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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다룰 시의 제목은 '궁금한 일 - 박수근의 그림에서'입니다. 이 시는 제목 그대로 박수근 화백의 그림을 보며 상상하고 그에 따른 궁금증을 제시하는 시입니다. 시에서 화자가 박수근 화백의 그림을 통해 무엇을 상상하는지 그리고 이를 통해 무엇을 떠올리는지를 생각하며 시를 읽고 해석을 통해 학습해보도록 합시다.


인쇄한 박수근 화백 그림을 하나 사다가 걸어놓고는 물끄러미 그걸 치어다보면서 나는 그 그림의 제목을 여러 가지로 바꾸어보곤 하는데 원래 제목인 ‘강변’도 좋지마는 ‘할머니’라든가 ‘손주’라는 제목을 붙여보아도 가슴이 알알한 것이 여간 좋은 게 아닙니다. 그러다가는 나도 모르게 한 가지 장면이 떠오릅니다. 그가 술을 드시러 저녁 무렵 외출할 때에는 마당에 널린 빨래를 걷어다 개어놓곤 했다는 것입니다. 그 빨래를 개는 손이 참 커다랬다는 이야기는 참으로 장엄하기까지 한 것이어서 성자의 그것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 그는 멋쟁이이긴 멋쟁이였던 모양입니다.

그러나 또한 참으로 궁금한 것은 그 커다란 손등 위에서 같이 꼼지락거렸을 햇빛들이며는 그가 죽은 후에 그를 쫓아갔는가 아니면 이승에 아직 남아서 어느 그러한, 장엄한 손길 위에 다시 떠 있는가 하는 것입니다. 그가 마른 빨래를 개며 들었을지 모르는 뻐꾹새 소리 같은 것들은 다 어떻게 되었을까. 내가 궁금한 일들은 그러한 궁금한 일들입니다. 그가 가지고 갔을 가난이며 그리움 같은 것은 다 무엇이 되어 오는지…… 저녁이 되어 오는지…… 가을이 되어 오는지…… 궁금한 일들은 다 슬픈 일들입니다.

 

-장석남, 「궁금한 일 – 박수근의 그림에서」


시의 처음에서 화자는 박수근 화백의 그림을 보며 혼자 제목을 바꾸어 보기도 하면서 그림에 빠져 있다가, 문득 박수근 화백의 일화를 떠올립니다. 그것은 저녁 무렵 외출을 앞둔 박수근 화백이 마당에 널린 빨래를 걷어다 개어 놓곤 했다던 이야기인데 이 이야기가 앞서 제목을 바꾸었던 '할머니', '손자'등의 소박함과 소탈함이라는 공통점을 환기시킵니다. 그리고 화자는 ‘성자’, ‘장엄’, ‘멋쟁이’ 같은 시어들을 동원해 소박했던 박수근의 삶과 예술을 예찬합니다.

 

그리고 2연에서는 '그러나'를 통해 시상이 전환됩니다. ‘성자’처럼 느껴졌던 박수근 화백이 죽은 것은 물론이고, 그와 함께 이 세상에 있던 ‘햇빛’, ‘뻐꾹새 소리’, 그림의 주제로 삼았던‘가난’이나 ‘그리움’ 같은 애잔한 것들의 행방이 묘연하다는 사실을 생각하는 것이죠. 그러면서 화자는 그것들이 지금은 다 어디로 갔고 또 무엇이 되어 오는지 궁금하다며, 그 ‘궁금한 일들은 다 슬픈 일들’이라고 말하는데요. 이는 영원할 수 없는 존재의 한계에 대한 근원적 애상감과 통하는 것으로 이해해 볼 수 있습니다.

 

이렇게 이 시는 박수근 화백의 그림을 보며 떠오른 상념들을 차분하게 들려주며 '소박한 삶과 예술의 아름다움에 대한 생각에서 비롯된, 존재의 한계에 대한 근원적 애상감'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그럼 이제 전문해석을 통해 학습을 마무리해보도록 합시다.



오늘도 수고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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