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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의 자리는 언제나 책임 가득한 자리입니다. 식구들을 위해 돈을 벌어오며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는 자리. 이번에 다룰 시 '층층계'에서는 작가인 화자가 자식들을 위해 밤이 늦도록 글을 쓰며 느끼는 감정을 다양한 비유적 표현을 통해 드러내고 있습니다. 화자가 느끼는 감정에 중점을 두어 시를 감상한 후 해석을 통해 학습해보도록 합시다.


적산 가옥* 구석에 짤막한 층층계……

그 이 층에서

나는 밤이 깊도록 글을 쓴다.

써도 써도 가랑잎처럼 쌓이는

공허감.

이것은 내일이면

지폐가 된다.

어느 것은 어린것의 공납금.

어느 것은 가난한 시량대*.

어느 것은 늘 가벼운 나의 용전.

밤 한 시, 혹은

두 시. 용변을 하려고.

아래층으로 내려가면

아래층은 단칸방.

온 가족은 잠이 깊다.

서글픈 것의

저 무심한 평안함.

아아 나는 다시

층층계를 밟고

이 층으로 올라간다.

(사닥다리를 밟고 원고지 위에서

곡예사들은 지쳐 내려오는데……)

 

나는 날마다

생활의 막다른 골목 끝에 놓인

이 짤막한 층층계를 올라와서

샛까만 유리창에

수척한 얼굴을 만난다.

그것은 너무나 어처구니없는

<아버지>라는 것이다.

 

 

나의 어린것들은

왜놈들이 남기고 간 다다미방에서

날무처럼 포름쪽쪽 얼어 있구나.

 

-박목월, 「층층계」

 

*적산 가옥(敵産家屋): 적국이 물러가면서 남겨 놓은 가옥.

*시량대(柴糧代): 땔감과 식량을 마련할 비용.


시의 처음에서 화자는 늦은 시간까지 글을 쓰고 있습니다. 적산가옥의 층층계에서 밤늦게까지 글을 쓰지만 화자의 마음 속은 공허합니다. 지금 쓰는 글은 내일이면 지폐가 되지만 가족의 생계를 유지하기에는 부족하기 때문이죠. 이렇게 가족의 생계를 위해 밤 늦게까지 글을 쓰던 화자는 화장실을 가려다 잠들어 있는 자식들의 모습을 봅니다. 그리고 다시 자식들을 위해 일을 시작하기 위해 이층에 올라와 유리창에 비친 자신의 초라한 모습을 마주하고 글을 쓰는 작가이면서 한 가정의 가장인 자기 정체성에 대해 생각해 보며 팽팽한 긴장감과 중압감을 느낍니다. 글은 써도 써도 가랑잎처럼 ‘공허감’으로 몰려와 화자는 스스로를 ‘생활의 막다른 골목 끝’의 ‘곡예사’와 같다고 느끼는화자 그러한 화자의 마음을 나타내듯 유지창에 비친 화자의 모습을 수척할 뿐입니다. 그리고 화자는 이 모습을 너무나 어처구니 없는 아버지라며 초라한 자신에 대한 인식을 드러냅니다. 그래도 화자는 잠들어있는 자식들을 쳐다봅니다. 그렇게 잠들어있는 자식들의 모습으로 시상이 마무리 됩니다.

 

이렇게 해서 이 시는 '가족의 생계를 걱정하는 아버지의 마음'을 그리고 있습니다. 이러한 아버지의 마음을 다양한 비유를 통해 인상깊게 나타내며 효과적으로 독자들에게 전달합니다.

 

그럼 이제 전문해석을 통해 학습을 마무리해보도록 합시다.


 
 

 


오늘도 수고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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