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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는 알에서 나오기 위해 투쟁한다.

알은 새의 세계이다.

누구든지 태어나려고 하는 자는 하나의 세계를 파괴하여야 한다.

새는 신을 향해 날아간다.

그 신의 이름은 아브락사스이다.

데미안 中"

앞의 인용구는 헤르만헤세의 소설 '데미안'의 명대사입니다. 이 대사는 이번에 다룰 시 '누에'와도 맞닿아 있는데요. 새가 알을 위해서 투쟁하며 하나의 세계를 스스로파괴하고 신을 향해 밖으로 나가는 것처럼 '누에'에서도 누에가 고치를 뚫고 나와 나비가 되어 하늘로 날아가기까지의 과정을 형상화하고 있습니다. 누에가 어떻게 자신을 변화시키는지에 대해 생각하며 시를 읽고 해석을 통해 학습해보도록 합니다.


누에들은 은수자(隱修者)*다. 자승자박의 흰 동굴로 들어가 문을 닫고 조용히 몸을 감춘다. 혼자 웅크린 번데기의 시간에 존재의 변모는 시작된다. 세포들이 다시 배열되고 없었던 날개가 창조된다. 이 신비로운 변모가 꿈의 힘 없이 가능했을까. 어느 날 해맑은 아침의 얼굴이 동굴을 열고 나온다. 회저(壞疽)* 처럼 고통스러웠던 연금술의 긴 밤을 지나 비로소 하늘 백성의 날갯짓이 시작되는 것이다. 밖에서 구멍을 뚫어주는 누에의 왕은 없다. 누에들은 언제나 자신들이 벽을 뚫어야 하며 안쪽에서 뚫어야 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최승호, 「누에」

 

*은수자: 숨어서 도를 닦는 사람.

*회저: ‘괴저’의 비표준어로, 살점이 문드러져 떨어져 나가는 병을 일컬음.


시는 '누에'를 은수자에 비유하면서 시작합니다. 은수자는 숨어서 도를 닦는 사람으로 누에가 고치를 만들어 그 안에서 변화를 이루는 것을 숨어서 도를 닦는 것에 비유하는 것이죠. 그래서 누에고치를 자승자박의 흰 동굴로 묘사하여 존재의 변모에 대해 표현합니다. 이 고치에 누에는 스스로 들어가 번데기의 시간을 거치며 날개를 얻는 날을 꿈꾸는데요. 인고의 시간이지만 세포들이 다시 배열되며 날개가 생기는 신비로운 변모를 누에의 꿈(내면의 힘)으로 이룬 것으로 표현하며 다른 누군가의 도움이 아닌(밖에서 구멍을 뚤어주는 누에의 왕) 누에의 의지에 의해 스스로 이루어지는 것임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이 시는 '누에고치의 벽을 뚫고 나비가 되고자 하는 누에의 노력'을 통해 내면의 힘을 기르고 자신의 변모를 이루는 모습을 나타내고 있습니다.

 

그럼 이제 전문해석을 통해 학습을 마무리해보도록 합시다.



 

오늘도 수고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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