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 다룰 작품은 정일근 시인의 "그리운 곳으로 돌아보라"입니다. "돌아보라"라는 명령형 어미의 제목은 그만큼 화자가 전달하려는 바가 있다는 것처럼 들리는데요. 화자의 현재 처지는 어떠한지, 그리고 그 현실에서 화자는 어떻게 대응하고 있는지에 대해 생각하며 시를 읽은 후 해석을 통해 학습해보도록 합시다.
그리운 곳에는 우리를 부르는 소리가 있네
헐벗은 영혼들도 귀의할 안식이 있듯
상처뿐인 삶들도 돌아가 잠들 그리운 집은 있네
천상의 사랑은 이미 빗장을 풀고 달아나버려
보리밭 위로 부는 바람에도 나는 어찌할 수 없네
어제는 들판에서 잠자고 오늘은 길 위에서 눈뜨는
노숙의 세월인들 꿈이 없으랴
그 꿈 속의 비단길인들 끝이 없으랴
나는 대상에서 떨어져나온 외로운 쌍봉낙타
취하지 않고서는 건널 수 없는 도시의 불사막을
지글거리는 고통의 맨발로 걸어가네
또 그렇게 가다보면 세상의 마지막 저녁과
두고온 고향의 바닷별과 조우하려니
입 안에 풍화하는 모래가 씹히고
모래언덕 위로 붉은 달이 떠오를 때
별에다 귀를 가져다 대면, 들리네
혓속에서 잉잉거리는 세상의 첫소리와
첫사랑 현옹수 떨리는 소리까지 들리네
착한 눈동자 선한 귀로 그리운 곳으로 돌아보게
그리운 곳에는 우리를 부르는 소리가 있네
-정일근, 「그리운 곳으로 돌아보라」
"그리운 곳에는 우리를 부르는 소리가 있네" 이 행은 마지막에 반복되며 수미상관의 기법을 통해 의미를 강조하는데요. 그리운 곳은 '고향'으로 그곳에서 부르는 소리는 화자에게 현실을 견뎌낼 힘을 줍니다.
"천상의 사랑은 이미 빗장을 풀고 달아나버려 보리밭 위로 부는 바람에도 나는 어찌할 수 없네"라고 화자는 현실을 인식하는데요. 그만큼 화자는 중요한 무언가를 잃어버리고 어떻게 대응할 수도 없이 현실을 살아가고 있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런 자신의 삶을 노숙인의 삶으로 표현하지만 "꿈이 없으랴"라는 표현을 통해 인내하며 견디는 화자의 모습이 드러납니다.
화자는 자신을 '대상에서 떨어져나온 외로운 쌍봉낙타"로 비유하여 도시의 불사막을 지글거리는 고통의 맨발로 걸어간다며 부정적 현실이지만 인내하며 나아가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그런 후에 화자의 상상력에 의해 "두고온 고향의 별과 만나는 화자의 모습이 제시되며 이후 화자는 부정적인 상황일 때 '별'에 귀를 가져다되면 들리는 "혓속에서 잉잉거리는 세상의 첫소리와 첫사랑 현옹수(목구멍의 안쪽 끝 뒤에 위에서부터 아래로 내민 둥스름한 살, 목젖)떨어지는 소리"를 통해 현실을 인내합니다.
이렇게 이 시에서는 부정적 현실에서 고독감을 느끼지만 고향과 이어지는 상상력을 통해 고향에 대한 그리움의 정서를 드러내며 현실을 인내하는 모습이 드러납니다.
그럼 이제 전문해석을 통해 학습을 마무리해보도록 합시다.
오늘도 수고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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