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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의 시어로는 가장 사람들에게 인상깊게 다가오는 말인 이 '나빌레라'는 '나비와 같구나'라는 뜻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 '나빌레라'를 인상깊게 쓴 시가 바로 이번 시간에 다룰 시 '승무'인데요. 이시는 춤(승무)을 통한 세속적 번뇌의 종교적 승화를 시각화하여 인상깊게 묘사하였습니다.

이 시는 전체적으로 춤을 추는 순서에 따른 추보식 구성을 취하고 있습니다. 1~3연은 춤을 추기 전 여승의 모습을 4연은 시 공간적인 배경을 5~8연은 승무의 춤사위와 그에 따른 여승의 내면을 마지막 9연에서는 1연의 내용을 반복 변주하여 수미상관을 통해 정적미와 함께 여운을 남기고 있습니다.

전반적으로 이 시는 화자가 여승의 승무를 지켜보며 그에 따른 묘사를 하는 것이니 만큼 시적 대상(여승)의 내면 묘사는 직접적으로 되지 않습니다. 다만 3연의 '고와서 서러워라'(역설법)와 같이 '저리 아름다운 사람이 승려여서 다른 사람과 맺어지지 못하니 슬프다'와 같이 화자가 느끼는 감정을 통해 여승의 정서를 간접적으로 유추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세속적 번뇌 역시 춤을 통해 종교적으로 승화시키는 아름다움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럼 전문을 읽고 전문해석을 통해 학습을 마무리하면 되겠습니다:)

 


얇은 사(紗) 하이얀 고깔은

고이 접어서 나빌레라.

 

파르라니 깎은 머리

박사(薄紗) 고깔에 감추오고,

 

두 볼에 흐르는 빛이

정작으로 고와서 서러워라.

 

빈 대(臺)에 황촉(黃燭)불이 말없이 녹는 밤에

오동잎 잎새마다 달이 지는데,

 

소매는 길어서 하늘은 넓고,

돌아설 듯 날아가며 사뿐히 접어 올린 외씨버선이여.

 

까만 눈동자 살포시 들어

먼 하늘 한 개 별빛에 모두오고,

 

복사꽃 고운 뺨에 아롱질 듯 두 방울이야

세사(世事)에 시달려도 번뇌(煩惱)는 별빛이라.

 

휘어져 감기우고 다시 접어 뻗는 손이

깊은 마음속 거룩한 합장(合掌)인 양하고,

 

이 밤사 귀또리도 지새는 삼경(三更)인데,

얇은 사(紗) 하이얀 고깔은 고이 접어서 나빌레라.

 

 

- 조지훈, 「승무」

오늘도 수고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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