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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다룰 시는 '귤동리 일박'입니다. 제목 그대로 귤동리에서 1박을 하면서 근처에서 있었던 역사적 사건들을 떠올리며 현실에 대해 이야기하는 시인데요. 시인은 귤동리에서 어떤 느낌을 받았는지에 대해 생각하며 시를 감상한 후 해석을 통해 학습해보도록 합시다.


아흐레 강진장 지나

장검 같은 도암만 걸어갈 때

겨울 바람은 차고

옷깃을 세운 마음은 더욱 춥다

황건 두른 의적 천만이 진을 친 듯

바다갈대의 두런거림은 끝이 없고

후두둑 바다오리들이 날아가는 하늘에서

그날의 창검 부딪는 소리 들린다

적폐의 땅 풍찬노숙의 길을

그 역시 맨발로 살 찢기며 걸어왔을까

스러져 가는 국운, 해소 기침을 쿨럭이며

바라본 산천에 찍힌 소금 빛깔의

허름한 불빛 부릅뜬 눈 초근목피

어느덧 귤동 삼거리 주막에 이르면

얼굴 탄 주모는 생굴 안주에 막걸리를 내오고

그래 한잔 들게나 다산

혼자 중얼거리다 문득 바라본

벽 위에 빛 바랜 지명수배자 전단 하나

가까이 보면 낯익은 얼굴 몇 있을까

나도 모르는 사이에 하나하나 더듬어 가는데

누군가 거기 맨 나중에

덧붙여 적은 뜨거운 인적사항 하나

 

  정다산(丁茶山) 1762년 경기 광주산

  깡마른 얼굴 날카로운 눈빛을 지님

  전직 암행어사 목민관

  기민시 애절양 등의 애민을 빙자한

  유언비어 날포로 민심을 흉흉케 한

  자생적 공산주의자 및 천주학 수괴

 

바람은 차고 바람 새에

톱날 같은 눈발 섞여 치는데

일박 사천 원 뜨겁게 군불이 지펴진

주막 방에 누워도 잠이 오지 않았다

사람을 사랑하고 시대를 사랑하고

스스로의 양심과 지식을 사랑하여

끝내는 쇠사슬에 묶이고 찢긴

누군가의 신음 소리가 문풍지에 부딪쳤다.

 

-곽재구, 「귤동리 일박」


화자는 간진장, 도암만을 지나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 곳에서 부정적인 지뱅층에 항거한 의적들의 창검소리가 들리는 듯한 느낌(황건 두른 의적천~)을 받습니다. 그리고 자신이 걷고 있는 길을 걸었던 역사적 인물을 떠올리며(적폐의 땅 풍찬노숙의 길~) 그가 겪을 고통에 대해 상상하며 주막을 향해 걸어갑니다.

 

화자가 떠올린 과거의 현실은 결코 좋지 않습니다. '스러져 가는 국운, 해소 기침을 쿨럭이며 바라본 산천에 찍힌 소금빛깔의 허름한 붗빛 부릅뜬 눈 초근목피'를 볼때 불안한 현실에 가난한 백성들의 삶과 그러한 사회에 대한 분노가 느껴집니다. 그리고 주막에 도착해 막걸리를 들며 '그래 한잔 들게나 다산'이라는 혼잣말로 역사적 대상에게 말을 건네며 힘든 삶을 살아온 인물에 대해 위로하려는 마음을 가집니다. 그리고 벽위에 지명 수배자 전단을 보고 낯익은 얼굴이 있을까 봐볼 대 맨 나중에 적은 메모를 하나 보게됩니다.

 

그 메모에는 다산에 대해 지배세력의 입장에서 부정적으로 묘사되어 있었습니다.

 

메모를 본 화자는 따뜻한 주막 방에 누워도 잠이 오지 않습니다. 시대에 대한 인식을 하는 것이죠. 양심적인 지식인이 탄압을 받는 부정적 현실에 잠이 오지 않는 것입니다. 그리고 누군가의 신음소리가 문풍지에 부딫쳤다고 느끼며 시가 마무리됩니다.

 

이는 현실에 대한 부정적 인식으로 부정한 권력자로 인해 고통받는 신음소리가 현재 화자에게 들리는 것으로 표현하여 현재 살고 있는 현실이 예전의 부정적 현실과 별반 다르지 않는다는 것을 우회적으로 표현합니다.

 

이렇게 해서 이 시는 "다산의 삶을 통해 바라본 부정적 현실 인식"을 나타내고 있으며 이를 다양한 감각적이미지와 함께 과거의 일들을 현재의 상황에 자연스럽게 연결시켜 표현하고 있습니다.

 

그럼 이제 전무해석을 통해 학습을 마무리해보도록 합시다.



오늘도 수고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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