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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다른 동물과 다른 점은 아무리 힘든 상황 속에서라도 자신의 삶을 성찰할 수 있다는 점이 아닌가 싶습니다. 오늘 다룰 시 '그날 나는 슬픔도 배불렀다'에서는 이렇게 자신의 삶에 대해 성찰하는 화자의 모습이 드러납니다. 화자는 어떠한 상황에서 어떤 대상을 보고 자신의 삶을 성찰하는지에 중점을 두고 감상한 후 해석을 읽어보도록 합시다.


아래층에서 물 틀면 단수가 되는

좁은 계단을 올라야 하는 전세방에서

만학을 하는 나의 등록금을 위해

사글셋방으로 이사를 떠나는 형님네

달그락거리던 밥그릇들

베니어판으로 된

농짝을 리어카로 나르고

집안 형편을 적나라하게 까 보이던 이삿짐

가슴이 한참 덜컹거리고 이사가 끝났다

형은 시장 골목에서 자장면을 시켜주고

쉽게 정리될 살림살이를 정리하러 갔다

나는 전날 친구들과 깡소주를마신 대가로

냉수 한 대접으로 조갈증을 풀면서

자장면을 앞에 놓고

이상한 중국집 젊은 부부를 보았다

바쁜 점심시간 맞춰 잠자주는 아기를 고마워하며

젊은 부부는 밀가루, 그 연약한 반죽으로

튼튼한 미래를 꿈꾸듯 명랑하게 전화를 받고

서둘러 배달을 나아갔다

나는 그 모습이 눈물처럼 아름다워

물배가 부른데도 자장면을 남기기 미안하여

마지막 면발까지 다 먹고 나니

더부룩하게 배가 불렀다, 살아간다는 게

그날 나는 분명 슬픔도 배불렀다

 

-한민복, 「그날 나는 슬픔도 배불렀다」


화자는 지금 상당히 난처한 상황입니다. 만학도(늦은 나이까지 공부하는 사람)인 화자 때문에 안그래도 어려운 집안형편이 더 어려워지게 됐으니까 말입니다. 화자의 형님네가 살고 있는 집(아마 화자도 같이 사는)은 전셋방입니다. 좋은 전셋방도 아니라 아래층에서 물 틀면 단수가 되는 좁은 계단을 올라야 하는 전세방입니다.(이러한 구체적 상황 제시는 사실감을 더해줍니다) 그런 전세방을 나의 등록금을 위해 빼고 사글셋방으로 이사하게 됩니다. 그나마 전세에서 사글셋방으로 이사하니 당연히 집안 형편은 어려워지겠죠.

 

이사할 때 이삿짐을 보면 가난한 집안 형편이 적나라하게 보입니다. 화자는 자신의 등록금때문에 하는 이사가 불편하며 미안할 따름입니다. 이사 전날 마신 깡소주(안주 없이 소주만 마시는 것)에 속이 아픈만큼 마음도 안좋습니다. 마음이 불편한 나를 두고 형은 짜장면을 시켜준 후 살림살이를 정리하러 갑니다.

 

나는 자장면을 앞에 두고 이상한 중국집 젊은 부부를 보게 됩니다. 바쁜 시간에 분주하게 일하며 미래를 준비하는 그들을 보며 나는 무언가를 느낍니다. 처음에 이상한이라고 생각했던 중국집 젊은 부부의 인상은 눈물처럼 아름다운 것으로 바뀌며 나는 물배가 차있지만 그들이 만든 짜장면을 다먹으며 슬픔도 배불렀다고 생각하며 삶의 슬픔 속에서 아름다움을 발견하며 자신의 삶에 대해 성찰합니다.

 

이렇게 하여 이 시는 고단한 삶 속에서도 열심히 살아가는 중국집 젊은 부부의 삶을 관찰하며 이를 통해 자신의 삶에 대한 성찰을 나타내고 있습니다.

 

그럼 이제 전문해석을 통해 학습을 마무리해보도록 합시다.


 

오늘도 수고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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