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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다룰 작품은 박남수 시인의 소등(消燈)입니다. 소등이라는 것은 다들 알다싶이 방의 불을 끄는 행위를 말하는데요. 불을 끄는 행위를 통해 시인이 말하려는 바가 무엇인지를 생각하며 시를 읽은 후 해설을 통해 학습해보도록 합시다.


1

나는 불을 끈다.

꿈꾸는 시간을 위해 나는 불을 끈다.

메마른 껍질로 둘러진 현실의 울타리 안에는

한 포기 풀도 자라지 못하는 가뭄의 뜰이 있고,

불모(不毛)의 뜰에서는 뿌리도 타는 목마름과

비틀어진 가지에 마른 나뭇잎들이 보스라지고 있다.

나는 불을 끈다.

꿈꾸는 시간을 위하여 나는 불을 끈다.

 

2

불을 끈 시간의 끝에서

가뭄에 마른 현실의 시체에 꽃이 달리는

찬란한 화재(火災)를 위해 지피는 불길은

거인(巨人)처럼 치솟아 꿈 속을 밝힌다.

요원(遼遠)의 그슬린 검은 잿더미 위에서

푸른 바다가 번져가고

싱그러운 냄새가 뿜어 삼월(三月)의 뜰을 만드는

삼월의 사상(思想)을 위하여.

 

3

나는 불을 끈다.

꿈꾸는 시간을 위해 나는 지하층계를 딛고 내려간다.

가는 물줄기는 어느 샘에 뿌리를 박고

질적질적 땅을 적시고 있다.

마른 뿌리는 가는 물줄기에 주둥이를 박고

지금 목을 축이고 있다.

나는 불을 끈다.

불을 켜는 시간을 위해 나는 불을 끈다.

 

-박남수, 「소등(消燈)」


시를 읽으면 알 수 있듯이 화자는 불을 끄고 꿈꾸는 시간으로 가고 싶어합니다.

위에 언급된 것과 같이 꿈꾸는 시간을 위해 불을 끄는 화자. 여기서 "나는 불을 끈다"는 시구는 전체적으로 반복되며 화자의 의지를 강조함과 동시에 운율을 형성하고 있습니다.(여기서 불은 실내등으로 볼 수 있지만 시 전반적인 내용을 보면 생명을 소멸시키는 불을 끄고자 하는 것으로도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화자가 꿈꾸는 시간으로 가고자 하는 이유는 바로 제시되는데요. '메마른 껍질, 가뭄의 뜰'이라는 시어에서 알 수 있듯이 현실이 부정적이여서 화자는 꿈꾸는 시간으로 가고자 합니다.

다음 연에서는 위에서 언급된 부정적인 상황이 구체적으로 묘사됩니다. 뿌리도 타는 목마름, 마른 나뭇잎 등 생명력이 부족한 부정적인 상황이 구체적으로 묘사되며 화자가 불을 끄고 꿈꾸는 시간으로 가고자 하는 이유가 구체화 됩니다.

불을 끈 시간의 끝에서 화자는 꿈 속에 들어가고 그 꿈속에서는 마른 현실을 밝혀주는 불길이 치솟아 꿈속을 밝혀줍니다. 여기서의 불길은 찬란한 화재를 위해 지피는 커다란 불꽃으로 생명력을 상징하는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이렇게 밝혀진 꿈 속에서는 검은 잿더미 위에 푸른 바다가 번져가며 싱구러운 냄새를 뿜어 삼월의 뜰을 만드는데요. 푸른 바다와 삼월은 모두 생명력을 상징하는 것으로 화자가 원하는 생명력이 넘치는 세상을 뜻하는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3에서는 다시 현실로 들어와 화자의 생각이 드러납니다. 화자는 꿈꾸는 시간을 위해 지하층계를 딛고 내려갑니다. 그 곳에서는 '가는 물줄기'가 '어느 샘'에 뿌리를 박고 질적질적 땅을 적시고 있는데요. 여기서 '물'이 생명력을 상징하는 것으로 나타나며 가는 물줄기는 이 샘에 뿌리를 박고 땅을 질적질적 생명력을 퍼트리고 있습니다.

그리고 마른 줄기도 이 가는 물줄기에 주둥이를 박고 목을 축이고 있는데요.(의인법) 마른 뿌리가 가는 물줄기에 의지하고 가는 물줄기는 샘에 뿌리를 박으며 작지만 생명력을 공급해주는 희망이 있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화자는 다시 불을 끄는데요. '이번에는 불을 켜는 시간을 위해 불을 끕니다' 역설적인 이 표현은 불을 끔으로서 생명력이 있는 꿈의 시간으로 가고 다시 불을 켰을 때 부정적인 현실이 긍정적으로 바뀌기를 바라는 화자의 모습을 드러낸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럼 이제 전문해석을 통해 학습을 마무리해보도록 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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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수고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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