다시 돌문이 등장하는데요. '원한이 사무칠 양이면 지극한 정성에 열리지 않는 돌문', '당신이 오셔서 다시 천년토록 앉아 기다리라며'라며 원한에 사무친 기다림을 보여줍니다. 그리고 '슬픈 비바람에 낡아가는 돌문'이라는 표현을 통해 화자의 기다림이 얼마나 고통스럽고 오래되었는지를 보여주며 시가 마무리되비다. 이렇게 해서 이 시는 1~4연에서 풍상에 시달려 온 돌문의 모습을 통해 천녀의 한을 간직한 여인의 서러움을 5~6연에서는 '당신'과의 해후에 대한 다짐과 원한을 노래하며, 버림받은 여인의 기다림과 한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그럼 이제 전문해석을 통해 학습을 마무리해보도록 합시다.

오늘도 수고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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