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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시간에 다룰 작품은 조선시대 불린 십이 가사(十二歌詞)중 하나인 황계사입니다. 황계 타령이라고도 하는 이 작품은 실현불가능한 상황을 가정한 후 임과의 재회의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화자의 인식, 임과 이별한 처지에서 오는 그리움과 슬픔의 정서를 노래하고 있습니다. 그럼 화자의 정서에 집중하여 작품을 읽은 후 해석을 통해 학습해보도록 합시다.


일조(一朝) 낭군 이별 후에 소식조차 돈절하야*

자네 일정(一定) 못 오던가 무슨 일로 아니 오더냐

이 아해야 말 듣소

황혼 저문 날에 개가 짖어 못 오는가

이 아해야 말 듣소

춘수(春水)가 만사택(滿四澤)하니* 물이 깊어 못 오던가

이 아해야 말 듣소

하운(夏雲)이 다기봉(多奇峰)하니* 산이 높아 못 오던가

이 아해야 말 듣소

한 곳을 들어가니 육관 대사 성진이*는

석교(石橋)상에서 팔선녀* 데리고 희롱한다

지어자 좋을시고

병풍에 그린 황계(黃鷄) 수탉이 두 나래 둥덩 치고

짜른 목을 길게 빼어 긴 목을 에후리어

사경(四更) 일점(一點)*에 날 새라고 꼬꾀요 울거든 오려는가

자네 어이 그리하야 아니 오던고

너는 죽어 황하수(黃河水) 되고 나는 죽어 도대선(都大船)* 되어

밤이나 낮이나 낮이나 밤이나

바람 불고 물결치는 대로 어하 둥덩실 떠서 노자

저 달아 보느냐

임 계신 데 명휘(明輝)를 빌리려문 나도 보게

이 아해야 말 듣소

추월(秋月)이 양명휘(揚明輝)하니* 달이 밝아 못 오던가

어데를 가고서 네 아니 오더냐

지어자 좋을시고

 

- 작자미상, 「황계사」

 

⁎ 돈절하야: 편지나 소식 따위가 딱 끊어져서.

⁎ 춘수가 만사택하니: 봄물이 사방 연못에 가득하니.

⁎ 하운이 다기봉하니: 여름의 구름이 기이한 봉우리마다 많으니.

⁎ 육관 대사 성진이: 성진은 조선 시대 숙종 때, 김만중이 지은 「구운몽」의 주인공임. 육관 대사는 주인공 성진의 스승인데 이 작품에서는 육관대사와 성진을 같은 인물로 착각하고 있음.

⁎ 팔선녀: 김만중의 「구운몽」에 나오는 여덟 명의 여주인공들로, 주인공 성진의 아내가 됨.

⁎ 사경 일점: 사경은 새벽 1~3시 사이의 시간. ‘점’은 각 ‘경(更)’을 5단위로 나눈 시간으로 사경 일점은 새벽 1시 24분 정도에 해당하는 시각임.

⁎ 도대선: 큰 나룻배.

⁎ 추월이 양명휘하니: 가을 달은 밝은 빛 드날리니. 이 구절은 앞의 ‘춘수가 만사택하니’, ‘하운이 다기봉하니’와 함께 중국 육조 시대의 시인인 도연명의 「사시(四時)」에서 차용한 구절임.


읽다보면 많은 부분에서 반복과 병렬이 두두러지게 나타나고 있으며 후렴구가 첨가되기도 한 점을 알 수 있습니다. 이 작품은 작가의 식에 기반해 일관된 주제를 담아내기 보다는 여러 갈래의 기존 작품으로부터 청중에게 익숙한 표현을 조합해 노랫말을 구성한 것이 특징이기도 합니다.

 

차용한 노랫말은 아래와 같습니다.


○ 일조 낭군 이별 후에 소식조차 돈절하니 / 오늘이나 기별 올까 내일이나 사람 올까 …

- 작자 미상, 「상사별곡」

 

○ 어이 못 오던가 무슨 일로 못 오던가 / 너 오는 길에 무쇠성을 쌓고 … 네 어이 그리 아니 오더니

한 해도 열두 달이오 …

–작자 미상의 사설시조

 

○ 春水滿四澤(춘수만사택)/夏雲多奇峰(하운다기봉)/秋月揚明輝(추월양명휘)/冬嶺秀孤松(동령수고송)

- 도연명, 「사시」

 

○ 대사가 대노하여 왈, “네 용궁에 가 술을 먹으니 그 죄도 있거니와 오다가 석교상의 팔선녀로 더불어 언어를 희롱하고 …”

- 김만중, 「구운몽」

 

○ 벽상에 그린 황계 수탉이 뒤나래 탁탁 치며 긴 목을 늘이어서 홰홰쳐 우도록 노새그려 …

- 작자 미상의 사설시조


이렇게 대중에게 친숙한 노랫말을 통해 노래한 것은 완성도보다는 청중의 즐거움을 중시하는 연행 현장의 통속적 유흥성을 반영한 결과로 볼 수도 있습니다.

 

이러한 내용들을 조합해 작품에서는 이별로 인한 슬픔과 임의 소식을 듣고 싶어하는 마음을 노래한 후 재회하지 못한 원인을 추축하며 임에 대해 간접적으로 원망(개가 짖어 못오는가) 재회하지 못한 상황에 대해 인식하기도 합니다.

 

이때 '못 오던가'의 반복은 운율감을 형성함과 동시에 의문형 문장의 반복으로 화자의 복잡한 정서를 부각시키기도 합니다.

 

이 다음 구운몽 부분은 임과 이별한 화자가 자신과 대조되는 구운몽 소설 속 성진과 팔선녀의 다정한 모습을 통해 재회하고 싶은 마음을 드러낸 것으로도 혹은 통일성은 없지만 관중들이 좋아하는 내용을 넣은 통속적 유흥성을 지닌 것으로도 보기도 합니다.

 

이후 재회하지 못한 상황에 대해 인식할 때 병풍에 그려진 닭이 살아서 울음은 운다는 식의 가정을 통해 임과의 재회라는 소망이 실현되기 어려움을 인식하고 있는 화자의 모습이 드러나기도 합니다.

 

그 후 임을 향한 간절한 그리움을 노래하며 현실에서는 이룰 수 없으니 죽어서라도 재회하고자 하는 화자의 마음을 드러냅니다.

 

마지막으로 임과 재회하지 못하는 원인을 다시 생각하며 작품은 마무리됩니다.

 

이렇게 이 작품은 특정한 어구의 반복, 일정한 문장 구조를 통한 대구, 과장과 해학 등 다양한 표현 방법을 통해 화자의 정서를 효과적으로 전달하며 '임에 대한 간절한 그리움과 기다림'이라는 주제를 전달하고 있습니다.

 

그럼 이제 전문해석을 통해 학습을 마무리해보도록 합시다.



오늘도 수고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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