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8x90
반응형

 

어릴 적의 따뜻한 기억은 힘든 현실을 이겨낼 수 있는 힘이 됩니다. 이번에 다룰 시 '달밤'에서도 화자는 달밤에 어릴 적을 추억하며 힘든 현실이 정화되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낙동강 빈 나루에 달빛이 푸릅니다.

무엔지 그리운 밤 지향 없이 가고파서

흐르는 금빛 노을에 배를 맡겨 봅니다.

 

낯익은 풍경이되 달 아래 고쳐 보니,

돌아올 기약 없는 먼 길이나 떠나온 듯,

뒤지는 들과 산들이 돌아 돌아 뵙니다.

 

아득히 그림 속에 정화(淨化)된 초가집들,

할머니 조웅전(趙雄傳)*에 잠들던 그날 밤도

할버진 율(律)* 지으시고 달이 밝았더이다.

 

미움도 더러움도 아름다운 사랑으로

온 세상 쉬는 숨결 한 갈래로 맑습니다.

차라리 외로울망정 이 밤 더디 새소서.

 

-이호우, 「달밤」

 

* 조웅전(趙雄傳) : 조선 시대의 대표적 군담 소설

* 율(律) : 율시(律詩). 여덟 구로 되어 있는 한시의 한 형태


'달밤'은 선경후정의 방식으로 시상이 전개됩니다. 달밤에 배를 타고 나간 화자는 달이 밝은 밤 강변의 정경을 바라보며 평화롭던 어린 시절 추억을 생각합니다. 화자가 추억하는 따뜻한 어린 시절 그날도 달이 밝은 밤이었습니다. 그 때를 생각하니 미움도 더러움도 아름다운 사랑으로 순화됩니다. 그래서 화자는 이 순간에 더 머물고 싶어하며 평화롭고 아름다운 세계가 되기를 간절히 소망합니다.

 

이러한 내용을 잘 드러내기 위해서

앞서 말한 것과 같이 선경후정의 방식을 사용했습니다. 선경 후정은 먼저 풍경(외부의 모습)을 보여준 후 그에 따른 화자의 정서를 표현하는 방식인데요. '달밤'에서도 1~3수 까지는 현재 달밤의 모습, 과거 달밤의 모습을 보여 준 후 4수에서 화자의 정서를 표현하며 마무리하고 있습니다.

 

또한 '달밤'은 현대시조로 시조의 형식을 따릅니다. 때문에 외형율(형식이 정해져있는)로 3,4조의 음수율과 4음보의 음보율로 정형적인 율격을 형성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시조의 형식을 따르기 때문에 3수에서는 시적허용이 발생하는 데요. 시조는 3장 6구 45자 내외로 종장 첫 음보는 3음절이여야 한다는 규칙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3수에서 '할아버지'를 '할버진'으로 표현하게 된 것이죠.

 

그럼 이제 전문해석을 통해 학습을 마무리해보도록 합시다.


 

오늘도 수고하셨습니다.

 

320x100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