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 다룰 시 '우라지오 가까운 항구에서'는 이름 그대로 우라지오 가까운 항구에서 고향을 그리워하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고향을 그리워하는 화자가 왜 고향에 가지 못하는지를 생각하며 시를 읽고 해석을 통해 학습해보도록 합시다.
삽살개 짖는 소리
눈포래에 얼어붙는 섣달 그믐
밤이
얄궂은 손을 하도 곱게 흔들길래
술을 마시어 불타는 소원이 이 부두로 왔다
걸어온 길가에 찔레 한 송이 없었대도
나의 아롱범*은
자옥자옥을 뉘우칠 줄 모른다
어깨에 쌓여도 하얀 눈이 무겁지 않고나
철없는 누이 고수머릴랑 어루만지며
우라지오*의 이야길 캐고 싶던 밤이면
울어머닌
서투른 마우재말*도 들려주셨지
졸음졸음 귀밝히는 누이 잠들 때꺼정
등불이 깜박 저절로 눈감을 때꺼정
다시 내게로 헤여드는
어머니의 입김이 무지개처럼 어질다
나는 그 모두를 살틀히 담았으니
어린 기억의 새야 귀성스럽다*
거사리지 말고 마음의 은줄에 작은 날개를 털라
드나드는 배 하나 없는 지금
부두에 호젓 선 나는 멧비둘기 아니건만
날고 싶어 날고 싶어
머리에 어슴푸레 그리어진 그곳
우라지오의 바다는 얼음이 두텁다
등대와 나와
서로 속삭일 수 없는 생각에 잠기고
밤은 얄팍한 꿈을 끝없이 꾀인다
가도오도 못할 우라지오
-이용악, 「우라지오 가까운 항구에서」
*아롱범: 표범.
*우라지오: 러시아의 블라디보스톡.
*마우재말: 러시아 말.
*귀성스럽다: 수수하면서도 마음을 끄는 맛이 있다.
시의 처음부터 화자는 고향에 대한 그리움을 드러냅니다.
이 시에서 화자는 고향을 떠나 이국땅을 떠돌고 있으며 추운 겨울 우라지오(블라디보스톡) 가까운 항구에 있습니다. 지나온 힘겨운 삶을 묵묵하게 살아온 화자지만 여전히 고향은 그립습니다. 따뜻했던 어린 시절을 회상하면 더욱 고향이 그립습니다. 그러나 추운 겨울(이것은 화자가 처한 부정적인 상황을 상징하기도 합니다) 바다가 얼어 고향으로 돌아갈 수도 없기에 화자는 절망합니다.
이러한 '고향에 대한 그리움과 절망감을' 현재-과거-현재의 시상 전개로 주제 의식을 강조하며 다양한 비유와 상징을 통해 화자의 삶을 형상화하여 효과적으로 드러내고 있습니다.
그럼 이제 전문해석을 통해 학습을 마무리해보도록 합시다.
오늘도 수고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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