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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다룰 시의 제목은 '고요를 시청하다'입니다. 시의 제목에서 특이점을 찾자면 '고요'라는 상태는 볼 수 없는 것인데 이를 시청하다라고 표현한 점인데요. 이 시는 제목 그대로 보이지 않는 '고요'라는 상태를 다양한 감각적 이미지를 통해 표현하고 있습니다. 그럼 이제 시를 읽고 해석을 통해 학습해보도록 합시다.


초록으로 쓸어 놓은 마당을 낳은 고요는

새암가에 뭉실뭉실 수국송이로 부푼다

날아갈 것 같은 감나무를 누르고 앉은 동박새가

딱 한 번 울어서 넓히는 고요의 면적,

감잎들은 유정무정을 죄다 토설하고 있다

작년에 담가 둔 송순주 한 잔에 생각나는 건

이런 정오, 멸치국수를 말아 소반에 내놓던

어머니의 소박한 고요를

윤기 나게 닦은 마루에 꼿꼿이 앉아 들던

아버지의 묵묵한 고요,

초록의 군림이 점점 더해지는

마당, 담장의 덩굴장미가 내쏘는 향기는

고요의 심장을 붉은 진동으로 물들인다

사랑은 갔어도 가락은 남아, 그 몇 절을 안주 삼고

삼베올만치나 무수한 고요를 둘러치고 앉은

고금*의 시골집 마루,

아무것도 새어 나게 하지 않을 것 같은 고요가

초록바람에 반짝반짝 누설해 놓은 오월의

날 비린내 나서 더 은밀한 연주를 듣는다

 

-고재종, 「고요를 시청하다」

 

*고금 : 외롭게 홀로 자는 잠자리.


시에서는 초록으로 물든 오월의 마당을 둘러싼 깊은 고요를 표현합니다. 수국 송이처럼 뭉실뭉실 부푼다며 보이지않는 오월의 고요를 시각화하여 표현하며 그 속에서 화자는 송순주 한 잔에 그리운 부모님의 모습을 떠올립니다. 어머니와 아버지는 각각의 고요를 지닌 대상으로 정오의 고요한 시간에 어울리는 인물들입니다. 그리고 화자는 봄의 계절감이 더해가는 마당에서 오월의 은밀한 연주를 들으며 고요에 물들어가며 내면세계로 고요를 확장합니다.

 

이렇게 이 시는 적막한 고금의 시골집 마루에서 마주한 오월의 고요를 다양한 감각적 심상을 통해 생생하게 그리고 있습니다.

 

그럼 이제 전문해석을 통해 학습을 마무리해보도록 합시다.



 

오늘도 수고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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