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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사람들에게 묻노니 정이란 무엇이길래 생사를 가늠하느뇨"

 

위는 어린 시절 정말 재미있게 읽었던 김용의 무협소설 '신조협려'에서 나오는 구절입니다. 말 그대로 사랑이란 무엇이길래 사람의 목숨까지 결정하게 하는가에 대한 물음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오늘 다룰 시 '빈집'에서도 위 구절과 같이 사랑을 잃은 후 방황하는 화자의 목소리가 담겨 있습니다.

그럼 먼저 본문을 읽은 후 내용 설명을 들어보도록 합시다.


사랑을 잃고 나는 쓰네

잘 있거라, 짧았던 밤들아

창 밖을 떠돌던 겨울 안개들아

아무것도 모르던 촛불들아, 잘 있거라

공포를 기다리던 흰 종이들아

망설임을 대신하던 눈물들아

잘 있거라, 더 이상 내 것이 아닌 열망들아

장님처럼 나 이제 더듬거리며 문을 잠그네

가엾은 내 사랑 빈집에 갇혔네

 

- 기형도, 「빈집」


첫 부분(사랑을 잃고 나는 쓰네)에서 화자의 현재 처지를 우리는 알 수 있습니다. 화자는 현재 '사랑을 잃은 상황에서 이에 대해 쓰는 행위를 통해 과거를 정리하고 있습니다'

화자는 글을 쓰며 사랑했던 순간 하나하나를 불러가며 사랑했던 당시의 추억을 떠올립니다. '잘있거라'를 반복하며 '밤, 안개, 촛불, 흰 종이, 눈물, 열망'등 지나간 추억들과 마지막 인사를 합니다. 하지만 이 '잘있거라'는 생각 속에는 실제로 그 것들을 멀리 보내기 보다는 이 사랑의 추억들이 온전하길 바라는 화자의 마음이 담겨있습니다. '잘있거라'라고 말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잘 보내지 못하는 것들이죠. 이별 후 잊지도 못할 전화번호를 지우는 행위와 비슷하다고 할 수 있겠네요.

이렇게 사랑을 보내고 사랑했던 추억마져 보내버린 화자는 장님이 된 것 같습니다. 그리고 그 사랑의 대상들을 빈집에 넣고 문을 잠궈버립니다. 이 '빈집'은 사랑의 추억과 열망을 상실한 화자의 공허한 내면을 상징하는 공간으로 볼 수 있습니다. 사랑이 같힌 빈집, 그러한 글을 쓰는 화자의 마음도 공허한 빈집과 같을 것입니다.

이렇게 해서 화자는 주제인 '사랑을 잃은 공허함과 절망'을 나타내고 있습니다.

이러한 면을 강조하기 위해서

1. 시구의 반복, 대상의 나열을 통해 화자의 상실감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2연에서 '잘 있거라'라는 시 구의 반복, 그리고 추억의 대상들의 나열을 통해 화자의 상실감을 강조하고 있죠.

2. 영탄적 어조를 사용하여 화자의 정서를 부각시키고 있습니다.

그럼 이제 전문해석을 통해 학습을 마무리해보도록 합시다.



오늘도 수고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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