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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시간에 다룰 시의 제목은 '대역사(大役事)'입니다. '대역사(大役事)'란 '매우 큰 토목이나 건축때위의 공사'를 나타내는 말인데요 시를 읽으며 시인이 무엇을 보고 있는지 그리고 왜 그것을 대역사라 부르는지를 생각한 후에 해석을 통해 학습해보도록 합시다.


너는 서해 뻘을 적시는 노을 속에

서 본 적이 있는가

망망 뻘 밭 속을 헤집고 바지락을 캐는 여인들

한쪽 귀로는 내소사의 범종 소리를 듣고

한쪽 귀로는 선운사의 쇠북 소리를 듣는다

만권의 책을 쌓아 올렸다는 채석강 절벽

파도는 다시 그 만권의 책을 풀어 흘려

뻘 밭 위에 책장을 한 장씩 넘긴다

이곳에서 황혼이야말로 대역사를 이루는 시간

가슴 뜨거운 불꽃을 사방으로 던져

내소사 대웅보전의 넉살문 연꽃 몇 송이도

활짝 만개한다

회나무 가지를 치고 오르는 청동 까치 한 마리도

만다라*와 같은 불립 문자로 탄다

곰소의 뻘 강을 건너 소금을 져 나르다 머슴 등허리가 되었다는

저 소요산 질마재도 마지막 술 빛으로 익는다

쉬어라 쉬어라 잠시 잠깐

해는 수평선 물 밑으로 가라앉는다.

 

- 송수권, 「대역사(大役事)」

 

* 만다라: 우주 법계의 온갖 덕을 망라한 진수를 그림으로 나타낸 불화.


시인은 황혼 녁에 서해 바다의 뻘을 지켜보고 있습니다. 그리고 '너'라는 불특정 다수의 청자에게 이 장면을 본 적있는지에 대해서 묻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뻘 위에서 일하는 여인들, 내소사, 선운사, 채석강, 질마재 등의 천지만물에 대해 언급하며 그들이 서로 소통하며 교감함으로써 경이로운 자연의 풍경을 나타낸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대자연의 경이로운 풍경은 이렇게 모든 사물들이 하나하나 어울리며 교감하여 만들어낸 큰 공사라고 생각하고 있는 것이죠. 그렇기에 시인은 자신이 본 이 모습을 시로 표현하며 그들이 교감하는 모습을 써내려갑니다. 뻘이라는 공간 속에서 다양한 대상들은 교감하고 파도는 채석강의 적벽을 치고 올라와 다시 갯뻘로 내려오며 적벽과 갯뻘의 대상들을 이어주는 등 모든 대상이 소통하는 모습을 감각적으로 드러냅니다. 이렇게 하여 시인은 천지만물이 하나로 통합되어 자연과 인간이 서로 화답하는 모습을 형상화 합니다.

 

이 시는 상황-정서-태도와 같은 해석보다는 시인이 보고있는 대상들 자체를 보며 시인이 이들을 어떻게 감각적으로 표현하고 있는지를 생각하는 것이 더 중요합니다. 시인은 이 시를 통해 경이로운 자연의 풍경을 만물이 교감하면서 이루어낸 대 역사로 표현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럼 이제 전문해석을 통해 학습을 마무리해보도록 합시다.



 

오늘도 수고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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