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곡 - 함주시초5'은 함경남도 함주 지방에서의 기행을 제재로 한 연작시 중 5번째 작품으로 산골에서 겨울을 보내고 싶어하는 화자의 마음을 노래한 시입니다. 화자는 왜 이 산골에서 겨울을 보내려하는지 왜 이 골짜기 깊은 곳으로 들어가는지를 생각하며 시를 읽고 해석을 보도록 합시다.
돌각담에 머루 송이 깜하니 익고
자갈밭에 아즈까리 알이 쏟아지는
잠풍하니* 볕바른 골짝이다
나는 이 골짝에서 한겨울을 날려고 집을 한 채 구하였다
집이 몇 집 되지 않는 골안은
모두 터앝*에 김장감이 퍼지고
뜨락에 잡곡 낟가리가 쌓여서
어니 세월에 뷔일 듯한 집은 뵈이지 않았다
나는 자꼬 골안으로 깊이 들어갔다
골이 다한 산대 밑에 자그마한 돌능와집이 한 채 있어서
이 집 남길동* 단 안주인은 겨울이면 집을 내고
산을 돌아 거리로 내려간다는 말을 하는데
해바른 마당에는 꿀벌이 스무나문 통 있었다
낮 기울은 날을 햇볕 장글장글*한 툇마루에 걸어앉어서
지난여름 도락구를 타고 장진(長津) 땅에 가서 꿀을 치고 돌아왔다는 이 벌들을 바라보며 나는
날이 어서 추워져서 쑥국화꽃도 시들고 이 바즈런한 백성들도 다 제집으로 들은 뒤에 이 골안으로 올 것을 생각하였다
- 백석, 「산곡–함주시초 5」
*잠풍하니: 잔풍(殘風)하니. 바람이 잔잔하게 부는.
*터앝: 집의 울안에 있는 작은 밭.
*남길동: 저고리 소맷부리에 이어서 대는 남색의 천.
*장글장글: 바람이 없는 날에 해가 살을 지질 듯이 조금 따갑게 계속 내리쬐는 모양.
시에 처음에서 화자는 평화로운 골짜기의 모습을 묘사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 골짜기에서 한 겨울을 나기 위해 집을 한 채 구했다고 하고 있죠. 이 때 화자가 한 겨울을 골짜기에서 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바로 차가운 현실에서 단절되어 마음의 안식을 취하고 싶기 때문입니다. 그만큼 현실이 부정적이기에 화자는 현실과 단절되길 원하고 시에서 화자는 점차적으로 골짜기 깊숙히 들어가는 모습을 보여줍니다.(단절 의식의 심화)
사람들이 얼마 살지 않는 골짜기의 풍경이 나타나며 화자는 자신이 살 집을 찾기 위해 골짜기 깊숙히 들어가고 마침내 자그마한 돌능와집을 발견합니다. 집 주인이 겨울이면 집을 내놓고 산에서 내려간다는 이 집은 화자가 겨울을 나기 최상의 공간인 것이였죠.
마침 그 집의 마당에는 꿀벌집이 있어 벌들이 움직이는 것을 툇마루에서 보며 화자는 얼른 겨울이 와서 남은 벌들도 다 이 꿀벌집으로 돌아오며 자신도 이 집에서 겨울을 나는 것을 기대하는 것으로 시가 종료됩니다.
이렇게 해서 '시골의 한적한 집에서 겨울을 보내고 싶은 소망'을 나타낸 이 시는 토속적 시어를 통해서 산골짜기의 향토적인 느낌을 더욱 살리고 있습니다.
그럼 전문해석을 통해 학습을 마무리해보도록 합시다.
오늘도 수고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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