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8x90
반응형

이번에 다룰 작품은 서정주 시인의 '신선 재곤이'입니다. 서정주 시인의 시집 '질마재 신화'에 수록된 이 작품에서 시인은 '재곤이'라는 인물을 통해서 자신이 표현하고자 하는 바를 드러내는데요. '재곤이'가 어떤 인물인지 그리고 시인이 이를 통해 표현하고자 하는 바가 무엇인지를 생각하며 시를 감상한 후 해석을 통해 학습해보도록 합시다.


땅 위에 살 자격이 있다는 뜻으로 ‘재곤(在坤)’이라는 이름을 가진 앉은뱅이 사내가 있었습니다. 성한 두 손으로 멍석도 절고 광주리도 절었지마는, 그것만으론 제 입 하나도 먹이지를 못해, 질마재 마을 사람들은 할 수 없이 그에게 마을을 앉아 돌며 밥을 빌어먹고 살 권리 하나를 특별히 주었습니다.

‘재곤이가 만일에 제 목숨대로 다 살지를 못하게 된다면 우리 마을 인정은 바닥난 것이니, 하늘의 벌을 면치 못할 것이다.’ 마을 사람들의 생각은 두루 이러하여서, 그의 세 끼니의 밥과 추위를 견딜 옷과 불을 늘 뒤대어 돌보아 주어 오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것이 갑술년이라던가 을해년의 새 무궁화 피기 시작하는 어느 아침 끼니부터 는 재곤이의 모양은 땅에서도 하늘에서도 일절 보이지 않게 되고, 한 마리 거북이가 기어 다니듯 하던 살았을 때의 그 무겁디무거운 모습만이 산 채로 마을 사람들의 마음속마다 남았습니다. 그래서 마을 사람들은 하늘이 줄 천벌을 걱정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해가 거듭 바뀌어도 천벌은 이 마을에 내리지 않고, 농사도 딴 마을만큼은 제대로 되어, 신선도(神仙道)에도 약간 알음이 있다는 좋은 흰 수염의 조 선달 영감님은 말씀하셨습니다. “재곤이는 생긴 게 꼭 거북이같이 안 생겼던가. 거북이도 학이나 마찬가지로 목숨이 천 년은 된다고 하네. 그러니, 그 긴 목숨을 여기서 다 견디기는 너무나 답답하여서 날개 돋아나 하늘로 신선살이를 하러 간 거여…….”

그래 “재곤이는 우리들이 미안해서 모가지에 연자 맷돌을 단단히 매어 달고 아마 어디 깊은 바다에 잠겨 나오지 않는 거라.” 마을 사람들도 “하여간 죽은 모양을 우리한테 보인 일이 없으니 조 선달 영감님 말씀이 마음적으로야 불가불 옳기사 옳다.”고 하게는 되었습니다. 그래서 그들도 두루 그들의 마음속에 살아서만 있는 그 재곤이의 거북이 모양 양쪽 겨드랑에 두 개씩의 날개들을 안 달아 줄 수는 없었습니다

-서정주, 「신선 재곤이」


 

이 작품은 설화를 이야기하는 듯한 서사적 구성을 통해 시간의 흐림에 따라 시상을 전개하는데요. 읽으면 바로 알 수 있듯이 '재곤이'는 '신선'과는 상당히 거리가 먼 인물입니다. '재곤이'는 앉은뱅이(하반신 장애인을 낮잡아 이르는 말)로 두 손은 성해 명석도 절과 광주리도 절었지만 그 것만으로 생계를 유지할 수 없는 인물이었습니다. 그래서 질마재 마을 사람들은 할 수 없이 그에게 마을을 앉아 돌며 밥을 빌어먹고 살 권리 하나를 특별히 주었습니다. 얼핏 들으면 '특별히 주었습니다'에서 부정적인 느낌을 받을 수도 있지만 마을 사람들이 재곤이에게 밥을 얻어먹을 수 있게 해주는 배려임을 알 수 있습니다. 질마재 마을 사람들은 이렇듯 어려운 이웃을 도울 줄 아는 인정이 넘치는 사람들이었던 것이죠.

그리고 재곤이에 대한 마을 사람들의 생각이 드러납니다. 재곤이가 제 목숨대로 다 살지 못하면 마을 인정이 바닥난 것이라며 그렇게 된다면 하늘의 벌을 면치 못할 것이라며 계속해서 재곤이를 돕는 이유를 보여줍니다.(마을 사람들의 참 순수한 모습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3문단에서부터 이런 질마재 마을에 변화가 시작됩니다. 바로 재곤이가 사라진 것이죠. 마을 사람들은 마음은 무거워지고 하늘이 줄 천벌을 걱정하게 됩니다. 이 때 재곤이가 한 마리 거북이가 거이다니듯 살았을 때의 그 모겁디무거운 모습만이 산 채로 마을 사람들의 마음에 남았다 라는 표현에서 재곤이가 힘겹게 돌아다니던 모습이 마을 사람들에게는 각인되고 있으며 이런 재곤이를 재대로 돌보지 못해 마을 사람들은 마음이 무거웠음을 알 수 있습니다.

이렇게 마음이 무거웠지만 하늘의 벌은 내리지 않고 농사도 잘 되었고 흰 수염의 조 선달 염감의 말로 인식이 전환됩니다. 바로 재곤이가 거북이를 닮은 것에 빗대 긴 목습을 여기서 다 견디기는 답답해 날개 돋아 하늘로 신선살이를 하러 갔다는 말에. 마을 사람들은 동조하기 시작하고 마을 사람들은 긍정적 인식을 가지며 재곤이의 죽음을 '신선살이'를 간 것으로 여기게 됩니다. 이렇게 죽음을 재생과 부활로 인식하며 이 시는 마무리됩니다.

이 시에서 재곤이는 앉은뱅이와 거북이로 상징되는데. 재곤이의 육체적 조건(앉은뱅이)은 그를 세상에서 가장 느리고 무거운 존재인 거북이에 비유되게 합니다. 그러나 거북이는 동시에 장수와 신성함을 상징하는 이중적인 의미로 나중에 마을 사람들이 재곤이를 신선으로 인식할 수 있도록 해주는 역할도 하게 됩니다.

이처럼 이 시는 공동체적 사고방식을 가진 마을 사람들의 모습을 통해 '장애인을 보살피는 질마재 공동체 구성원들의 따뜻한 마음'에 대해 이야기 하고 있습니다.

그럼 이제 전문해석을 통해 학습을 마무리해보도록 합시다.


 

오늘도 수고하셨습니다.

320x100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