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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적인 행동을 하다보면 그 행동 속에서 과거를 떠올릴 때가 있습니다. 이번에 다룰 시 '밥물 눈금'에서도 화자는 일상적인 행동(밥물을 맞추는 행위) 속에서 과거를 회상하며 현재의 자신에 대해 생각하는데요. 화자의 과거는 어떠했는지 그리고 현재는 이를 어떻게 생각하는지에 대해 생각하며 시를 감상한 후 해석을 통해 학습해보도록 합시다.


밥물 눈금을 찾지 못해 질거나 된 밥을 먹는 날들이 있더니

이제는 그도 좀 익숙해져서 손마디나 손등,

손가락 주름을 눈금으로 쓸 줄도 알게 되었다

촘촘한 손등 주름 따라 밥맛을 조금씩 달리해본다

손등 중앙까지 올라온 수위를 중지의 마디를 따라 오르내리다보면

물꼬를 트기도 하고 막기도 하면서

논에 물을 보러 가던 할아버지 생각도 나고,

저녁때가 되면 한 끼라도 아껴보자

친구 집에 마실을 가던 소년의 저녁도 떠오른다

한 그릇으로 두 그릇 세 그릇이 되어라 밥국을 끓이던 문현동

가난한 지붕들이 내 손가락 마디에는 있다

일찍 철이 들어서 슬픈 귓속으로

봉지쌀 탈탈 터는 소리라도 들려올 듯,

얼굴보다 먼저 늙은 손이긴 해도

전기밥솥에는 없는 눈금을 내 손은 가졌다

 

-손택수, 「밥물 눈금」


시의 처음에서 화자는 밥물을 맞추는 일상적인 행위를 하고 있습니다. 처음에는 밥물 눈금을 잘 못 맞추어 질거나 된 밥을 먹는 날들이 잇었지만 차츰 익숙해지면 손가락 주름까지 눈금으로 쓸 정도로 익숙해졌죠. 그 행동을 반복하던 중 화자는 과거를 회상하게 됩니다. 밥물의 수위가 올라오는 것을 통해 논에 물꼬를 트기도 하고 막기도하던 할아버지를 떠올리고 과거의 가난했던 시절을 생각합니다. 한끼라도 아끼기 위해 친구집을 가던 기억 한그릇을 늘리기 위해 물을 더 넣어 두 세그릇으로 늘리던 기억. 그러한 과거의 문현동은 화자를 나이보다 성숙하게 만들었습니다. 그래서 화자는 현재 얼굴보다 먼저 늙은 손을 가졌습니다. 그 늙은 손은 그간의 화자의 고생의 흔적이죠. 다만 화자는 과거의 가난했던 기억을 현재의 늙은 손과 연결하며 자신의 현재 모습을 긍정합니다. 얼굴보다 늙은 손이긴 해도 전기밥솥에는 없는 눈금을 가진 만큼 성숙하고 많은 경험을 쌓은 자신의 모습을 긍정하는 것이죠.

 

이렇게 이 시는 과거의 기억을 떠올리며 현재의 모습을 긍정하는 화자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럼 이제 전문 해석을 통해 시구의 의미를 학습하며 학습을 마무리해보도록 합시다.


 

오늘도 수고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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