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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다룰 시 '성탄제'에서는 산속에서벌어지는 살육의 현장을 보여줍니다. 시가 쓰인 시대를 고려하지 말고 시를 읽고 내용을 파악한 후 해석을 통해 시대를 적용하며 학습해보도록 합시다.


산 밑까지 내려온 어두운 숲에

몰이꾼의 날카로운 소리는 들려오고,

쫓기는 사슴이

눈 위에 흘린 따뜻한 핏방울.

 

골짜기와 비탈을 따라 내리며

넓은 언덕에

밤 이슥히 횃불은 꺼지지 않는다.

 

뭇짐승들의 등 뒤를 쫓아

며칠씩 산속에 잠자는 포수와 사냥개,

나어린 사슴은 보았다

오늘도 몰이꾼이 메고 오는

표범과 늑대.

 

어미의 상처를 입에 대고 핥으며

어린 사슴이 생각하는 것

그는

어두운 골짝에 밤에도 잠들 줄 모르며 솟는 샘과

깊은 골을 넘어 눈 속에 하얀 꽃 피는 약초.

 

아슬한 참으로 아슬한 곳에서 쇠북 소리 울린다.

죽은 이로 하여금

죽는 이를 묻게 하라.

길이 돌아가는 사슴의

두 뺨에는

맑은 이슬이 내리고

눈 위엔 아직도 따뜻한 핏방울……

 

-오장환, 「성탄제」


이슨 산속에서 벌어지는 살육의 현장을 보여줍니다. 먼저 1연에서 피를 흘리는 사슴의 모습이 나타나는데요. 배경부터가 어두운 숲으로 생명을 위협하는 공간의 어두움을 보여줍니다. 그 공간에서 하얀 눈에 빨간 피를 흘리는 색깔의 대비는 비극적 분위기를 더욱 강하게 보여줍니다.

 

2연에서는 사슴을 쫓는 인간의 집요한 추적이 나타납니다. 밤 이슥히 꺼지지 않는 횃불은 몰이꾼의 추적이 그만큼 집요하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3연에서는 사냥꾼에게 희생되는 동물들을 어린 사슴이 목격하는 데요. 사슴과 같은 초식동물 뿐 아니라 표범과 늑대와 같은 힘있는 동물들도 사냥하는 포수의 강력한 힘과 살상력을 보여줍니다.

 

4연에서는 어미를 살리고 싶어하는 어린 사슴의 마음을 어두운 골짝 밤에서도 잠들 줄 모르며 솟는 샘과 깊은 골을 넘어 눈 속에 하얀 꽃 피는 약초를 통해 드러냅니다.

 

5연에서는 아슬한 곳에서 들리는 쇠북소리에 대해 말하는데요. 이 ‘쇠북 소리’는 사냥꾼이 사냥할 때 내는 종소리 또는 성탄을 알리는 종소리로 해석할 수 있는데, 후자의 경우 ‘쇠북 소리’는 순결한 생명이 더 이상 희생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을 드러내는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또한 '죽인 이로 하여금 죽은 이를 묻게 하라'는 어미 사슴의 말은 어미 사슴은 이미 죽음의 세계에 있음으로 어린 사슴만이라도 생명의 길을 찾게 하려는 어미 사슴의 마음을 드러냅니다.

 

그리고 마지막 6연에서 죽어 가는 어미 사슴이 흘리는 눈물과 피를 통해 사라져가는 생명의 온기를 보여줍니다.

 

이렇게 이 시는 '폭력적 세상에서 순결한 존재가 희생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이를 이 시가 쓰였던 일제강점기에 적용하면 일제의 위력에 희생당하는 당대 우리 나라 사람들의 모습을 상징적으로 그리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그럼 이제 전문해석을 통해 작품을 다시 읽으며 학습을 마무리해보도록 합시다.



 

오늘도 수고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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