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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요한 마음의 상태를 싫어하는 사람은 없을 것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원하며 이 상태로 머물기를 원하지만 현실에서는 쉽지 않죠. 늘 우리의 마음은 상황에 따라 변하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이번 시간에 다룰 시 '빈집의 약속'에서는 이러한 마음의 상태를 '빈집'의 상황에 비유하여 설명하고 있습니다.

시인이 말하고 있는 '마음'의 상황 집중하여 시를 읽은 후 해석을 읽어보도록 합시다.


마음은 빈집 같아서 어떤 때는 독사가 살고 어떤 때는 청보리밭 너른 들이 살았다

볕이 보고 싶은 날에는 개심사 심검당 볕 내리는 고운 마루가 들어와 살기도 하였다

어느 날에는 늦눈보라가 몰아쳐 마음이 서럽기도 하였다

겨울 방이 방 한 켠에 묵은 메주를 매달아 두듯 마음에 봄가을 없이 풍경들이 들어와 살았다

그러나 하릴없이 전나무 숲이 들어와 머무르는 때가 나에게 는 행복하였다

수십 년 혹은 백 년 전부터 살아온 나무들, 천둥처럼 하늘로 솟아오른 나무들

뭉긋이 앉은 그 나무들의 울울창창한 고요를 나는 미륵들의 미소라 불렀다

한 걸음의 말도 내놓지 않고 오롯하게 큰 침묵인 그 미륵들 이 잔혹한 말들의 세월을 견디게 하였다

그러나 전나무 숲이 들어앉았다 나가면 그뿐, 마음은 늘 빈집 이어서

마음 안의 그 둥그런 고요가 다른 것으로 메워졌다

대나무가 열매를 맺지 않듯 마음이란 그냥 풍경을 들어앉히는 착한 사진사 같은 것

그것이 빈집의 약속 같은 것이었다

- 문태준, 「빈집의 약속」 -


이 시는 시적 화자의 독백을 통해 시상이 전개됩니다. 시적 화자는 처음부터 '마음'을 '빈집 같아서'라고 하며 비유를 통해 화자가 생각하는 마음에 대해 말하고 있습니다. 시의 내용을 요약하면 아래와 같은데요.

위의 내용을 통해 보듯 화자는 시의 처음부터 마음을 빈집에 비유하며 어떤 때는 독사(부정적 마음)가 살고 어떤 때는 청보리밭(긍정적 마음)이 산다고 표현, 마음이 좋은 것, 나쁜 것으로 고정된 것이 아니라 유동적인 것이라고 생각하며, 이러한 것이 메주를 발효시키 듯 자연스럽운 것임을 드러냅니다.

그러나 5행에서 화자는 자신이 원하는 마음의 상황을 드러냅니다. 마음은 위에서 언급한 것과 같이 독사와 늦눈보라와 같은 부정적 상태, 청보라빝 고운 마루와 같은 긍정적 상태가 있을 수 있음을 알지만, 자신이 좋아하는 것은 전나무 숲이 들어와 있는 것과 같은 고요한 상황, 그러한 긍정적 내면상태일 때가 좋았다고 하며 이러한 상태가 있어 부정적인 현실을 이겨낼 수 있음을 드러내고 있죠.

하지만 화자는 알고 있습니다. 이러한 고요한 내면 상태로 늘상있을 수 없는 것임을요. 빈집이 주인이 없이 손님이 머물다 가듯 마음도 고요한 내면이 머무를 수 있지만 늘 상 그대로 있는 것이 아니라 다른 것으로 자리가 메워진다고 생각하는 것이죠. 그 다른 것은 긍정적일 수도 부정적일 수도 있으나 시인은 생각합니다. 대나무가 열매를 맺지 않는 것과 같이 마음 역시 어느 한 마음의 상태에 집중해 그것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그 다음의 마음의 상황을 위해 양분을 내어주고 마음을 비옥하게 하여 다음을 생각하는 것이라고, 그리고 손님을 가리지 않는 착한 사진가와 같이 있는 그대로의 마음의 상태를 바라봐주는 것이라고 말이죠. 그리고 그것이 빈집의 약속이라며 독백하며 시가 마무리 됩니다.

이렇듯 시인은 '어느 한 상태에 집착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의 내면을 받아들이는 자세'를 드러내고 있습니다.

이러한 자신의 자세는 눈에 보지지 않는 것이기에. 시인은 다양한 내면을 구체적인 대상에 빗대어 비유하여 형상화함으로써 구체적으로 표현하고 있습니다. 또한, 유사한 시구의 반복을 통해 의미를 강조하며, 종결어미의 반복으로 운율 역시 형상하고 있습니다.

그럼 이제 전문해석을 통해 학습을 마무리해보도록 합시다.



오늘도 수고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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