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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역사상 가장 넓은 국토를 자랑했던 나라를 떠올리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고구려를 떠올립니다. 한반도를 벗어나 만주까지 넓히며 대륙을 호령할 수 있었던 나라 고구려. 이번에 다룰 시 '북방에서-정현웅에게'에서는 이러한 만주를 떠나면서 느꼈을 회환과 국력의 쇠퇴, 그리고 다시 돌아간 만주에서 느끼는 회한을 노래합니다. 그럼 시를 감상한 후 해석을 통해 학습해보도록 합니다.


아득한 녯날에 나는 떠났다

부여를 숙신을 발해를 여진을 요를 금을

흥안령을 음산을 아무우르를 숭가리를

범과 사슴과 너구리를 배반하고

송어와 메기와 개구리를 속이고 나는 떠났다

 

나는 그때

자작나무와 이깔나무의 슬퍼하든 것을 기억한다

갈대와 장풍의 붙드든 말도 잊지 않었다

오로촌*이 멧돌*을 잡어 나를 잔치해 보내든 것도

쏠론*이 십리길을 따러나와 울든 것도 잊지 않었다

 

나는 그때

아모 이기지 못할 슬픔도 시름도 없이

다만 게을리 먼 앞대*로 떠나 나왔다

그리하여 따사한 햇귀에서 하이얀 옷을 입고 매끄러운 밥을 먹고 단샘을 마시고 낮잠을 잤다

밤에는 먼 개소리에 놀라나고

아츰에는 지나가는 사람마다에게 절을 하면서도

나는 나의 부끄러움을 알지 못했다

 

그동안 돌비는 깨어지고 많은 은금보화는 땅에 묻히고 가마귀도 긴 족보를 이루었는데

이리하야 또 한 아득한 새 녯날이 비롯하는 때

이제는 참으로 이기지 못할 슬픔과 시름에 쫓겨

나는 나의 녯 한울로 땅으로 - 나의 태반으로 돌아왔으나

 

이미 해는 늙고 달은 파리하고 바람은 미치고 보래구름만 혼자 넋없이 떠도는데

 

아, 나의 조상은 형제는 일가친척은 정다운 이웃은 그리운 것은 사랑하는 것은 우러르는 것은 나의 자랑은 나의 힘은 없다 바람과 물과 세월과 같이 지나가고 없다

 

- 백석, 「북방에서-정현웅에게」

 

* 오로촌: 오로촌족. 중국의 동북 지방에 거주하는 소수 민족의 하나.

* 멧돌: 멧돼지.

* 쏠론: 쏠론족. 중국의 동북 지방에 거주하는 소수 민족의 하나.

* 앞대: 평북 내지 평안도를 벗어난 남쪽 지방. 황해도ㆍ강원도에서부터 제주도까지에 이르는 각지.


시는 옛날 이야기로 시작합니다. 시의 시작에서 녯날에 나는 떠났다고 나오는 곳은 예전 발해와 고구려를 건국하며 크게 번성했던 곳 지금의 한반도 위쪽 요동반도 만주 땅입니다. 화자는 1연에서 '나는 떠났다'라고 말하며 그곳에 살았던 우리 민족이 떠났던 때를 떠올립니다.

2연에서는 그 곳을 떠나며 슬퍼했던 이별의 상황을 떠올립니다. 떠나는 것을 슬퍼하는 사람들 떠날 적에는 아직 우리 동포들이 있던 땅으로 볼 수 있습니다.

3연에서는 이제 앞대. 즉 좁은 남쪽으로 떠나 축소된 영토에서도 소박하게 안위하며 만족하는 모습이 그려집니다. 밤에도 아침에도 핍박은 이어지지만 부끄러움을 알지 못한채 소박한 안위에 만족해합니다.

4연에서도 계속해서 국력은 약해지고 결국 화자는 이기지 못할 슬픔과 시름에 쫓겨 새녯날 예전 하늘의 땅 예전에 번성했던 땅으로 돌아갑니다.

 

그러나 옛땅에 돌아갔어도 먼 옛날 이별을 슬퍼해주던 동포들도 없고 정다운 우리 민족들도 이제는 없습니다. 바람과 물과 세월같이 예전의 영광은 사라졌고 예전의 동포들도 사라져 상실감을 가지게 합니다. 북방에 가서 자신의 뿌리가 담긴 우리의 옛 영토에서 민족의 자취와 영광스러운 역사를 찾고자 하지만 이미 세월과 함께 지나가서 찾을 수 없다는 절망감이 마지막에 드러나며 시는 마무리 됩니다.

 

이렇게 해서 이 시는 "잃어버린 우리 역사에 대한 회한과 자책"을 드러내고 있으며 일제 강점기 상황과 연관시키면 과거 대륙을 호령하던 힘을 잃은 채 축소된 국토에서 안위하며 계속해서 침략받고 약해지다 결국 나라를 뺏긴 참담한 상황에서 이를 극복하기 위해 예전의 영광이 지난 땅에서 위기를 극복하려 하지만 이미 예전의 영광은 세월과 함께 지나가 찾을 수 없게 되어 더욱 절망하게 되는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이제 전문해석을 통해 학습을 마무리해보도록 합시다.



오늘도 수고하셨습니다.

 

#백석 #북방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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