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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다룰 시는 나희덕 시인의 '연두에 울다'입니다. 이 시는 노쇠한 화자가 여름날 기차를 타고 가면서 창밖의 연두빛 벼들의 모습을 보고 느끼는 감정을 노래한 시인데요. 화자는 처음에 어떤 상태에서 연두를 보고 어떤 감정을 느끼는지 생각하며 감상하고 해석을 통해 학습해보도록 합시다.


떨리는 손으로 풀죽은 김밥을

입에 쑤셔넣고 있는 동안에도

기차는 여름 들판을 내 눈에 밀어넣었다.

연둣빛 벼들이 눈동자를 찔렀다.

들판은 왜 저리도 푸른가

아니다. 푸르다는 말은 적당하지 않다.

초록은 동색이라지만

연두는 내게 좀 다른 종족으로 여겨진다.

거기엔 아직 고개 숙이지 않은

출렁거림, 또는 수런거림 같은 게 남아 있다.

저 순연한* 벼포기들.

그런데 내 안은 왜 이리 어두운가.

나를 빛바래게 하려고 쏟아지는 저 햇빛도

결국 어두워지면 빛바랠 거라고 중얼거리며

김밥을 네 개째 삼키는 순간

갑자기 울음이 터져나왔다, 그것이 마치

감정이 몸에 돌기 위한 최소조건이라도 되는 듯.

눈에 즙처럼 괴는 연두

그래. 저 빛에 나도 두고 온게 있지.

기차는 여름 들판 사이로 오후를 달린다.

 

- 나희덕 , 「연두에 울다」

 

* 순연한 : 다른 것이 조금도 섞이지 않은, 온전한


시의 처음에서 화자의 상황을 보면 '떨리는 손으로 풀죽은 김밥'을 입에 쑤셔넣고 있습니다. 이를 통해 화자가 지금 생기가 없는 상황이라는 것을 알 수 있는데요. 그런 화자에게 기차가 여름 들판을 눈에 밀어 넣고 들판의 연둣빛 벼들이 화자의 눈동자에 비쳐집니다. 그러면서 그 푸른 들판....아직 고개 숙이지 않은 온전한 연둣빛 벼들을 보며 화자는 자신과 비교합니다. 그리고 화자는 생각합니다

"내 안은 왜 이리 어두운가"라고 말이죠. 현실의 모습에 대해 절망적으로 인식하는 화자의 모습을 보여주고 난 후 자신을 빛바래게 하려고 쏟아지는 저 햇빛과 결국 어두워지면 빛바랠 거라고 중얼거리는데요. 이는 화자가 시련을 겪고 있지만 그 시련역시 시간이 지나면 없어질 거라고 인식하는 것으로 시련 극복의 의지를 보여준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김밥을 네 개째 삼키는 순간 울음이 터져나오는데요. 이후 눈에서 즙처럼 괴는 연두라며 눈물을 표현한 것으로 봐서 화자에게도 '연두'와 같은 생명력이 생겨난 것을 알 수 있으며, 화자는 저 빛에 나도 두고 온게 있다며 생명력 회복에 대한 바람을 보여주며 이후 기차가 달리는 모습으로 시가 마무리됩니다.

 

이렇게 해서 이 시에서는 창밖의 연둣빛 벼들의 모습을 보고 지난날을 떠올리며 젊음에 대한 그리움과 생명에 대한 의지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럼 이제 전문해설을 통해 다시 한번 학습하고 마무리하도록 합시다.



오늘도 수고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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