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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다룰 시는 '꽃의 패러디'입니다. 제목이 특이한 이 시는 김춘수 시인의 유명한 시인 '꽃'을 패러디한 작품인데요.

https://barlo.tistory.com/14

이름을 붙이는 것의 의미를 노래한 시 '꽃'을 패러디해서 시인이 이름붙이는 것에 대해 어떤 새로운 의미를 전달하고 있는지 생각하며 시를 읽은 후 해설을 통해 학습해보도록 합시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왜곡될 순간을 기다리는 기다림

그것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렀을 때

그는 곧 나에게로 와서

내가 부른 이름대로 모습을 바꾸었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렀을 때

그는 곧 나에게로 와서

풀, 꽃, 시멘트, 길, 담배꽁초, 아스피린, 아달린이 아닌

금잔화, 작약, 포인세티아, 개밥풀, 인동, 황국 등등의

보통 명사나 수 명사가 아닌

의미의 틀을 만들었다.

 

우리들은 모두

명명하고 싶어 했다

너는 나에게 나는 너에게.

그리고 그는

 

그대로 의미의 틀이 완성되면

다시 다른 모습이 될 그 순간

그리고 기다림 그것이 되었다.

 

-오규원, 「꽃의 패러디」


김춘수의 "꽃"에서 이름을 부르는 것이 "의미있는 관계"를 맻는 긍정적인 행위였다면 오규원의 꽃은 어땠나요? 과연 긍정적인 행위였나요? 읽어본 후 긍정적인 느낌으로 다가오진 않았을 것입니다.

1연부터 보면 왜 긍정적인 느낌으로 다가오진 않았을 지 알게 되는데요. '이름'을 부르기 전 그는 '왜곡될 순간을 기다리는 기다림'에 지나지 않았습니다. 곧 이름을 부르기 전이 '왜곡되지 않은 상태'라는 것이며 '이름'을 부르는 행위는 대상을 왜곡하여 본질을 훼손하는 행위이기 때문입니다.(이는 이름을 부르는 이가 이름을 부르는 행위를 통해 대상에게 자신이 규정한 의미를 강제하는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또한, '왜곡될 순간을 기다리는 기다림'이라는 것을 통해 '그' 역시 이름이 불리기를 소망하는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2연에서는 이름을 부르면 부른 이름대로 본질이 바뀌는 현상이 일어나는 상황을 나타내고 있습니다. 이 행위의 즉각성을 '곧'이라는 부사어를 통해 강조하고 있습니다.

3연에서는 2연의 내용이 반복 변주되며 구체화되는 데요. 본질이 훼손되지 않은 상태의 풀, 꽃 등등은 추상적인 대상이었지만 금잔화, 작약 등의 이름을 붙이면 구체화되어 이름대로의 모습으로 구체적인 대상으로 인식되어 자연적 상태(본질)에서 벗어나 인위적인 의미의 틀에 갇히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4연에서는 이러한 명명 행위의 욕구가 보편적(우리들은 모두)인 것을 나타내며 이름을 부르는 행위는 '나'만이 하는 것이 아닌 '너'역시 할 수 있는 행위로 상호간에 일어날 수 있는 것임을 나타냅니다.

5연에서는 이러한의미 규정의 행위가 한번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의미의 틀이 완성되면 다시 또 다른 이름에 의해 다른 의미의 틀로 왜곡될 것임을 나타내면서 마무리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이름을 부르는 행위를 부정적으로 인식하며 사물의 본질을 왜곡하는 이름을 규정하는 행위에 대한 비판을 하고 있는 것이 이 시 '꽃의 패러디'인데요. 이름이라는 것을 통해 사물을 규정하는 것의 의미를 철학적으로 담아내어 사물의 본질을 제대로 파악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왜 그 사물을 대할 때 신중해야하는지를 다시 한 번 생각하게 하는 시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럼 이제 전문해석을 통해 학습을 마무리해보도록 합시다.



 

오늘도 수고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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