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은 사물을 보고 시대에 대해 이야기하며 그에 따른 자신의 정서를 드러내기도 합니다.
오늘 다룰 시 '폐가에 부쳐'에서도 시인은 '폐가'의 모습을 통해 당시 사회를 드러내며 이에 대한 자신의 정서를 드러내는 데요. 시인이 폐가를 보며 떠올린 폐가 주인의 사연에 주목하며 시를 감상하도록 합시다.
길을 가다 보니
외딴집 한 채가 비어 있었다.
무슨 이 집의 연척(緣戚)*이라도 되는 양
앞뒤를 한 바퀴 휘둘러보다.
구렁 난 지붕에는
풀 버섯이 같이 자라고
썩은새* 추녀 끝엔 박쥐도 와서 달릴 듯하다.
먼지 낀 툇마루엔 진흙 자국만 인(印) 찍혔는데
떨어진 문짝 찢어진 벽지 틈에서
퀴퀴한 냄새가 훅 끼치고
물이끼 퍼런 바가지 샘에
무당개구리 몇 놈이 얼른 숨는다.
이걸 가지곤
마른 강변에 덴 소 냅뛰듯
암만 바시대도
필경 먹고살 도리가 없어
별똥지기 천수답(天水畓)과 골아실 텃논이며
논배미 밭다랑이 다 버려둔 채
지게 품을 팔고
막벌이를 하더라도 도회지라야 한다고……
오쟁이* 톡톡 털어 이른 아침을 지었을 게고
가다가 차 안에서 먹을 보리개떡도 쪘을 테지만
한번 떠난 뒤 소식이 없고
장독대 옆에
씨 떨어져 자라난 맨드라미 봉숭아꽃도 피었네.
돌각담 한 모퉁이 대추나무에
참새 한 마리 포르르 날아들어
심심파적으로 주인의 후일담을 말해 주는 양
저 혼자 재재거리다 말고 간다.
찌는 말복(末伏) 철 저녁 샛때
귀창 터지거라
쓰르라미만 쓰라리게 울고 있더라.
- 김관식, 「폐가에 부쳐」
*연척: 혼인에 의하여 맺어진 친척.
*썩은새: 오래되어 썩은 이엉.
*오쟁이: 짚으로 엮어 만든 작은 섬. ‘섬’은 곡식 따위를 담기 위하여 짚으로 엮어 만든 그릇을 가리킴
1연에서 화자는 우연히 만난 폐가의 모습을 관찰하며 묘사하고 있습니다. 퇴락한 폐가의 모습은 다양한 감각적 이미지로 묘사되며 독자의 궁금증을 자아냅니다.
2연에서 화자는 폐가의 주인이 집을 버리고 떠난 이유에 대해 생각합니다. 외딴 집에 살며 농삿일로는 입에 풀칠도 하기 어려워 '막벌이를 하더라도 도회지(도시)여야 한다'고 주인이 떠났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화자. 이러한 화자의 인식에서 1960년대 도시화와 산업화 과정에서 나타난 농촌사회의 붕괴를 짐작할 수 잇습니다.
3연에서는 자연물에 감정을 이입하며 농촌이 현실과 이에 대한 안타까움을 화자가 드러내는 것으로 시상이 마무리 됩니다.
이렇게 우연히 보게된 폐가를 관찰하며 그 집주인이 떠난 이유를 상상하여 '폐허가 된 농촌의 현실에 대한 안타까움'을 드러낸 시가 바로 '폐허에 부쳐'입니다.
그럼 이제 전문해석을 통해 학습을 마무리해보도록 합시다.
오늘도 수고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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