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 다룰 시는 고재종 시인의 '감나무 그늘 아래'입니다. 시의 제목에서 유추할 수 있듯이 이 시의 공간적 배경은 '감나무 그늘 아래'인데요. 화자가 어떤 상황인지 그리고 감나무 그늘 아래에서 어떤 생각을 하는지에 대해 생각하며 시를 감상한 후 해설을 통해 학습해보도록 합시다.
감나무 잎새를 흔드는 게
어찌 바람뿐이랴.
감나무 잎새를 반짝이는 게
어찌 햇살뿐이랴.
아까는 오색딱다구리가
따다다닥 찍고 가더니
봐 봐, 시방은 청설모가
쪼르르 타고 내려오네.
사랑이 끝났기로서니
그리움마저 사라지랴.
그 그리움 날로 자라면
주먹송이처럼 커갈 땡감들.
때론 머리 위로 흰구름 이고
때론 온종일 장대비 맞아보게.
이별까지 나눈 마당에
기다림은 왠 것이랴만,
감나무 그늘에 평상을 놓고
그래 그래, 밤이면 잠 뒤척여
산이 우는 소리도 들어보고
새벽이면 퍼뜩 깨어나
계곡 물소리도 들어보게.
그 기다림 날로 익으니
서러움까지 익어선
저 짙푸른 감들, 마침내
형형 등불을 밝힐 것이라면
세상은 어찌 환하지 않으랴.
하늘은 어찌 부시지 않으랴.
-고재종, 「감나무 그늘 아래」
이 시는 처음에
"감나무 잎새를 흔드는 게 어찌 바람뿐이랴 / 감나무 잎새를 반짝이는 게 어찌 햇살뿐이랴"라는 유사한 시구를 반복하며 시작합니다. 이는 설의법(일부러 답이 있는 것을 물어 강조하는 기법)으로 바람과 햇살뿐 아니라 다양한 요소들이 있음을 강조합니다. 그리고 주변의 모습을 제시하며 시간의 흐름에 따라 시상을 전개한 후 시적 화자의 상황이 제시됩니다.
"사랑이 끝났기로서니 그리움마저 사라지랴"
역시 이도 설의법으로 화자는 지금 이별의 상황이서 그리움을 느끼는 상황인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 후 그리움 날로 자라면 주먹송이처럼 커갈 땡감들이라며 감나무에 열린 감들을 보는 데요. 그리움이 자라면 주먹송이처럼 커갈 것이란 것으로 보아 이 땡감은 임에 대한 그리움이 심화되는 화자의 처지와 대응됨을 알 수 있습니다.(그리고 이는 이 땡감의 변화가 화자의 내적 심리의 변화라는 점도 알게 합니다)
그 땡감들은 때론 머리 위로 흰구름이 있고 때론 온종일 장대비도 맞습니다. 인생을 살다보면 좋은 날도 있고 슬픈 날도 있는 그런 느낌으로 말입니다.
이와 마찬가지로 화자도 이별한 마당에 왜 기다리는 것인지 생각하나 그저 감나무 그늘 아래 평상을 놓고 그 시간을 보냅니다.(이 시간은 괴로운 시간이지만 내적 성숙에 이르는 시간입니다) 그리고 이러한 시간이 지나면 서러운까지 익고 처음에 짙푸른 감들도 마치 형형 등불같은 홍시가 되듯 화자도 내적 성숙에 이를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세상은 어찌 환하지 않으랴, 하늘은 어찌 부시지 않으랴'라며 내적 성숙에 이른 모습을 긍정적으로 표현합니다.
이렇게 이 시는 감나무 그늘 아래에서 감을 자신과 동일시 하며 "익어 가는 감을 통해 깨달은 내적 성숙의 과정"에 대해 표현하고 있습니다.
그럼 이제 전문해석을 통해 학습을 마무리해보도록 합시다.
오늘도 수고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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