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소설 수능국어

나이가 들면 문득 어린 시절의 기억이 나곤합니다. 특정한 상황에 처했을 때 그 때 우리 부모님은 그랬지 이정도의 생각이 들 때가 있는 것이죠. 이번에 다룰 시 '결빙의 아버지'에서 시적 화자는 특정 상황에서 지금은 돌아가신 아버지를 생각하게 됩니다. 어떠한 상황에서 아버지를 떠올리며 어떤 감정을 느끼는지를 생각하며 시를 감상한 후 해석을 통해 학습해보도록 합시다.

어머님,

제 예닐곱 살 적 겨울은

목조 적산 가옥 이층 다다미방의

벌거숭이 유리창 깨질 듯 울어 대던 외풍 탓으로

한없이 추웠지요, 밤마다 나는 벌벌 떨면서

아버지 가랭이 사이로 시린 발을 밀어 넣고

그 가슴팍에 벌레처럼 파고들어 얼굴을 묻은 채

겨우 잠이 들곤 했었지요.

요즈음도 추운 밤이면

곁에서 잠든 아이들 이불깃을 덮어 주며

늘 그런 추억으로 마음이 아프고,

나를 품어 주던 그 가슴이 이제는 한 줌 뼛가루로 삭아

붉은 흙에 자취 없이 뒤섞여 있음을 생각하면

옛날처럼 나는 다시 아버지 곁에 눕고 싶습니다.

그런데 어머님,

오늘은 영하(零下)의 한강교를 지나면서 문득

나를 품에 안고 추위를 막아 주던

예닐곱 살 적 그 겨울밤의 아버지가

이승의 물로 화신(化身)해 있음을 보았습니다.

품 안에 부드럽고 여린 물살은 무사히 흘러

바다로 가라고,

꽝 꽝 얼어붙은 잔등으로 혹한을 막으며

하얗게 얼음으로 엎드려 있던 아버지,

아버지, 아버지……

- 이수익, 「결빙(結氷)의 아버지」

이 시는 성인된 화자가 화자가 유년 시절을 떠올리며 돌아가신 아버지에 대한 애틋한 그리움을 어머니에게 고백하듯이 이야기하며 시간의 흐름에 따라 시상이 전개됩니다. 유년 시절을 떠올리는 계기는 바로 '추운 날씨' 화자는 어릴 적 추운 겨울 잠들 적에 추위를 피해 아버지의 품안에서 느끼던 온기를 성인이 되어 자신이 아버지가 되여 추운 밤에 곁에 잠든 아이들의 이불깃을 덮어주며 떠올립니다. 그리고 현재 한강 다리를 지나면서 꽁꽁 얼어붙은 강물을 보며 유년 시절 춥고 힘들었던 가정 형편 속에서도 자식을 위해 기꺼이 헌신과 사랑을 보여 주신 아버지에 대한 기억을 떠올립니다. 물이 잘 흐를 수 있도록 단단하게 얼어붙어 표면을 이루고 있는 얼음이 마치 아버지와 비슷하다는 느낌을 받습니다. 자식들이 잘 성장할 수 있도록 온갖 어려움과 추위를 덮어 주고 품어 주었던 아버지의 헌신과 사랑이 마치 물이 잘 흐를 수 있도록 단단하게 얼어붙어 표면을 이루고 있는 얼음과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된 것입니다. 그렇기에 한강의 모습에서 아버지를 떠올리며 아버지가 이승의 물로 화신했다고 느끼며 아버지를 그리워합니다.

이렇게 이 시는 '자식을 위한 아버지의 헌신적인 사랑과 아버지에 대한 애틋한 그리움'을 나타냅니다.

그럼 이제 전문해석을 통해 학습을 마무리해보도록 합시다.

오늘도 수고하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