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은 인간의 삶의 끝이기에 사람이 죽으면 그 사람과의 인연이 끝났다고 많이 생각합니다. 하지만 너무도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그 사람이 죽더라도 그 사람과의 인연의 끈을 놓지 못하고 기억하곤 합니다. 이번에 다룰 시 '이별가'에서는 대상의 죽음이라는 상황에서 그 대상과의 인연을 대하는 화자의 태도가 드러나고 있습니다. 화자의 인식이 어떻게 변하는지에 중점을 두고 작품을 감상한 후 해석을 통해 학습해보도록 합시다.
뭐락카노, 저편 강기슭에서
니 뭐락카노, 바람에 불려서
이승 아니믄 저승으로 떠나는 뱃머리에서
나의 목소리도 바람에 날려서
뭐락카노 뭐락카노
썩어서 동아밧줄은 삭아 내리는데
하직을 말자 하직 말자
인연은 갈밭을 건너는 바람
뭐락카노 뭐락카노 뭐락카노
니 흰 옷자라기만 펄럭거리고 ……
오냐. 오냐. 오냐.
이승 아니믄 저승에서라도 ……
이승 아니믄 저승에서라도
인연은 갈밭을 건너는 바람
뭐락카노, 저편 강기슭에서
니 음성은 바람에 불려서
오냐. 오냐. 오냐.
나의 목소리도 바람에 날려서.
- 박목월, 「이별가」
시는 '뭐라카노'라는 강한 경상도 사투리를 통해 나타납니다. 저편 강기슭에서 서있는 대상의 말소리가 들리지 않기에 화자는 '뭐라카노'라며 되묻습니다. 이 때 강은 삶과 죽음 사이의 간격으로 저편 강기슭은 저승을 의미합니다. 즉, 화자는 죽은 사람을 그리워하며 그 사람의 소리르 듣고 싶어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대상(니)의 소리도, 나의 목소리로 바람에 날려서 들리지 않습니다. '너'와 맺었던 인연(도아밧줄) 역시 ‘뭐락카노 뭐락카노’라고 애타게 되묻는 상황에서 삭아 내립니다. 그러나 화자는 ‘하직을 말자’라고 말합니다. 비록 이 세상에서 맺은 여러 관계는 죽음 앞에서 허무하게 썩어 내린다 해도 인연이란 끈질기게 이어지는 것이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6연에서는 저쪽에 있는 그의 말이 희미하게 들리기 시작합니다. 이때부터의 바람은 1, 2연의 바람과 다르게 화자(나)와 대상(너)를 연결시켜주는 역할을 합니다. 그리고 나는 희미하게 들리는 소리에 대답합니다. ‘오냐. 오냐. 오냐. / 이승 아니믄 저승에서라도……’ 다시 만나자고. 죽음과 삶 사이의 강은 넓고 깊은 것이지만, 사람들이 맺은 인연의 ‘바람’은 그것도 넘어간다고 화자는 노래하고 있는 것입니다.
즉, 화자의 태도는 이별을 슬픔함에서 이를 받아들이면서도 생사를 초월한 인연을 확신하는 모습으로 바뀌고 있습니다.
이렇게 이 시는 '이별의 슬픔과 생사를 초월한 인연'에 대해 말하고 있습니다.
이를 효과적으로 전달하기 위해 반복과 점층을 통해 그리움과 안타까움을 심화시키면서, 경상도 사투리를 사용해 사실적으로 말을 건네며 이별의 애절함을 더하고 있습니다.
이제 전문해석을 통해 학습을 마무리해보도록 합시다.
오늘도 수고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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