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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을 지배하려는 권력의 손길은 교묘하고 은밀했습니다. 그들의 억압에 대중들이 저항하고 자유를 얻으려하자 이제 권력자는 단순 억압이 아닌 다른 방법으로 대중들을 현혹하고 회유하기 시작했습니다. 이번에 다룰 시인 기형도의 '전문가'는 어리석은 대중을 교묘하게 길들이는 방법에 매우 능통한 권력자를 우회적으로 나타낸 것으로 상징적 이야기의 전개를 통해 주제를 암시합니다.

이야기 속에서 사람들이 어떻게 권력자에게 길들여지는지를 중점으로 시를 감상하고 해석을 읽어보도록 합시다.


이사온 그는 이상한 사람이었다

그의 집 담장들은 모두 빛나는 유리들로 세워졌다

골목에서 놀고 있는 부주의한 아이들이

잠깐의 실수 때문에

풍성한 햇빛을 복사해내는

그 유리 담장을 박살내곤 했다

그러나 얘들아, 상관없다

유리는 또 갈아 끼우면 되지

마음껏 이 골목에서 놀렴

유리를 깬 아이는 얼굴이 새빨개졌지만

이상한 표정을 짓던 다른 아이들은

아이들답게 곧 즐거워했다

견고한 송판으로 담을 쌓으면 어떨까

주장하는 아이는, 그 아름다운

골목에서 즉시 추방되었다

유리 담장은 매일같이 깨어졌다

필요한 시일이 지난 후, 동네의 모든 아이들이

충실한 그의 부하가 되었다

어느 날 그가 유리 담장을 떼어냈을 때,그 골목은

가장 햇빛이 안 드는 곳임이

판명되었다, 일렬로 선 아이들은

묵묵히 벽돌을 날랐다

-기형도, 「전문가」


‘이사온 그’는 어두운 골목의 실체를 은폐하고 아이들을 끌여들이기 위해 빛나는 유리를 세웁니다. ‘아이들’은 그 진실을 알지 못한 채 당장의 즐거움에 취해 ‘그’의 술수에 길들여지고, ‘그’의 달콤한 말에 현혹되어 갑니다. 간혹 순간순간 유리가 부서지며 진실이 들어날 때도 있지만 역시 '그'는 달콤한 말로 아이들을 현혹시켜 다시 유리를 세웁니다. 그 사이 잠시 제 목소리를 내 는 ‘아이’도 있었지만, 소속 집단과 다른 생각을 가진 그 아이는 골목에서 추방당해버립니다. 그렇게 '아이'들 중 '그'에게 다른 주장을 하는 사람들이 없어지고 '그'에게 길들여집니다. 더 이상 유리를 유지할 필요가 없어진 '그'는 유리 담장을 거두고 그제서야 어두운 골목의 실체가 드러나지만 이미 아이들은 ‘그’의 부하가 되어 자유를 빼앗긴 채 살아가는 존재가 됩니다.

이렇게 이 시는 동화와 같은 상징적 이야기를 통해 권력자의 기막적 통치술에 이용당하는 우매한 군중의 모습을 드러냅니다. 일종의 우화로도 볼 수 있는 이야기지요.

그럼 이제 전문해석을 통해 학습을 마무리해보도록 합시다.



오늘도 수고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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